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울 때는 오히려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것이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생긴 이유도 아마 이러한 유래에서 왔을 터. 그런 점에서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잠시 떨어져 보는 것은 타성에 젖었던 일상에 새로운 각도를 제시한다. 여행이 호연지기를 기르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더욱이 예기치 못한 역경이 닥칠 때 그것을 이겨내는 방식도 한 인간을 자라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역경과 고난이 있는 여행이어야만 한 인간이 깨달음을 얻고 스스로 자랄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문화적으로나 자연적으로 완전히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간다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완전한 가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남국의 리조트로 휴가여행을 떠난다면 어떤 사람은 스노클링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안고 올 것이다. 혹자는 입에 맞지 않았던 음식을 생각하며 다음 여행에는 햇반을 준비해야겠다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조트가 들어서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환경을 오염시키고 원주민들을 배제시킨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오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편하게 쉬다 오는 여행이라도 제각기 생각의 폭은 다르게 작용하는 것이다. 조금 더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여행을 매번 같은 곳만 가봤더라도 그 사이에 본인이 얼마나 성장했느냐에 따라 얻어오는 정신적 자산은 달라지는 것이다.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어쩔 수 없이 가봤던 경주와 성인이 된 이후 관심이 생겨서 가본 경주가 달라지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에서 꼭 깨달음을 얻겠다고 안달한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행에서 느낀 소박한 느낌이 쌓이고 쌓여 깨달음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지눌국사가 제창한 돈오점수에 빗대어 보면 한층 이해가 더 쉽다. 쉽게 말해 깨달음을 얻더라도 꾸준히 자기 자신을 닦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혹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닦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로도 쓰인다. 결국 빗대어보자면 자신이 여행지에서 받은 느낌을 충실하게 마음에 담아두고 곱씹어 보는 것이 여행에서 깨달음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러니 숨가쁘게 깨달음을 얻겠다고 동동거릴 필요도 없을 듯 하다.
헤르만 헤세는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묶고 있는 속박은 어디서부터 왔는지, 어떤 것인지 깨닫고 싶다면 일상을 잠시 정리하고 여행이라는 이름의 선물을 주는 것은 어떨까.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듣는다 해도 그 사람이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까지 내가 얻어올 수는 없는 법이다. 같이 여행을 떠나도 남에게 깨달음을 그대로 이식해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스스로 여행을 떠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여행에 필요한 마지막 한 걸음이 아닐까.
여행은 사람의 눈높이를 키우고, 높아진 눈높이는 같은 여행지에서도 다른 통찰력을 발휘합니다. 돌고도는 선순환 관계에서 트래블피플의 마음이 쑤욱 자랐기를 바래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옥란 편집국장
발행2017년 11월 0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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