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고궁으로 봄나들이 갈까? <창경궁 편>,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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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고궁으로 봄나들이 갈까? <창경궁 편>


창경궁에는 유난히 잔디가 많다. 다른 궁궐(경복궁, 덕수궁, 창덕궁)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그 옛날 궁궐에 대대적인 조경 공사라도 한 걸까? 아니다. 창경궁 안의 잔디는 건물이 헐린 자리에 깔아놓은, 말하자면 터를 표시한 자리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날 창경궁의 모습은 원형의 2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등을 거쳐 많이 훼손된 것이다. 하지만 봄날의 창경궁은 옛 역사를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뽐낸다. 더욱이 창경궁 부속 건물 중에는 ‘봄 춘(春)’ 자를 쓰는 경춘전이 있기도 한데, 이곳의 뒤뜰은 궐 안에서 꽃 구경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또 한국에서만 자라는 미선나무도 창경궁에 있다. 창경궁의 봄 풍경은 어떨까?

                    
                

한국 토종 미선나무 꽃, 양화당 뒤뜰에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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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명전 뒤에 피어난 개나리. 꽃이 피기 전에는 미선나무와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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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선나무가 있는 곳은 바로 양화당의 뒤뜰.

이름만 들어서는 여자가 떠오른다. 미선, 혹은 미선이. 미선나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름과 달리(?) 미선나무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첫째로 한국에서만 자란다는 점이 그렇고, 둘째로 주로 돌밭에서 자란다는 점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미선나무 군락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충북의 괴산인데, 창경궁 양화당 뒤뜰에서도 미선나무를 만날 수 있다. ‘미선(尾扇)나무’라는 이름은 이 나무의 열매가 ‘미선’이라 불리는 고급 부채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 붙었다. 개나리와 비슷하지만, 색깔이 하얗고 향이 있다. 미선나무가 있는 양화당 뒤뜰 일원에는 진달래, 개나리도 피어난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창덕궁을 관람하고 바로 창경궁으로 ‘넘어올’ 경우 반드시 양화당 뒤뜰을 거치게 돼 있다(물론 창경궁 관람 후 창덕궁으로 갈 때도 마찬가지다). 두 궁궐을 이어주는 길에서 이토록 귀한 꽃을 볼 수 있음은 큰 복이다.

 

경春전 뒤뜰의 앵두꽃와 생강나무 꽃

  • 4월이 되면 경춘전 뒤뜰은 앵두꽃 등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양화당을 기준으로 대각선 방향에 경춘전이 있다. 경춘전은 성종 14년 최초 건립됐고, 이후 화재로 소실돼 순조 재위 시절 최종 재건됐다. 여기서 정조와 헌종이 태어났다. 말 그대로 경사스러운 곳이다. 그래서일까? 이곳 뒤뜰은 창경궁 안에서도 봄꽃을 구경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여기서는 앵두꽃, 생강나무 꽃 등을 볼 수 있다. 생강나무 꽃은 3월 말이면 볼 수 있고, 앵두꽃은 그보다 조금 늦게 4월 초부터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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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교 일원, 매화의 모습이 아름답다.

창경궁을 정문인 홍화문부터 관람할 경우 옥천교를 건너게 된다. 옥천은 옥천교 아래를 흐르던 개울인데, 창덕궁의 금천교와 마찬가지로 바깥세상의 부정한 것을 씻어준다고 믿었다. 옥천교 일원에는 자두나무와 살구나무가 심겨 있다. 자두나무의 자두꽃은 오얏꽃이라고도 불리는데, 한자로는 ‘이화(李花)’다. 이 꽃은 대한제국의 상징 꽃이기도 했다. 또 살구나무는 흔히 열매인 살구로 더 유명한데, 창경궁뿐 아니라 여러 궁에 살구나무가 심겨 있다. 열매를 얻기 위해서일까? 그보다는 살구나무의 효능 때문이다. 살구씨는 임금의 약재로도 널리 쓰였고, 살구나무 자체가 ‘염병’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또 살구 열매가 많이 열리는 해에는 병충해가 없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럴진대 임금의 거처인 궁궐에 살구나무 한두 그루 정도는 심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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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에 가면 우리나라 고유의 나무인 미선나무를 꼭 관찰해 보도록 해요. 그리고 꽃필 때 더욱 아름다운 옥천교에 서서 자두나무와 살구나무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7년 03월 1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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