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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뿌리를 딛고 서서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연꽃의 일생 중 절반은 시들어 있다.
프레임 속에 빼곡이 채워진 흔적들이 놀랍다. 한 장 한 장을 채워내기 위한 노력들을, 지금 이 자리에서는 절대 알지 못할 것.
망울망울 터지는 설렘, 또 다시 설렘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만두고 싶지 않으니, 곤란한 일이다.
익어가는 일이 이리도 즐거울 수가 있을까. 저마다 이고 있는 것들에 소담스런 행복이 피어나고 있다.
어디에나 스며드는 가을. 사철 푸른 나무 대신 담쟁이가 가을을 밝혔다.
징검다리인가 싶어 두드려보는데 아차, 황급히 손바닥을 펴 표면을 문질러 보았다. 돌이 품은 세월이 손 끝에 닿은 것 같다.
녹이 슨 기찻길 사이로 인사를 주고받았을 너는 이제 과거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부서졌구나.
제 몸의 한 귀퉁이를 내어주고도 벽은 여전히 의연하다. 어우러진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이 그 나름대로의 생각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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