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인바운드 관광’이라는 말이 유난히 눈에 많이 들어오게 되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을 통칭하는 인바운드 관광. 우리나라의 인바운드 관광은 2010년 이후 쭈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한 편에서는 내실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인바운드 관광의 제 1시장인 중국을 대상으로 한 여행사의 절반 정도가 손실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내실의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제시되고 있는 내실의 강화에 대한 개요는 서비스 및 매력도의 확대, 이미지의 제고, 인프라 구축, 여행상품의 개발 등으로 실전과의 간극이 상당한 것. 물러서기에도, 나아가기에도 애매한 것이 지금의 인바운드 관광이나, 이 혼란스러운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우수 사례는 존재한다. 그러니 오늘 자 <트래블투데이>, 인바운드 관광을 말한다. 대구광역시를 중심으로 말이다.
대구광역시는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도시다.
대구. 온라인 인바운드의 효시를 당기다
대구광역시가 인바운드 관광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다. 경상도, 그중에서도 대구와 상당한 경계를 공유하고 있는 경상북도의 경우는 일찍부터 인바운드 관광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노력을 쏟아 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말이다. 대구와 경상북도는 관광의 관점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비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대구광역시는 면적 면에서도, 접근성 면에서도 경상북도에게 우위를 내어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2년, 주목할 만한 한 수가 대구에서 빛을 발한다. 대구에서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일본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인바운드 관광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구광역시의 온라인 인바운드 관광 지원 서비스는 일본의 여행 전문 사이트와의 연계를 통한 것. 이 온라인 인바운드 관광은 시기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퍽 적절한 것이었다 할 수 있다. 홍보의 중심에 선 것은 같은 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KBS2 TV의 드라마 <사랑비>의 촬영지였는데, 촬영지가 대구 근대문화골목의 청라언덕 일원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것이 일본에서 대표적 인기 한류 배우로 꼽히는 장근석과 윤아(소녀시대)였다는 점은 대구광역시가 준비한 온라인 인바운드의 대상인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인바운드 관광의 제 1시장인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일본에 대한 인바운드의 시도였으니 틈새시장의 공략이 목적이었다면 제법 흥미로운 일, 그리고 성공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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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열리는 다양한 한류 관련 축제들은 인바운드 관광객들의 발길과 기억을 오래도록 붙들어 매곤 한다.
인바운드, 어떤 곳을 겨냥해야 하는가
일일이 열거해 보지 않더라도, 관광시장의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실로 많은 것들이 있다. 엔화의 약세에 따라 일본인 관광객의 입국 비율은 낮아지고 있으며, 대신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 관광객들이 두 자릿수의 비율로 방문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가별 공략’이라는 것이,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중국을 겨냥해서가 아니라면 발 빠르고 민감하게 세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요 관광지에 붙은 중국어 안내판이나 일본어 안내판은 곧 타이어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중국이 현 인바운드 관광 시장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여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곧이곧대로 반영하는 것은 상당히 미시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대구광역시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구 관광의 활성화 방안에도 물론, ‘맞춤형 관광 프로그램 상품’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대구 관광 천만 명의 시대를 꿈꾸며 두드러지는 국가별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대구광역시의 맞춤형 관광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키워드는 골목, 길, 장년층의 추억 여행, 교육, 체험, 캠핑, 전통장터 등. ‘○○○ 드라마 촬영지’, ‘쇼핑 명소’ 등 시의성의 영향이 큰 키워드를 사용하지 않아 개별 키워드에 대한 매력도를 실감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천만 관광객 시대를 앞둔 대구광역시의 면면을 샅샅이 들여다본 <트래블투데이>가 내린 진단은 ‘아주 건강함’이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 보자. 외국어로 된 안내판의 교체, 다양한 관점에서의 관광해설사의 배치 또한 여행 서비스 제공에 있어 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나, 이는 찾아올 이들이 아닌 찾아온 이들에 대한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대구광역시는 찾아온 이들뿐만 아니라 찾아올 이들까지를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저가 항공사를 유치, 국제선을 확충하고 대구공항을 무비자 환승 공항으로 지정하여 관광 편의의 본질을 공략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고, 의료 관광의 면에서는 현재 ‘대세’라 할 수 있는 미용 목적의 의료 관광이 대신 한방 의료, 모발 이식 등 장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수요를 핵심으로 삼았다. 3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약령시에 대한 홍보를 빼놓지 않고 챙겨 간다는 점 또한 대구의 인바운드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꼼꼼히 세워진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마케팅 용어로서의 ‘인바운드’는 본디 4대 매체를 제외한 다른 방법으로 타겟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이르는 용어이니,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들의 개인 SNS를 이용하여 대구 관광을 홍보하고 있다는 점까지를 거론한다면 대구광역시가 내다보는 인바운드 관광의 청사진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대구광역시의 과녁은 제법 먼 곳에 있다. 천만 관광객이란 대구가 거쳐 가게 될 경유지 중 한 지점일 뿐인 셈이다.
