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흐르는 길, 고성-삼척 낭만가도(浪漫街道),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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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흐르는 길, 고성-삼척 낭만가도(浪漫街道)


그 어느 때보다도 낭만이 필요한 시간, 단 한 풍경도 분위기를 깨서는 안 된다. 오늘만큼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둘 만의 시간을 원한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 ‘낭만가도’를 자신 있게 추천한다. 고성에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는 반짝 생겼다 사라지는 장식물, 억지로 만들어낸 분위기가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아름다움을 더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당신은 산과 바다 사이 끝없이 펼쳐진 길 위로 달리기기만 하면 된다. 낭만은 당연히 따라온다.

                    
                

고성군에서 삼척시까지 강원도 해안을 따라 달리는 낭만길, 낭만가도.

낭만이 있는 길, 영어로 하면 로맨틱 로드(romantic road)라는 ‘낭만가도’는 부산까지 가는 7번 국도를 따라 만든 강원도 고성에서 삼척까지 이어져 있다. 강원도 최북단에서부터 총 239.5km의 길이로 내려오며, 국도와 해안도로가 섞여 있고 곧고 완만한 해안선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백사장과 푸른 바다를 데리고 간다. 시작과 끝 지점인 고성, 삼척뿐 아니라, 중간중간 속초, 양양, 강릉, 동해, 삼척을 지나며 크고 작은 해안도시를 즐길 수 있어 낭만가도는 여행의 목적이 되기에 충분한 곳이다. 출발 전 알아둘 것, 낭만가도에서는 속도를 높이거나, 서둘러 출발할 일도 없다. 그저 풍경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쉬었다 달렸다만 하면 충분하다.

 

작은 항구와 하얀 백사장 길, 고성-속초구간

 
  • 김일성 별장이 있어 그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고성 화진포.

  • 고성 송지호의 일몰, 아담한 규모이지만 한적해서 더 좋다.

낭만가도의 시작점인 고성, 대진항부터 낭만가도를 시작한다고 보면 되는데, 겨울에는 곰치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작은 항구들을 만나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얼마 안 있어 낭만가도 첫 번째 석호(潟湖)인 화진포를 만나는데, 달리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동해와 자연 석호를 감상해 보면 좋겠다. 김일성과 이승만, 이기붕의 별장이 있었다는 사실로 그 수려한 풍경은 보지 않아도 알만한 곳이다. 특히 이 길에서 낭만을 만드는 데 큰 몫 하는 것을 하나 고르라면 바로 소나무로, 바닷가에 우거진 것들은 못 돼도 100년은 살아온 거목들이다. 세월을 타며 굽어진 선으로 풍경화를 그린다.
 
화진포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오징어, 명태 등 가지런하게 건어물을 말리는 풍경이 보기 좋은 거진항에 닿는다. 전통시장에서 건어물 살 수도 있다. 거진항 바로 밑에 있는 반암 해변도 볼거리로, 방파제와 새하얀 백사장이 예뻐서 잠시 걸어볼 만도 하다.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아 더 운치 있다. 이후 도로는 고성 군내로 통한다. 군내를 돌아 나오면 가진항, 공현진항 등 작은 어촌을 거쳐 송지호 변이다. 송지호 역시 석호로, 화진포에 비해 작고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지만, 자작나무와 갈대가 어우러진 풍경만큼은 일품이다. 특히 저녁노을이 질 때가 아름답기로 알려졌다. 이어 청간정과 천진 해수욕장을 만나게 되는데, 그즈음 바다서 누워있는 거북이 모양의 섬, 죽도를 발견하면 고성의 낭만가도는 마무리 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청간정은 설악산의 물줄기 청간천과 바다가 만나는 작은 구릉 위에 있다. 이곳에서 보는 바다와 일출, 낙조는 특히 아름다워서 예전부터 여러 시인, 묵객을 불러 세웠다.

 

바다 풍경의 절정을 찍는 길, 속초-양양-강릉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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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아바이마을 조형물과 빨간 전화부스. 작은 것이 큰 낭만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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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군 남애항은 정박된 배와 방파제, 등대가 어우러져 찍기만 하면 작품이 되는 곳.
 

고성을 벗어난 낭만 바닷길에서 커다란 호수가 보이면 속초라고 외쳐야 할 때. 그것은 바로 속초를 대표하는 석호인 영랑호로, 웅크린 호랑이 형태의 범바위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안도로는 영랑호를 곁으로 지나치지만, 호수 둘레를 따라 잘 닦인 도로를 따라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영랑호를 지나면 바로 속초항과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 인기를 끌었던 아바이마을과 청초호가 나오고 조금 더 아래 외옹치 해수욕장을 지나면 대포항에 닿는다. 대포항에는 활어 시장뿐 아니라. 각종 해산물 튀김과 구이를 현지 분위기 그대로 먹을 수 있어 잠시 들러 별미를 맛보면 좋다. 입안 가득 바다를 담는 느낌이다.
 
