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고궁으로 봄나들이 갈까? <덕수궁 편>,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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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고궁으로 봄나들이 갈까? <덕수궁 편>


고궁을 소개할 때 흔히 ‘빌딩 숲에 둘러싸인…’ 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는 다분히 고궁 바깥을 의식한 설명일 뿐, 온전한 소개라고는 볼 수 없다. 막상 궁 안에는 수십~수백 년 수령의 나무, 풀이 ‘진짜’ 숲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덕수궁도 마찬가지다. 덕수궁은 서울의 다른 궁궐들에 비해 더 번잡한 곳에 있다. 시청역과 서울시청과 플라자호텔 등 여러 도시 인프라 시설이 인근에 밀집해 있다. 하지만 궁 안에서는 사계절에 걸쳐 꽃이 피고 진다. 봄이 되면 대한문 담장 안쪽에 산수유가 피고, 정관헌 일원에 미선나무가 하얗게 흐드러진다. 그동안 덕수궁 돌담길만 걸어봤다면, 올봄엔 덕수궁 돌담 ‘안’으로 과감히 들어가 보자.

                    
                

왕실 행차로(대한문~중화문) 따라 걷는 벚꽃길

  • 4월이면 대한문에서 중화전에 이르는 길에 벚꽃이 흐드러진다.

덕수궁은 산벚꽃이 유명하다. 정문인 대한문을 지나 중화문에 이르는 구간에 4월이면 벚꽃이 환히 피어난다. 이 구간은 과거 궁궐의 행차로이기도 했다. 잘 닦여 반듯한 길이 요즘 보아도 손색없다. 궁궐 안이니 당연히 포장은 돼 있지 않다. 봄이 와 바람 불면 하얗게 흙먼지가 일기도 하는 곳이다. 봄바람 불 무렵 이곳을 지나는 여성들의 치마가 바람결에 물결치면 ‘꺄’ 소리와 함께 까르륵 넘어가는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인들 어깨 위에 내려앉는 분홍 벚꽃은 그 옛날 왕실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혹자는 ‘일본의 나무’인 벚꽃이 궁궐 안에 있음을 불쾌해할 수도 있다. 정부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이에 한때는 궁궐 안의 벚나무를 다 베어버리자는 의견도 개진된 바 있으나 무산됐다. 지난 1960년대, 한 식물학자가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한라산으로 주장하면서다. 오늘날 궁궐 안에 피어난 벚꽃을 본다면, 일제강점기의 국치(國恥)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함녕전 뒤뜰에 모란이 피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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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녕전 유현문은 꽃담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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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녕전 뒤편에는 금낭화와 할미꽃, 진달래 등 다양한 꽃들이 피니, 찬찬히 시간을 두고 둘러보자.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이 승하한 곳이 바로 덕수궁 함녕전이다. ‘다 함께 안녕하다(평화롭다)’는 뜻의 건물인 함녕전(咸寧殿)에서 고종이 안타깝게 돌아가신 점은 아이러니다. 이 함녕전 뒤뜰에는 모란이 심겨 있다. 모란의 개화 시기는 4월 말. 예부터 부귀의 상징이요, 꽃 중의 여왕이라 불리는 모란이 이곳에 피어난다. 조선 임금 중에는 특히 연산군이 모란을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곳의 모란꽃은 4월부터 5월까지만 볼 수 있는데, 혹시 방문 시기를 놓쳤다면 옆의 류현문 꽃담으로 아쉬움을 달래도 좋다. 류현문은 ‘오직 현명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의 문이다. 류현문은 꽃담의 일부인데, 경복궁 자경전의 꽃담 못지않게 안온한 느낌을 준다. 

 

정관헌에 새긴 대한제국의 문양, ‘오얏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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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헌 기둥 상단에 새겨진 흰 꽃은 대한제국의 문양 오얏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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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문 일원에는 산수유가 피어난다.

오얏꽃이라고도 불리는 자두꽃은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오얏 이(李)’자가 조선 임금의 성씨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덕수궁에서는 오얏꽃 문양을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정관헌이다. 러시아인 사바틴이 설계한 정관헌은 양식과 한식 건축을 조합한 ‘퓨전’ 형태의 궁궐 건축이다. 이 건물 기둥 상단에 하얀 오얏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 다소 빛바랜 단청일지언정 오얏꽃을 보노라면 풍전등화 같던 대한제국의 운명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이 밖에도 정관헌 뒤뜰의 미선나무, 대한문 돌담 안길의 산수유 등을 볼 수 있다. 미선나무가 있는 정관헌 뒤뜰은 오솔길 형태로 걷기 좋다.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중화전이나 석조전 일원에 몰리는 반면, 정관헌 뒤뜰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덕수궁에서 사색하고 싶다면 정관헌 일원을 추천한다. 한편 정문인 대한문 앞 돌담길 일원은 이른 봄 산수유가 수줍게 피어나는 곳이다. 소나무 옆에 나란히 피어나는 산수유가 덕수궁의 봄을 가장 먼저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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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에 둘러싸인 고궁 안에는 '진짜' 숲이 있다는 사실, 트래블피플도 알고 있었나요? 덕수궁 돌담길보다 운치 있는 덕수궁 오솔길, 꽃길을 걸어보아요.

트래블투데이 서덕아 취재기자

발행2017년 03월 1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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