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미가 느껴지는 대청마루 난간
회화나무는 나쁜 액을 물리치고 큰 인물이 나온다고 하여, 집 담장 안쪽에 심으며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집 가까이 두던 나무다. 선비의 고고한 정신을 상징하기도 하여 양반이 사는 마을이면 곳곳에서 회화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경주 양동마을은 전통 민속마을 중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촌으로, 월성 손(孫)씨와 여강 이(李)씨가 모여 전통과 역사를 이어온 동족마을이다. 마을은 경주시에서 동북방향으로 2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마을 뒤엔 설창산이 뻗어낸 산등성이와 골짜기가 물(勿)자형의 지세를 이룬다.
경북 경주 양동마을에 위치한 이향정
야트막한 언덕 위 둥글게 보금자리를 튼 이향정
야트막한 언덕 위 담장 밖으로 빼꼼 얼굴을 내민 회화나무를 따라 올라가니 둥글게 보금자리를 튼 이향정이 보인다. 자신의 보금자리라는 듯 집 전체를 둥글게 빙 두른 담장이 아늑해 보인다. 넓은 안강평야에 자리한 양동마을의 고택 중에서도 이향정은 온양군수를 지낸 이범중 선생이 살던 곳으로, 조선 숙종 21년(1695)에 지었으며 고택의 이름은 그의 호인 이향정(二香亭)을 따서 지은 것이다. 현재 그의 후손이 머물며 고택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마을의 안골로 들어서는 동쪽 입구 첫 어귀에 남향으로 자리한 이향정은 튼 'ㅁ' 자형 평면을 이루고 있으며 안채, 사랑채, 아래채, 방앗간채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서 이향정을 내려다보면 각 건물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듯 깊은 처마를 자랑하는 기와지붕이 슬며시 이어져 있다. 토담으로 둘린 이향정 안으로 들어서면 사랑채 오른쪽 끝에 있는 중문이 눈에 들어온다. 이 중문을 통하여 사랑채 뒤편에 자리한 안채로 드나들었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안채와 사랑채를 대각(大角)으로 배치한 것은 중부지방 큰집들의 특징인데 이향정도 그러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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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담으로 둘러싸인 이향정 안에 자리한 중문2
ㅁ자형을 띤 이향정의 가옥구조안채는 ‘ㄱ’자 모양으로, 서쪽 끝에 부엌을 두고 그 오른편으로 안방, 대청, 건넌방을 차례로 두었다. 그 왼쪽엔 광과 아랫방이 자리하였다. 각방과 대청 앞뒤로 반 칸의 툇마루를 설치하였고 안채 뒤편에 방앗간채를 만들었다. 이향정을 지은 이는 사랑채와 안채를 별도의 구조로 나뉜 공간에 두었다. 각각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남녀의 각각 구별된 생활상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ㅡ’ 자 모양의 사랑채는 앞면 6칸·옆면 1칸 반 크기로 가운데 2칸 대청을 중심으로 좌우에 방이 들어선 구조다. 특히 사랑 큰방 뒤에는 부엌과 툇마루를 두고선 마루를 서재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툇마루의 난간을 ‘亞’자형으로 만들어 누마루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래채는 앞면 6칸·옆면 1칸 크기로 가운데 헛간을 만들고 양옆에 광을 두었다. 이향정은 건물의 기본 구성을 잘 따르면서도 쓰임새에 따라 적절한 변화를 가미하였다. 전통고택의 풍미에 실용적인 면모를 더한 건축물이다.
마당 한쪽에 고추를 널어놓은 모습이 참 정겨운 이향정은 현재 후손이 가풍을 이어받아 살림집으로 살고 있다. 그러면서 나그네들의 하룻밤 보금자리로도 선뜻 내어주는 따뜻함이 있다. 아랫목에 손을 넣으면 손끝을 타고 흐르는 열기가 구들방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불을 때 놓으신 어르신의 손길만큼 따뜻해 몸과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색다른 따뜻함이기 때문에 오래도록 아랫목에서 손을 빼지 못한다. 일류 호텔 방에 묵는 것이 좋은 숙박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은근히 달아오르는 구들방의 열기처럼 자연의 향기가 새록새록 온몸을 파고드는 한옥에서의 하루는 잊고 지냈던 오감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귓가에는 새들의 지저귐이 파고들고 몸이 닿는 곳 어디든 인공적인 것이 없음에 새삼스러운 마음이 든다. 옆에 앉아 계시며 고택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오랜 시간 고택과 함께 늙어왔음이 그 목소리에 잔잔히 묻어나와 괜스레 코끝이 시큰거리기도 하다.
ㄱ자형의 안채
경주 양동마을은 이향정과 같은 고택이 몇 채 더 있다. 집안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락한 고택이 있지만 불편함에 꺼리는 고택도 있다. 사실 양동마을을 들르면 여러 집을 기웃거리며 들여다보게 마련인데, 이 또한 ‘집’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자연과 닿아 있는 생활 속 작은 공간을 서재로 만든 것을 미루어 볼 때 주인은 자연에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신라의 역사로 더욱 정취 있는 경주의 자연 속에서 이 고택의 주인은 지성을 갈고 닦았을 터. 지식을 사랑하고 고택과 함께 늙어감이 고택을 더욱 운치 있어 보이게 한다.
* 주변 관광지
양동민속마을
이향정이 자리한 양동민속마을은 마을 자체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통감속편(국보 283), 무첨당(보물 411), 향단(보물, 412), 관가정(보물 442), 손소영정(보물 1216)을 비롯하여 서백당(중요민속자료 23) 등 중요민속자료 12점과, 손소선생 분재기(경북유형문화재 14) 등 도지정문화재 7점이 있다. 유교 전통문화와 관습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 아름다운 우리 예절과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불국사
경북 경주시 진현동 토함산 기슭에 있는 신라 시대 절로 석굴암과 더불어 유명한 불교 유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 경내에는 다보탑(국보 20), 3층석탑(국보 21), 연화교·칠보교(국보 22), 청운교·백운교(국보 23), 금동비로자나불좌상(국보 26),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27), 사리탑(보물 61) 등 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다.
김유신장군묘
사적 제21호 김유신장군묘는 674년(문무왕 14) 축조되었으며 넓이는 1만 4143㎡이다. 문무왕은 채백(彩帛) 1,000필, 벼 2,000석을 내리고 군악고취(軍樂鼓吹) 100명을 보내어 김유신을 장사지내게 했으며, 비를 세워 공적을 새겨두고 수묘(守墓)하는 백성을 배정해주는 등 최고의 예를 베풀었다. 그 무덤의 양식이 왕릉이나 다름없었음을 알 수 있다.
[트래블스테이] 종오정
연못에 소담히 피어난 연꽃, 울창하게 우거진 소나무가 빚어낸 풍광. 300년 수령의 향나무와 250년 수령 측백나무가 있는 종오정에서는 사극에서나 보았던 우리 전통의 정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회색 빛 높다란 건물에 염증이 난 트래블피플이라면 안성맞춤! 이곳 종오정에서 고택만의 옛스러운 멋과 기품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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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블투데이 최고은 취재기자
발행2017년 03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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