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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 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의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해가 새롭게 바뀔 때만 하더라도 원대한 꿈을 세우고선 올해는 꼭 이루리라 다짐했건만, 두 달이 지나고 보니 아무래도 말짱 도루묵이 된 듯하다. 일상은 여지없이 반복되고, 지난해의 근심은 다행히 떠났으나 새로운 근심이 냉큼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답답하다. 친구와 가족을 붙들고 하소연해 보지만, 가슴 속 답답함은 쉬이 갈 생각을 않는다. 일상의 모든 것이 부질없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그래서 기운이 빠지고 쉽게 우울해진다면, 그건 일종의 신호다. 지금 당장 떠나야 한다는 신호. 우리들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 대부분은 ‘사람’에 있지만, 때론 혼자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바다 따라 걸어볼까, 남해바래길 제1코스 다랭이지겟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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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바래길은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며 걸을 수 있는 도보여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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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바래길 제1코스인 '다랭이지겟길'에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자신이 온 길을 찬찬히 되돌아보며 가는 데, 걷기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남해바래길은 지난 2010년 조성된 남해의 도보여행길로 현재 14구간 중 10개 코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부분 코스는 남해를 따라 해안 길, 산길 등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길로 구성돼 있다. ‘바래’라는 말은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뜻하는 남해 지방의 토속어인데, 오래전 우리 어머니들이 생계를 위해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갔던 길이라고 해서 ‘바래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남해바래길은 코스마다 색다른 특징과 매력을 지니고 있기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길은 제1코스인 다랭이지겟길이다. 남해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구간으로 거리는 약 16km에 이른다. 다랭이지겟길은 평산항에서 시작되어 유구 진달래 군락지, 사촌해수욕장, 선구몽돌해안과 향촌조약돌해안, 향촌전망대를 거쳐 남해의 인기 명소인 다랭이마을을 지나고, 구 가천초교에서 끝난다. 시간은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
 

 
  • 다랭이마을은 산기슭을 따라 약 700개의 계단식 논이 펼쳐진 것으로 유명하다.

평산항은 고려 시대 왜적을 물리치기 위한 평산진성이 있었던 곳으로, 현재까지 장군당이라는 작은 사당이 남아 있다. 평산항 건너편으로 보이는 육지는 밤바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여수다. 맑은 날에는 여수 시내가 훤히 보일 정도로 가깝다. 이 코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가천다랭이마을은 명승 제15호로 지정돼 있을 만큼 마을의 경관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옛 선조들이 산기슭에 논을 한 평이라도 더 내기 위해 깎아 세워 만든 크고 작은 배미들이 장관을 이룬다.
 
이처럼 아름다운 남해의 비경 뒤로는 물때에 맞춰 해산물을 채취했던 아낙들의 노고와 논을 한 뼘이라도 더 늘리려고 했던 우리 선조들의 억척스러움이 묻어있다. 지는 해를 뒤로하고 비탈진 다랭이지겟길을 걷고 있노라면, 오래전 그저 ‘살아가기 위해’ 애를 썼던 옛 선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걷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위안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예나 지금이나 모두가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 그 자명한 사실 하나에 자그마한 위안을 얻을 뿐이다.
 

 

강변 따라 달려볼까, 섬진강 자전거길

 
  • 섬진강 자전거길은 전북 임실 섬진강댐에서 시작해 광양 배알도 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전북 임실 섬진강댐에서 시작해 광양 배알도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총 148km에 이르는 자전거길이다. 아름다운 섬진강변을 따라 지리산의 절경을 감상하며 달릴 수 있어 전국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자전거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의 물줄기를 따라 달리고 있노라면, 마음속 깊숙이 담아 두었던 근심과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권역에 따라 총 5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제1코스는 ‘섬진강이 낳은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의 생가가 있는 진뫼마을과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로 알려진 구담마을 등이 있는 임실이다. 제2코스는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과 춘향의 도시 남원을 경유한다. 제3코스는 옛 증기기관차가 달리는 철길을 따라 달릴 수 있는 곡성, 제4코스는 화개장터와 사성암, 아름다운 벚꽃길로 유명한 구례다. 마지막으로 제5코스는 봄철 아름다운 매화 향기를 맡으며 달릴 수 있는 광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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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자전거길 제1코스에는 김용택 시인의 생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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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자전거길 제5코스에는 매화로 유명한 광양 매화마을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따라 지역의 명소까지 볼 수 있으니, 섬진강 자전거길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 여행의 백미는 다름 아닌 사람에 있다. 섬진강 물줄기가 닿는 마을 마을마다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다. 어디에서 쉬어 가더라도 모두 사람 사는 곳이다. 홀로 떠난 여행이지만 결국 사람 사는 모습에 위안을 얻는다. 섬진강 길 위에서 사람 사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는 증거다.
 

 

산에 한 번 올라볼까, 북한산

 
  • 북한산은 예부터 산세가 높고 험준하여 '서울의 진산'으로 불려왔다.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흔하게는 체력 단련을 위해 오르고, 누군가는 고단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의 안식을 얻기 위해 오른다.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걸을 수 있어 산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산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빨리 걷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힘이 들면 쉬어 가면 된다. 마음대로 쉬어도 누구 하나 나무라는 이 없다. 좁은 길에서 둘이 만나면 한 사람은 웃으며 비켜선다. 내가 먼저 가겠다는 욕심은 누구도 부리지 않는다. 산은 잠시 쉬어가기에 적당한 여행지다.
 
서울과 경기 고양시, 양주시, 의정부시에 걸쳐 있는 북한산은 예부터 ‘서울의 진산’이라 불리며 명산으로 여겨져 왔다. 백두산,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과 함께 오악(五嶽)이라 불린다. 수도권 가까이에 있다 보니, 주말이면 산행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 중 하나다. 과거에는 백운대와 만경대, 인수봉 등 북한산의 세 봉우리가 삼각 모양으로 우뚝 솟아 있다고 하여 삼각산이라고도 불렸다. 해발 836m로 서울 근교에 있는 산 중에는 가장 높고 험준하다. 그만큼 오르는 맛이 있다.
 
북한산의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있노라면 금세 괜히 산행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쉬었다가 올랐다가, 다시 쉬었다가 올랐다가를 반복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보면 절대로 오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정상이라는 고지가 눈앞에 보인다. 힘겨운 시간을 지나온 만큼 정상에 오른 보람이 크다. 사람들은 산에 오르면서 쉬는 법을 배우고, 산에 오르면서 정상까지 오르는 법을 배운다.
 
북한산의 경사처럼 세상살이 참 가파르다. 한번 고꾸라진 마음은 회복하기가 참 어렵다. 그럴 때일수록 떠나야 한다. 길을 걷다 문득,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문득, 산을 오르면서 문득 사람을 만나고 인생을 배운다. 지친 마음, 나태한 마음이여 모두 어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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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 가족,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의미가 있지만 때론 혼자 떠나는 여행이 더욱 많은 가르침을 줄 때가 있어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0년 02월 0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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