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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완도군 지역호감도

4월엔 느린 걸음으로 ‘청산 완보(緩步)’


국토의 남단, 완도항에서 뱃길로 50분. 온통 푸르다 하여 ‘푸른 산(靑山)’이란 이름을 가진 이곳. 바로 전남 완도군 청산도다. 지난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됐으며, 국내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풍경에 취해 저절로 걸음이 느려진다는 섬, 청산도 슬로길. 그곳을 가장 멋지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지금 이곳에 있으니, [트래블투데이]가 그 현장을 찾았다. 

                    
                

사계절 푸른 섬, 청산(靑山)

청산도는 슬로길과 함께 '푸른 곳'으로 기억되곤 한다.

완도군 청산면에 딸려 있는 청산도는 사계절 푸른 섬이라고 하여 '청산(靑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섬이다. 다도해와 어우러진 풍광이 빼어나, 마치 신선들이 살 것 같다고 하여 '선산(仙山)', '선원(仙源)'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망망대해에 떠 있던 외딴 섬 청산도가 처음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993년의 일. 임권택 감독이 이곳에서 영화 <서편제>를 촬영하고 나서부터다.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들 무렵,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선정되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됐다. 때묻지 않은 자연 경관과 맑은 물, 푸른 바다를 간직한 청산도는 이제 우리나라 대표 '힐링 관광지'로 통한다. 경쟁과 속도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가치를 일러주는 곳으로서 명성을 얻고 있다. 완도에서 뱃길로 100분 거리에 있는 인근 제주도가 오름 탐방객들의 명소라면, 청산도는 도보 여행을 즐기고 남도를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을 이끈다. 

 

슬로길, 어떻게 걸을까?

걷기 명소답게 청산도의 타이틀도 화려하다. 세계슬로길 1호(2011년 지정), 이야기가 있는 생태탐방로(2010년 지정) 등이 그것이다. 지난 2010년에는 총 11개 코스, 전체 42.195km에 이르는 ‘슬로(slow)길'이 조성되기도 했다. ‘42.195’는 마라톤 코스의 길이이기도 한데, 그만큼 오래, 더 천천히 걸을 수 있음을 상징하는 숫자다.

1코스부터 11코스까지, 각 코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각기 다르니, 위의 표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 볼 것. [트래블투데이]는 각 코스가 포함하고 있는 ‘길’과 명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1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길부터를 살펴보자. 1코스는 미항길과 동구정길, 서편제길, 화포랑길을 포함하고 있는데, 도청항부터 선창을 따라 걷는 길인 미항길은 어촌의 활기를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다. 동구정길이란 이름은 도락리의 옛 우물의 이름을 딴 것인데, 이 우물은 가뭄이 들어도 항상 일정한 깊이를 유지하고 있다 하여 ‘신비의 우물’이라고도 불리니 동구정길을 걷는 동안 이야기꽃을 피워낼 수 있을 것. 서편제길은 그 말 그대로 <서편제>가 촬영되었던 길이다. 영화의 장면 속에서도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걷는 장면이 촬영된 길이니, 영화 속의 명장면을 재현하듯 노래 한 가락을 흥얼거리며 걸어 보아도 좋지 않을까. 마지막, 화포랑길은 바다에 파도가 이는 꽃과 같은 모양을 감상할 수 있다 하여 꽃 화 자에 파도 랑 자를 쓰니, 이곳에서라면 청산도 앞바다의 멋진 풍경을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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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도청항까지 이르는 길에 '바다 감상'을 먼저 즐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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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항길은 도청항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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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길, 풍경 때문인지 영화 때문인지 발걸음이 가벼워져만 갈 것.

다음은 사랑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이곳은 연애바위와 ‘읍리앞개’가 유명한데, 연애바위의 명물은 바로 ‘사랑의 나무 열매’. 이곳은 서울 남산 등에 걸린 ‘사랑의 자물쇠’처럼, 나무 팻말에 메시지를 적어 걸 수 있도록 돼 있다. 연애바위를 지나 ‘봄의 왈츠’ 촬영지 방면으로 걷다보면 푸른 바다가 안길 듯 내려다보인다. 완도의 대표 아이콘인 낮은 돌담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사랑길을 걷다 보면 갯돌밭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읍리앞개다. ‘앞개’라는 말에서 연상할 수 있듯, 앞이 보이는 갯돌밭 혹은 앞날을 생각하는 갯돌밭이라는 정도로 해석하면 충분하다. 

