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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에서 느껴보는 여유


독서의 가장 큰 사치는 책을 읽고 있을 때, 우연히 그 책의 공간적 배경 안에 있게 되는 것이다, 라고 어느 작가는 말했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독서에 관련한 사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읽은 책의 작가를 직접 만나보는 것, 읽은 책의 감상문을 써보는 것,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여 토론회를 가져보는 것 정도가 있겠다. 이런 일들은 독서의 질을 높이게도 해 줄 것이다. 양서를 고르는 안목, 언어의 유희를 경험하게 되는 놀라운 순간들, 독서만으로도 쌓아지는 지적 재산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극과 변화가 휘몰아치고 있는 이 복잡한 디지털 시대에 흔들리지 않은 삶의 지표를 만들어주는 묵직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 문학관에서 감성의 사치를 느껴보다.

 

가고 싶은 문학관

 
  • 윤동주의 문학관은 그의 작품의 세련된 감성과 닮았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에 문학관이 많다는 것을 알 것이다. 지역 유명관광지처럼 여행프로그램 중 하나의 코스로 문학관에 들르게 되는 경우가 문학관 탐방의 대부분인데,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주제로 하는 문학관을 직접 찾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서울 중구 동호로에 수필가 전숙희 선생(1961~2010)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 문학관인 한국현대문학관이 있다. 문학관의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듯 한국 근현대 종합 문학 1백 년의 역사를 총 망라해 놓은 곳이다. 시인, 소설가, 월북 문인을 분류하여 초판본 저서와 사진 자료를 현대문학 계보도를 중심으로 전시해놓은 종합전시관과 우리 소설의 본바탕인 방각본(조선 시대에 판매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간행한 서적 [네이버 지식백과]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1.30., 국학자료원)과 딱지본(910년대 초반부터 구활자본으로 출간된 소설들로 책의 표지가 아이들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게 인쇄된 이야기책에서 유래된 단어[네이버 지식백과]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1.30., 국학자료원), 일제 강점기 해외 작가들의 번역물이 전시되어 있다. 소설가 김동인, 이광수, 시인 한용운, 이상 등 주요 문학인들의 초상과 친필 원고도 볼 수 있다.

종로구 청운동에는 윤동주 문학관이 있다. 누군가의 윤동주가 1938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고 1941년까지 다니면서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발견은 윤동주가 하숙집과 학교를 오가는 산책로가 바로 청운공원 일대이니 그 길을 산책하면서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들이 탄생했을 수 있다, 라는 것이 바로 종로구 청운동에 윤동주문학관이 건립된 원인이었다. 다소 미래지향적인 문학관의 외양이 윤동주의 문학관으로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지금 읽어봐도 순수함보다는 세련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윤동주의 시들과 왠지 모를 어울림이 있다. 1전시실을 포함 제 2, 3전시실이 있다. 이 문학관은 과거 물탱크로 사용하던 공간을 재해석한 건물로 2012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받기도 했다

경기도 양평군에는 황순원문학촌 소나기 마을이 있다황순원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것과 동시에 소나기라는 소설의 상징성을 보다 유쾌하게 꾸민 곳이다소나기 마을에는 소나기광장이라는 곳이 있는데재미있게도 매일 두 시간에 한 번 소나기가 오는데소나기의 주인공이 되어 원두막이나 수숫단으로 비를 피할 수 있다또한 소년과 소녀가 만나던 시냇물과 징검다리도 있으며소설의 빠질 수 없는 배경 야생화도 많이 피어있다황순원 작가의 대표작을 영상모형음성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황순원 작품을 종이책, e- book등으로 만날 수 있는 마타리꽃이라는 문학 카페도 있다소나기 마을에서는 백일장그림 그리기 대회 등황순원 문학제가 열리고 있다문학관에서 조용히 작품과 작가를 만나는 시간을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으나문학을 무겁게만 접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문학관에서 생각의 날개를 달아보다

 
  • 미당 서정주의 초상화다.

우리의 바쁜 일상은 사고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당장 눈앞에 해결해야 될 일들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의 시간을 일정대로 움직이다 보면 여유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정리하는 시간은 보다 나은 삶을 바라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책 읽을 시간은커녕, 하루를 정리할 시간조차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별로 유익하지 않은 인터넷 기사를 읽는 시간에 책을 펼쳐보는 게 어떨까? 국내에는 관광할 곳이 정말 많다. 관광지에 가면 관광이 목적이기에 시선에 집중을 하고 눈에 보이는 이미지에 감동한다. 눈으로 하는 관광, 몸으로 하는 체험 관광은 많이 하지 않았는가? 이제 느껴보는 관광을 추천한다. 문학관에서 작가의 생애를 되새기고,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를 걸어보면서, 주인공들의 삶에 공감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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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사랑하는 당신,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주제로 하는 문학관을 직접 찾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요? 정말 탐나는 여행이 되겠죠?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0년 02월 0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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