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에서 맛을 창조하는, 짚불곰장어
원래는 지갑이나 구두 등 가죽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죽만 사용하고 버리던 곰장어를 싼값에 사다 구워 팔았던 것이 시초가 되어 먹기 시작했다는 곰장어! 요즘에는 콜라겐이 풍부하고 고단백 식품으로 자리 잡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 게다가 곰장어로 유명한 기장군에서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짚불곰장어이다. 그럼 이제부터 짚불곰장어의 모든 것을 하나둘 파헤쳐 보자.
가장 어려웠을 때, 가장 힘이 되던 음식
부산의 대표 음식을 꼽으라 했을 때, 가장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하나가 바로 ‘곰장어’이다. 곰장어는 먹장어의 방언이며 꼼장어라고도 불리는데, 이 곰장어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원래 뱀장어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어 장어 축에 끼긴 하지만, 다른 장어와는 달리 턱이 없는 데다가 입 부분이 둥글다. 게다가 주로 바다 밑의 바다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눈은 상당히 퇴화되었을 뿐 아니라 살갗에 대부분 묻혀 겉으로 알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눈이 먼 장어’라는 뜻의 먹장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곰장어는 보통 계절을 타지 않고 사시사철 즐겨 먹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가 가득하여 원기회복 음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양념을 하지 않은 채 그냥 구워 먹거나,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 굽거나 볶아 먹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이미 부산 기장군의 대표 별미, 부산을 상징하는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은 짚불곰장어! 예전에는 곰장어의 생김새가 워낙 징그러워 흉물로 여겨지며 찬밥 신세를 받았었다. 그러나 6·25전쟁 당시 굶주림으로 모두가 힘들어했고, 처음 부산지역에서 피난민들이 곰장어를 구워먹으며 지금의 짚불곰장어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한때는 사람들에게 외면받던 물고기에서 우리가 가장 어려웠을 적 민초들의 배고픔을 달래주었던 고마운 존재이다. 나아가 지금은 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이자 많은 사람이 부산을 찾으면 빼놓지 않고 먹는 음식이 되었으니 이는 곧, 곰장어의 인생역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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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짚불 속에서 익어가는 곰장어가 온몸을 하도 꼼지락거려서 ‘꼼장어’라는 별칭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순간의 화력에 의해 검게 그을린 곰장어는 그 껍질을 벗겨내면 하얗고 깨끗한 속살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때 짚불곰장어의 맛이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흉측스런 겉모양과는 다르게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함과 고소한 맛이 살아나 그 깊은 맛에 계속 빠져들 수밖에 없다. 소금구이, 양념구이 외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부산 기장군의 짚불곰장어는 말 그대로 볏짚에 불을 피운 뒤 그 위에 철망을 얹는다. 그리고 철망 위에 살아 있는 곰장어를 굽기 시작하는데 이때 곰장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에 놀라지 말도록! 그렇게 순간의 화력으로 구워낸 곰장어는 어느새 껍질이 검게 타 있을 것이다. 그러면 검게 탄 껍질은 벗겨내고 속살만을 먹기 좋게 잘라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또 한 번 알리다, 기장붕장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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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중에서도 비타민A가 가장 많이 들었다는 붕장어는 칼슘, 인, 철분도 많아 종합영양식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몸에도 좋고 맛은 더 좋은 붕장어는 특히, 수산물의 집산지, 부산 기장군에서 특히 유명하다. 매년 이곳에서는 격년제로 칠암과 연화리 일대에서 번갈아 가며 기장붕장어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나아가 기장군민뿐만 아니라 기장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기장붕장어를 널리 알리면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장붕장어축제는 다채로운 행사로 가득하다. 이를테면 맨손으로 붕장어 잡고 달리기, 붕장어 정량 달기, 붕장어가요제 등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체험들이 마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붕장어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하다.
부산의 명물, 기장군의 자랑 짚불곰장어로 원기도 보충하고, 매년 열린다는 기장붕장어축제에도 참여해서 먹고 즐기는 여행을 완성해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10월 27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