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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여보자! 우리 강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에는 크고 작은 강이 많다. 원래 산이 많으면 강이 비례한다던데, 그래서일까? 한반도 지도에는 큰 강에서부터 뻗어나가는 얇은 실핏줄 같은 물줄기가 꽤 많다. 바다와 달리 육지 한가운데로 흐르는 강은 생활에 꼭 필요한 물을 공급하고 땅을 이루는 흙과 돌을 자연적으로 운반 하며, 수려한 경관까지 겸비한 고마운 존재. 이처럼 늘 삶 주위를 흘러온 우리 강줄기에는 저마다 흥미로운 사람들의 삶 이야기가 어려 있다. 땅을 휘감아 바다로 들어가는 강물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가는지 <트래블투데이>가 알아봤다.

                    
                


산과 강이 풍부한 대한민국은 대표 강으로 꼽히는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만 합쳐도 무려 1,500km가 넘는다. 길이가 길뿐 아니라, 널따란 골짜기 따라 늘 같은 물만 흘렀으리란 법도 없지만, 수천 년 묵묵히 흘러온 강줄기에는 그 자리를 스쳐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굽이굽이 서려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설로, 보통 큰 강일수록 많다. 많은 이들의 애정을 받은 강일수록 얽힌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이야기 할 것은 우리의 역사와 함께 흘러온 한강, 경상도를 관통하는 낙동강, 호남평야의 젖줄 금강의 물줄기가 들려준 것들이다.

 

정선 아우라지부터 흘러오는 한강 물줄기

 
  • 한강의 두 지류인 북한강과 남한강은 강원도에서 발원한다. 사진은 경기도 남양주로 흘러들어오는 북한강 물결.

한반도를 가로지르면서 역사의 흥망성쇠를 목격한 한민족의 한강. 그 물줄기는 여전히 흐르고 있다. 발원지로 거슬러 올라가면 강원도로, 두 지류인 남한강은 삼척, 북한강은 금강산이다. 본류 남한강 물줄기는 강원도의 깊은 골짜기로부터 합쳐진 조양강, 동강, 평창강 등이 유입한 것. 이중 조양강이 있는 정선은 예로부터 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자연스레 따라 나오는 익숙한 이름, 정선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아우러져 흘러 그리 불리는 곳으로. 정선 아리랑의 탄생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 정선의 아우라지는 한강의 본류인 남한강을 만드는 물줄기. 송천과 골지천이 어우러져 아우라지라 한다.

아우라지는 조선 후기 임진왜란으로 불에 탄 경복궁을 보수하는데 필요한 목재를 운반하는 물길로 큰 역할을 하게 됐는데, 이 때 뗏목을 타던 이들이 정선 아리랑을 널리 보급한 장본인이다. 한양으로 가는 정선 끝자락 물길에 있는 한 주막에 전산옥이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어 늘 오가는 이들로 붐볐으며, 이는 한양까지 소문이 날 정도였단다. 이는 ‘황새 여울 된 고깔에 떼를 띄워 놓았네/ 만지산에 전산옥이야 술상 차려 놓게나 (중략) 술 잘 먹구 돈 잘 쓸 적엔 금수강산이더니/ 술먹고 돈떨어지니 적막강산일세’ 라는 구절과 같이 당시 뗏목꾼들의 삶이 아리랑 잘 나타나 있다.
또 하나의 전설은 아리랑 애정편에 관한 것으로, 옛날 아우라지를 사이에 두고 여량과 가구미에 떨어져 살던 처녀, 총각이 함께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 했는데, 폭우로 물이 불어 건널 수 없게 된 심정이 ‘ 아우라지 뱃사공아 날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고 가사에 그려진다. 지금은 아우라지에 다리가 놓였지만, 여전히 강변에는 아우라지 처녀상이 건너편을 바라보며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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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 아리랑으로 승화된 애절한 전설의 주인공 아우라지 처녀상이 강 건너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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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정선은 강을 따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레일바이크를 비롯해 재미있는 즐길거리가 많은 고장이다.
 

이처럼 구슬픈 정선 아리랑 정서를 간직한 정선이지만, 오늘날엔 훨씬 명랑한 고장이 됐다. 먹거리와 손님으로 북적이는 정선 5일장과 레일바이크가 푸른 물줄기를 따라 즐거운 여행길을 선물한다. 최근에는 관광열차인 아리랑 열차(A-train)이 개통되면서 접근성과 흥을 높였다. 깊은 산골의 맑고 좁은 물줄기를 찾아 정선으로 떠나는 여행은 도심 속 넓은 한강의 물줄기를 또 달리 보이게 할 것이다.

 

가락국 신화 들려주는 낙동강 물줄기

 
  • 경상도를 관통하는 낙동강은 고령, 상주, 김해 걸쳐있었던 국가, 가야와 인연이 깊다. 위 풍경은 경북 상주시의 낙동강 전경.

낙동강은 북녘의 압록강을 제외하면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이다. 크게는 안동에서 김해까지 긴 물줄기로 경상도를 관통하는 400여 km의 긴 물줄기는 강원도 태백시내의 황지연못을 발원지로 하고 마지막에는 남해로 흘러들어간다. 황지연못에도 얽혀 내려오는 황 부자 전설이 있으나, 여기선 낙동강을 아울렀던 가락국 이야기를 하려 한다.
 
