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따라서, 군산 스탬프 투어
근대문화의 흔적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대표 여행지 중 한 곳인 군산. 장미동과 월명동, 신흥동에 이르기까지, 일제강점기의 잔재들을 둘러보다 보면 시간 여행을 떠나 온 듯 신비로운 기분과 함께 우리 민족이 거쳐 온 진한 아픔의 시간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군산시가 제공하는 스탬프 투어는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시작된다. 군산시의 근대역사벨트를 돌아볼 수 있는 스탬프 투어, 다른 지역의 스탬프 투어와 섣불리 비교하기에는 조금 미안한 일이다.
군산 여행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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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관광 명소 곳곳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스탬프가 비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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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담고 있는 여행지이다.
군산에는 시간이 담겨 있다. 군산의 시간, 나아가 우리나라 가장 아파해야 했던 시간의 한 귀퉁이를 곱게 잘라내어 박제 해 둔 곳. 그곳이 바로 근대역사박물관이다. 때문에 마냥 즐거울 수는 없는 것이 군산 여행일 것. 도장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 찍을 때마다 한층 더 성숙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탬프 투어 중 만나게 될 스탬프 거치대는 박물관 로비에 위치해 있는 이 어청도 등대의 모습을 본뜬 것. 박물관 로비의 안내 데스크에서는 스탬프 투어의 리플릿을 받을 수 있으니, 이곳이 군산 여행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시간을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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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세관의 붉은 벽돌은 독특할 뿐더러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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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세관 안에서는 근대의 이모저모를 둘러볼 수 있다.
근대역사박물관에서 리플릿을 받아 들고 첫 번째 도장을 찍었다면, 앞으로 일곱 곳을 더 둘러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인 군산세관의 독특한 붉은 벽돌을 지나 일제강점기의 무역회사에서 북 카페인 ‘미즈커피’로 탈바꿈한 옛 미즈상사 건물을 둘러본다. 미즈커피에서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본 건물, 장미 갤러리에서도 스탬프를 눌러 담은 뒤에는 일본 제 18은행 군산지점이었던 건물인 근대 미술관을 둘러보자.
근대 미술관을 보고 난 뒤에는 우리 민족에게서 수탈한 쌀을 보관하던 창고를 개보수한 장미공연장을 들르는 것도 잊지 말 것. 한 블록 안에 네 개의 코스가 함께 있으니 발걸음은 가볍게, 마음은 조금 무겁게 두고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근대건축관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은행 군산지점이었던 건물이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은행원 고태수의 일터였던 곳 또한 이곳이니, 소설을 미리 읽고 간다면 남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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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포해양테마공원에는 해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가득하다.
마지막 코스인 진포해양테마공원은 장미동에 위치해 있는 볼거리 많은 공원이다. 이 공원이 조성된 것은 고려 말기의 명장인 최무선 장군이 왜선 500여 척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두었던 전투인 진포대첩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각 군에서 기증한 전투기, 헬기, 배, 장갑차 등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으니 둘러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일부 함은 내부까지도 구경해 볼 수 있으니,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을 빛내게 되는 것도 바로 이곳. 진포해양공원까지 이르렀다면 진포해양테마공원 안내소에서 제공하는 군산 근대역사벨트 스탬프 투어 완주 기념품을 받아가는 일도 잊지 말자.
군산 근대역사벨트 스탬프 투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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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당은 '전국 5대 제과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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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운행을 멈추었지만, 경암동에는 철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
군산시에서 제공하는 스탬프 투어는 짧은 시간 안에 군산의 진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엑기스’만을 모아 둔 것. 약간의 공부를 더 해 간다면 단연 더욱 알찬 군산 여행을 즐겨볼 수 있다. ‘가장 오래 된 빵집’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군산의 명물 이성당, 국내의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숱한 사람들이 다녀간 명소인 초원사진관 등은 군산을 찾았을 때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곳들, 골목 사이로 철길이 지나는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경관을 갖추고 있기에 으뜸 출사지로 꼽히는 곳인 경암동 철길마을 또한 군산시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이다. 어느 곳을 찾아도 이국적인, 하지만 지극히도 한국적인 풍경을 갖추고 있는 도시, 군산. 아픈 역사 위를 딛고 아름답게 핀 꽃을 보는 듯 애잔한 기분에 울고, 또 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