속초를 벗어나자마자 양양군이다. 양양군은 대부분이 산지지형이기는 하지만 광활한 면적을 지니고 있는 만큼 볼거리가 많다. 특히 긴 해안을 따라 늘어선 낙산사, 하조대, 죽도정, 남애항이 지루할 틈 없게 한다. 낙산사 역시 관동팔경의 하나로, 2005년 산불로 대부분이 불에 탄 아픈 기억을 지녔지만, 2007년 다시 복원했다. 새로 태어난 낙산사의 모습에 안도한 마음이 홍련암과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더욱 시원하게 느끼도록 할 것이다. 낙산사를 지나 길게 뻗어 내린 백사장을 따라 내려와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정자가 있으니, 바로 하륜과 조준의 하조대. 풍경도 아름답지만 깨끗한 파도 덕분에 날이 따뜻해지면 바다에서 보드를 타는 서퍼(suffer)들도 볼 수 있는 곳이다. 복에 겨운 듯, 이쯤이면 짙푸른 망망대해 구경도 잠시 지겨워질 수 있는 시점, 양양 남애항은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해 꼭 멈춰서야 할 포인트다. 항구 변 돛배들과 빨간 등대, 방파제가 연인들의 화사한 배경이 돼 줄 것이기 때문. 실제로 사진작가들의 출사 장소로도 꼽히는 장소다.
 

 

다채로운 재미가 있는 길, 강릉-동해-삼척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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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출로도 이름난 강릉 경포 해변은 사계절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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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경포 해변 바로 앞에 경포호가 있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져 아름다운 곳
 

강릉에 들어서면 먼저, 어시장으로 유명한 주문진항을 만난다. 이른 시간이라면 난전에서, 해가 중천에 떴다면 회 센터에서 회를 사 먹을 수 있다. 낭만가도가 생기기 전부터 특히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난 길이 많았던 강릉의 해안도로에는 바닷길 따라 오래된 소나무들이 늘어서 운치를 더한다. 주문진에서 경포 해변까지도 바다 바로 곁에 난 길 덕에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주문진에서 30여 분쯤 지나 닿는 경포는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는 곳.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와 더불어 봄에는 벚꽃 흐드러지게 피는 습식지로 알려진 경포호, 신사임당의 오죽헌, 선교장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므로 초행이라면 특히 들러 살펴보기를 권한다.
 
경포 해변에서 다시 출발. 이제 강릉 구간의 막바지에선, 매년 1월 1일 모든 차표가 매진 행렬을 하는 정동진을 보게 된다. 모래시계와 조각 공원, 거대한 크루즈 호텔이 유명 관광지임을 입증하기에 금방 알아보게 된다. 연인들에게 또 하나 추천할 만한 길은 정동진에서 조금 더 아래 심곡항에서 금진항을 거쳐 옥계항까지 이어지는 약 5km 구간이다. 백사장과 바다를 마주한 해안 절벽에 꽃과 풀이 어우러져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길로, 오붓한 데이트 코스에 어울린다.
 
이제 동해시에 들어선다. 묵호항에서 내려가는 동안에는 한결같이 얕고 투명한 바닷물이 함께한다. 파도가 감기고 들어가는 것이 훤히 보일 만큼 바다와 가까운 도로다. 동해시의 명물, 묵호항 등대와 마을 벽화는 그 자체로도 볼거리지만, 높이 올라 시원하게 트인 먼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 높은 언덕도 올라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 포인트는, 애국가 영상 첫 소절에 등장하는 추암해변. 절대 비경이라 할 만한 절벽과 동굴, 촛대바위를 비롯한 해안지형이 수려해 새삼 눈이 즐거워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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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시 추암해변에서는 촛대바위를 비롯해 바다가 만든 조각품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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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 새천년 해안유원지 소망의 탑에는 사랑의 자물쇠를 걸 수 있는 곳도 있다.
 

추암해변의 여운을 그대로 이으며 들어서는 낭만가도의 마지막 도시는 삼척시. 삼척해수욕장부터 삼척항에 닿게 되는 4km의 길을 새천년 해안도로라고 부른다. 일출로 알려진 해안 공원에는 쉼터와 소망을 적을 수 있는 소망의 탑도 있어 차 한 잔을 곁들여 쉬어가기 좋다. 더불어, 소망의 탑과 해안가 조명은 밤에도 괜찮은 야경을 자랑하니 참고할 것. 새천년 해안도로는 맹방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역시 울창한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동해안에서 가장 회가 싸다는 임원항 등 작은 항구들을 지나치며 달리는 길, 어느새 속도를 줄일 시간이 다가온다. 삼척의 해안을 따라 떨어지던 낭만가도는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인 갈령재 입구 원덕읍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 한 곳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일, 낭만가도 절경 사이로 사랑을 찾아보자.

근래 낭만가도에 대한 보도를 살펴보니, 현재 예산 문제로 낭만가도는 표지판 등이 완료된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이 때문에 바닷가를 따라가다 보면 어디가 맞는 길인지를 헷갈릴 때도 있을 것. 하지만 본래 국도와 해안도로를 이어 만들었고 바로 곁에는 7번 국도가 이웃하기 때문에 잠시 우회할지언정, 길이 막힐 일은 없다. 낭만가도에서 벗어날까 걱정할 필요 없이, 굽이굽이 해안을 따라 난 길을 지켜가다 보면 눈을 떼기 힘든 풍경을 벗 삼아 길에 대한 생각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길을 잃어도 당연히 낭만은 끝까지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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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삼척까지! 바다와 산의 절경 사이로 오붓하게 달리는 길, 낭만가도에서 봄이 오는 소리, 사랑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트래블투데이 황은비 취재기자

발행2015년 03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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