읍리앞개에서 이어지는 고인돌길은 청산도 역사문화 자료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길인데, 청산진성과 고인돌, 하마비, 초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값진 길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청산진성은 2010년 복원된 것으로, 이 청산진성에 오르면 청산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으니 참고해 두자. 고인돌길이 끝나면 낭길이 이어진다. 말 그대로 낭떠러지를 따라 걷는 이 길, 아슬아슬하면서도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은 신비로운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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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슬로길을 걸으며 만날 수 있는 풍경들.

권덕리에서 범바위까지 이르는 길을 범바위길이라 하는데, 이 범바위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이곳에 살던 호랑이 한 마리가 바위를 향해 크게 울부짖었더니 메아리가 본래의 소리보다도 더 크게 울려왔다는 것. 이에 호랑이가 도망쳐버리니, 이 바위를 범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범바위길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거대한 용처럼 굽이치는 길을 가진 용길이니 재미있는 일이다. 

구들장길과 다랭이길에서는 완도의 독특한 풍경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구들장논과 다랭이논을 볼 수 있다. 구들장길, 다랭이길을 걷다 보면 ‘느린섬 여행학교’를 만날 수 있는데, 느림에 대한 철학을 제대로 배워가고 싶다면 이 느린섬 여행학교에 머물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상서돌담마을부터는 돌담길과 들국화길이 차례로 펼쳐지는데, 상서마을 돌담길은 ‘슬로시티’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낮은 돌담이 이어져 정취를 더해 준다. 
 

봄빛을 입은 청산도는 곳곳이 풍경이다. 사진 속 장소는 지리청송해변 인근의 벚꽃길.

해맞이길은 이른 아침부터 걸어 보아도 좋을 곳. 청산도 제일의 일출 명소라 할 수 있을 항도(목섬)과 신흥리, 상신포, 진산리를 잇는 이 길은 새해 첫 날이면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청산도에서의 완보가 봄날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는 하나, 9코스의 단풍길은 가을에도 청산도를 찾게 하는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된다. 진산리에서 지리까지, 단풍길이 이어지니 가을이면 바다의 푸른빛과 청산도의 단풍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어 내니 말이다. 

8코스에서 해맞이길을 만날 수 있었다면, 10코스에서는 노을길을 만날 수 있다. 지리해수욕장부터 고래지미를 지나 도청리뒷등길까지 이어지는 노을길은 청산도의 낙조 명소다. 해송과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지리청송해변을 즐길 수 있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걸어 볼 만한 길. 고래지미는 일몰에 비친 섬의 모습이 고래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니, 일몰 때 고래지미를 걷는다면 바다에서 고래의 모습을 찾아보라. 마지막, 미로길은 청산도의 골목들을 걸으며 사람 사는 냄새를 느껴볼 수 있는 곳. 곳곳의 아기자기한 벽화가 트래블피플의 미로길 걷기를 도울 것이다. 

 

슬로길 걷기 좋은 계절, 봄. 청산도슬로걷기축제

청산도의 슬로길 걷기는 지금이 ‘제철’이다. 매년 봄마다 진행되는 청산도슬로걷기축제, 올해는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 간 계속된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스탬프를 찍는 행사가 진행되기도 하니,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는 것도 청산도 슬로길에 대한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나의 길을 모두 걸을 때마다 브로슈어에 스탬프를 찍다 보면 완도군의 선물도 챙겨갈 수 있을 것.(몇 개의 길을 완보하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선물의 가짓수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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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슬로걷기축제의 곳곳은 '서편제'를 테마로 장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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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우체통 옆에 선 가족들이 청산도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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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공예체험판매장의 내부 모습.

청산도슬로걷기축제는 <서편제>와도 많은 접점을 갖는다. 청산도슬로걷기 축제에서는 샌드아트 퍼포먼스인 ‘청산도 100리길 여행’을 만나볼 수 있으며, 도청항 느림공원의 야외무대에서는 ‘명창과의 만남’이 진행된다. 공연 프로그램으로 서편제 마당극이 공연되기도 하니, 이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일. 

물론, <서편제>에 대한 이야기만을 청산도슬로걷기축제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슬로길’인 만큼, 힐링을 테마로 진행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으니 말이다. 명사를 초청하여 힐링토크를 진행하고, 축제장 곳곳에는 ‘느림보 우체통’이 설치된다. 도락리해변과 서편제길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이루어지고, 느린섬 여행학교에서는 청산도 바이오수로 족욕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 걷다 지친다면 범바위의 ‘범바위 氣 충전소’를 이용해 보아도 좋을 일. 청산도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며 슬로축제 힐링캠프를 이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 집에까지 청산도에서의 힐링을 가져가고 싶다면 ‘전복껍질 그림그리기’나 ‘조개공예’ 등의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본다면 어떨까. 청산도 슬로길을 걸으며 느낀 감상들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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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6년 04월 0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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