다양해지는 빛깔, 짙어지는 빛깔
대구 명품 관광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명소들. 각각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직접 나서볼 것!
앞서 살펴본 내용에서 대구광역시는 위로 쌓아올리기보다는 기반을 다지는, 부수적인 면보다는 핵심적인 면에서의 강화를 중점으로 삼고 있었다. 대구광역시의 전략을 살펴보기 전, 이 맥락에서 참고할만한 내용을 전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달 국내 300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인바운드 관광을 위한 우선 강화 대상으로 소비와 레져, 건강관리 등이 결합된 복합 관광이 4할이 넘는 비중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는 사실이다.
대구광역시가 채택한 전략은 빛깔을 다양히 할 것, 그리고 그 빛깔마다 보다 강한 색을 입힐 것. 곧 내실 있는 관광 인프라의 확충이라 할 수 있겠다. 일례로 대구광역시가 제공하는 대구 대표 명품 관광코스와 시티투어 버스의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촘촘히 짜여진 일정과 동선을 예상했다면 대구광역시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조금 부족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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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의 대표 명품 관광 코스에는 권역별 네 개 코스가 제공된다. 각 권역 별로 ‘Best of Best’라 할 수 있는 스팟을 모아 놓은 것까지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을 것. 하지만 이후 단계가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대구광역시의 대표 명품 관광코스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나의 여행 목적, 머무는 시간, 관심사에 따라 관광코스를 활용해 방문하고 싶은 관광지를 선택하고, 나만의 여행코스를 만들어 나만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시티투어 버스 프로그램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시티투어 버스는 그저 대구 시내 일대를 순환한다. 시티투어 버스 탑승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닭똥집 명물거리 상품권 뿐. 어디에 내릴지, 어디로 갈지는 오롯이 관광객들의 몫인 것이다.(하지만 이 상품권, 대구를 대표하는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는 하니 실망은 금물이다.)
천만 관광객 유치를 위핸 대구광역시의 노력은 계속된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강남구에서 열렸던 여행박람회 당시의 대구 홍보 부스.
위에 인용했던 대구 대표 명품 관광 코스의 카피라이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관광객들은 대구광역시를 리더로 삼아 움직이지 않는다. 대구광역시 안에서 대구광역시의 소스를 활용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재생산해 내게 되니, 마케팅적 측면에서라면 SNS를 통해 온라인에서 이루어져야 할 ‘인바운드’를 오프라인으로 끄집어낸 것이다.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을 바운더리 안으로 끌어온다 하여 ‘인바운드 관광’이라는 용어를 쓰는 요즘의 추세에 비추어 보자면 상당히 선진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전략이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따라 대구 관광의 빛깔은 다양해지고, 점점 더 짙어진다. 미래 관광에 대한 고민을 관광객들과 함께 나누고 있는 것이다. 대구광역시가 가진 다양한 빛깔 중 어떤 것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른 배색 효과를 낼 수 있으니, 새로운 빛깔을 발굴하기도, 중점을 둘 빛깔을 선택하기에도 좋은 전략이다. 이 거대한 실험의 장 앞에서, <트래블투데이>는 단연 찬사를 보낼 수밖에.
곧 대구에서 컬러풀 페스티벌이 열린다. 관광, 그리고 예술이 결합된 이 축제는 그야말로 컬러풀한 것. 다섯 개의 서로 다른 축제들을 합하여 컬러풀 페스티벌이라 부르는 것이니 말이다. 대구광역시의 슬로건이 ‘컬러풀 대구’라는 점, 본고를 모두 읽은 뒤라면 ‘이름 한번 잘 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있지 않을까 김칫국을 마셔 본다.
인바운드 관광이 ‘대세’라는 지금, 한 발짝 뒤를 내다보고 싶으시다면 대구광역시에 스포트라이트를 향해보세요! 앞으로 더욱 다양한 빛깔을 보여줄 대구, ‘컬러풀 대구’가 기대됩니다! 특히 ‘2016 대구 경북 방문의 해’에는 더더욱 말예요~
글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5년 12월 0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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