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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힘, 쌀을 말하다


한국인에게 쌀은 친숙하다 못해 중독에 가까운 식재료. 따뜻하고 찰진 밥은 이탈리아인의 파스타처럼 우리에겐 소울 푸드(soul food)라 할 수있다. 비록 근래에 들어서는 밀에게 밀려 그 지위가 예전만 못하긴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꼭 밥을 먹어줘야 제구실을 하는 법. 오늘은 한식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우여곡절 쌀의 운명

 
  • 25년 만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국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그 옛날 쌀은 살기 위해 먹어야 할 양식인 동시에, 부를 상징하는 재산이었다. 곳간에 쌀이 많은 집이 부자였고 어찌나 귀했던지 심지어 조선시대의 평민들에게는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주요 농작물로 경제성장에도 큰 몫을 했지만, 쌀의 운명은 점차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식생활의 서구화가 일어나면서 밥보다는 면, 떡보다는 빵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 실제로 국내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들어 2014년에는 67.2kg을 기록했다. 1980년대 이후 쭉 감소한 것으로, 가장 많이 소비했던 1970년 136.4kg에 비하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쌀과 한국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사랑받는 전국의 한식 별미 중에는 쌀이 근본이 되는 것들이 많다. 또 떠나간 한식 입맛들을 되찾기 위해 쌀도 변신을 시도 중이라고 한다. 쌀은 다시 상승세를 타게 될까? 먼저, 쌀 중심의 별미부터 찾아가보자.

 

밥, 부재료의 맛 살리는 도화지

 

한국의 쌀은 외국과 달리 찰기가 있고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달짝지근 감칠맛도 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밥맛’이라는 것은 바로 이것으로, 외국에 나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쌀밥을 씹는 것으론 충족이 안 된다. 이 폭신한 식감과 고소한 맛은 여러 음식을 빛나게끔 도화지 같은 역할을 한다. 비빔밥이 대표적이고 물론 쌀 자체로 음식이 되는 경우도 많다.

 
  • 쫀득한 식감이 매력인 함양의 연잎밥

  • 담양 죽통밥은 대나무 향과 영양이 가득하다.(사진협조:현-bluesky0518.blog.me)

  • 양양의 송이밥은 깊은 강원도 산의 맛이난다.(사진협조:양양군청)

경남 함양의 연잎밥은 함양군의 특산품인 연잎으로 찹쌀과 흑미 등 잡곡을 감싸 쪄낸 음식으로 잡곡을 넣어 달콤하고 찰진 식감이 일품이다.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에서 “연잎에 밥 싸두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는 구절을 떠올릴 만하다. 연잎에 밥을 싸면 쉬이 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밥 자체로 맛을 지니기 때문에 반찬 하나 없이도, 차게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전북 담양의 향토음식 ‘죽통밥’도 마찬가지. 담양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대나무에 잡곡을 넣어 찌는 이 음식은 3년 이상 자란 왕대의 통만 쓴다. 담백한 쌀이 대나무 향을 흠뻑 입어 향긋한 맛이 난다.
강원도 양양에도 맛깔 나는 밥이 있다. 강원도의 맑은 산지에서 자란 송이버섯을 앉혀 김을 올린 송이밥이 그것. 송이는 향이 강해 한 조각만 넣어도 충분할 정도라고 한다. 야생으로만 구할 수 있어 가치가 높은 송이버섯의 향이 밴 밥알마다 강원도 깊은 산의 향기가 느껴지는 음식이다.

 

밀에 뒤지지 않는 쌀의 변신

 

요즘은 밥을 대체할 먹거리가 많아진 게 사실이다. 면, 빵, 고기 등 도시의 외식메뉴는 꼭 밥이 없어도 큰 일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연히 줄어든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쌀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일단, 쌀을 꼭 밥으로만 먹어야한다는 편견을 깨는 게 우선. 강원도 홍천의 특산품 중에는 쌀 찐빵이 인기인데, 홍천 쌀은 높은 해발에서 자란 것으로 일교차가 큰 곳에서 여물어 맛과 품질이 뛰어나기로 알려져 있다. 쌀 찐빵은 손으로 직접 만들어 더 쫄깃하고 소화에도 좋단다.
옛날부터 밥맛 좋기로 유명한 남도의 쌀, 전남 강진에서는 쌀 막걸리를 생산한다. 다른 재료를 섞지 않고 강진 쌀로만 빚은 강진의 친환경 막걸리는 2014년 남도의 전통술로 지정되기도 했다.

 
  • 쌀로 만들어 더욱 쫄깃한 강원도 홍천 쌀찐빵(사진협조:홍천쌀찐빵 블로그)

  • 전남 강진의 쌀로만 빚은 강진 친환경 막걸리(사진협조:강진군청)

  • 먹기좋은 모양의 낙원동 떡집 오색설기

쌀로 만든 음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떡. 한국의 전통 떡을 대표하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은 많게는 90년이 넘은 오래된 떡집들이 모여 있는데 그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있다. 빵에 밀리지 않기 위해 여러 퓨전 떡들이 등장한 것. 오랜 전통 떡집의 맛은 이미 말할 것도 없지만, 젊은이들을 비롯해 더 많은 대중에게 소비되기 위해 먹기 편리하고 보기에도 예쁜 떡들이 등장한 것이다. 낙원동에서 40년을 넘게 장사한 한 떡집은 최근 떡 카페로 리뉴얼하고 소포장 떡을 판매하면서 젊은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 우리 몸에는 우리 것이 제일. 매년 전국 곳곳에서는 품질 좋은 쌀이 생산된다.

쌀의 변신도 그렇다. 최근에는 1인 가구가 늘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쌀 가공식품의 소비가 오히려 들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시간이 지나도 한국인의 ‘밥심’은 여전할 것이니 만큼, 다양한 형태로 쌀을 소비할 기회가 많아지면 쌀의 운명은 다시 바뀔 것이다. 우리 역시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아직 쌀 생산에 종사하는 많은 농가를 염두에 두어서도, 쌀 소비에 좀 더 너그러운 소비자가 돼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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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쌀 소비는 줄었지만, 1인가구가 많아지면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쌀 가공식품 소비는 늘었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농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쌀로 만든 음식에 애착을 더해보는 게 어떨까요?

트래블투데이 황은비 취재기자

발행2015년 04월 0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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