먼저, 낙동강(洛東江)이라는 이름은 가락국(가야)의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다. 옛 가야가 고령, 선산, 의령 등 경북과 경남에 두루 걸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데, 낙동강 하류에서 시작한 가야의 시초 가락국은 김수로왕에 의해 건국됐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인물이 등장하니,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후, 부산 해운대 동백섬에 있는 인어상으로 알려져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서기 48년, 지금의 김해 땅에 가락국을 세운 수로왕에게 신하들이 혼인을 청했지만, 그는 하늘이 정해줄 것이라 여겼다. 그러던 중 마침 ‘망산도’ 바다에서 배가 들어와 아리따운 공주가 내렸는데, 왕과 대신이 알아보고 맞이했더니,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라 했다. 그녀는 부모의 꿈에 상제가 나와 하늘이 정한 가락국의 왕에게 공주를 보내라는 명한 것으로 오는 길이었다. 둘은 그 길로 부부의 연을 맺고 평생을 함께 했다고 한다.
여기서 허황후의 모국 아유타국은 여기서 가락국과 손을 잡은 타 세력을 상징한다. 당시의 낙동강 물줄기는 지금 김해에서 부산과 구포로 흐르는 물줄기와 다른데, 오늘날에 제방공사로 낙동강 하류에 육지가 많이 생긴 것이다. 공주가 배를 타고 왔다는 ‘망산도’도 지금은 김해 칠산동 자리에 있었던 섬으로 추측될 뿐 정확한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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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수로왕릉 곁에 위치하는 수로왕비(허황후)릉. 전설을 따라 여행할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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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수로왕,왕비릉 가까이에 한옥체험관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
 

타이, 인도 등 국적에 대한 다양한 설이 난무한 허황후는 어쨌거나 기록된 최초의 국제결혼 여성으로, 그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것은 김해 시내 수로왕과 왕비릉이 증명한다. 김해시청 근처에 당시 가락국의 위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수로왕·왕비릉은 입구의 납릉 정문부터 경내 신위를 모신 숭선전까지 그 옛날 낙동강 물줄기 사이사이 흘렀던 이 땅에 세워진 가락국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돌아볼만하다. 또 왕릉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옥체험관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멋들어진 한옥에서 숙박 체험 뿐 아니라, 수로왕과 허황후의 기분을 느껴볼 수 있겠다.

 

고마나루 전설을 안은 금강 물줄기

 
  • 호남평야의 젖줄, 금강 하구에는 해마다 철새들이 찾아와 진풍경을 이룬다. 사진은 전북 군산 일대 금강의 가창오리 떼.

전북 장수군에서 시작해 서해 군산만으로 흘러나가는 금강은 길이 약 394km의, 낙동강, 한강 다음으로 큰 강이다. 소백산맥을 끼고 있는 상류는 고원이 많아 무주구천동을 더불어 아름다운 계곡을 볼 수 있다. 하류에는 분지와 평야가 발달해 일찍부터 일대 주민들의 밥줄을 담당했으며, 해마다 가창오리를 비롯한 여러 철새가 찾아오기도 한다. 또한, 융성한 백제문화의 중심이 된 물길이며, 부여에서는 백마강이라고도 부른다. 금강에는 조금 슬픈 전설이 하나 있다. 충남 공주시 곰나루에 얽힌 ‘암콤’ 전설이 그것으로, 백제의 옛 수도 웅진(熊津)과 지금은 곰나루 혹은 고마나루라고 부르는 웅진나루의 지명 유래이기도 하다. 사연은 이러하다.
 
지금으로부터 1,000여 년 전, 사냥꾼이 잠자는 암콤(암컷 곰)을 보고 화살을 쏘려다 가련함이 들어 발길을 돌리려다, 도리어 깨어난 곰에게 잡혀버렸다. 암콤은 그를 공주 연미산에 있는 동굴로 데려가 2년간 자식 셋을 낳으며 살았는데, 도망가지 못하게 늘 입구를 돌로 막아두었다. 그러다 사냥꾼을 믿고 입구를 열어둔 어느 날, 그는 고깃배를 타고 도망쳐버렸다. 이를 안 암콤이 자식 셋을 안고 강가 절벽에서 울부짖었으나 발길을 돌리지 않자, 새끼들을 하나씩 강에 빠뜨려 죽이고 물속으로 따라 몸을 던졌다. 이후 그 자리를 지나는 나룻배가 뒤집혀 사람이 죽기 시작했고 이를 들은 백제왕이 사냥꾼을 연미산 맞은편에 살게 했으며 사당을 지어 제사도 지내주었다. 그러자 사고가 멎었고 그 나루의 이름을 웅진이라 했다.

 
  • 암콤의 한이 서려있어 이름지어진 고마나루의 낙조. 그 한을 달랠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오늘날 명승 21호로 지정된 고마나루는 금강 변 솔밭과 넓은 백사장이 잔잔하고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웅진대교 반대 방향으로 강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공원과 수영장 등 관광단지도 조성돼있다. 매년 여름마다 암콤 전설을 바탕으로 한 고마나루 축제를 열어서 인지 그 옛날 한 맺힌 암콤의 애절함은 물길에 씻겨 내려간 듯 보인다. 주변에 무령왕릉과 공주 박물관, 한옥마을과 함께 둘러보기에도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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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1년 11월 2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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