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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에서 벗어나기, 에너지 자립마을 성대골


‘에너지를 절약하자.’, ‘에너지를 아끼자.’ 이를 주제로 수많은 캠페인이 이어져 왔건만 그럼에도 에너지 의존도는 해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결국 현시대에 에너지로부터 독립하기란 꿈도 꾸지 못할 일 같았는데, 예외가 있었다. 전기의 마수에서 벗어나기를 선언한 마을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성대골’이다. 2011년부터 에너지 절약 운동을 시작한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타 지역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의 전기를 쓸 수 있는 것일까? 2만 2천여 세대의 마치 기적과도 같은, 그 생활상을 탐구해본다.

                    
                

성대골 사람들의 에티켓, 에너지 시민성

성대골은 마을 단위가 에너지절약운동을 펼치며 유명해진 곳이다.

신대방삼거리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만 더 걸어가면 성대골을 만날 수 있다. 마을의 모습은 드문드문 벽화가 그려진, 여타 동네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되고 있으니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성대골에 살던 십여 명의 주민들은 환경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고, 그 결심으로 본격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을 시작하였다. 마침 건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이도서관이 아지트 역할을 하였으며, 에너지절약운동은 점차 주민들의 합심으로 그 규모가 커졌다.
 
이러한 과정 아래 성대골은 에너지 자립마을이란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곳 주민들이 실천하는 에너지 자립운동은 현대에 필요한 최우선의 에티켓이자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에너지 시민성이다. 기업이나 나라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과 자식을 위한 기본 예의로의 절약이므로 어떠한 영리적 목적이나 기업, 지자체의 개입도 없다. 오로지 주민 스스로 일구고 가꾸는 것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이 같은 운동을 펼친 일은 전 세계에서도 전무하다니 성대골이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이렇게 마을은 유명세를 얻고 이곳에서 행해지는 에너지 절약 운동은 이제 마을 바깥으로 나가려 발돋움 중이다. 

 

지식을 나누다, 어린이도서관과 마을학교, 에너지슈퍼마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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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별 에너지사용량을 그린 막대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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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성대골어린이도서관에서 에너지 절약 운동의 첫 페이지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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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골 마을학교의 다채로운 수업이 아이들을 향상시킨다.

앞서 얘기한 어린이도서관은 본래 초등학교가 없던 상도4동에 어린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지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처음 성대골 에너지 절약 운동의 첫 페이지가 시작되었다. 아이 손을 잡고 온 어른들은 이곳에서 에너지 절약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논의해왔다. 벽 한쪽에는 ‘성대골 절전소’ 그래프가 붙어있는데 운동에 참여하는 가구별로 매달 사용한 에너지양을 표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직접 막대 그래프를 그리면서 서로 에너지를 절약한 일화와 노하우를 풀어놓는다고.
 
에너지학교라고도 불리는 마을학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 운동에 관한 환경수업을 실시한다. 선생님은 바로 아이들의 부모님. 부모가 먼저 에너지절약 관련 내용에 대해 사전 교육을 받은 뒤 아이들에게 해당 내용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예체능 활동과 더불어서 다른 주제를 가지고서도 부모님이 재능기부 수업을 하기도 한단다. 그러니 국영수 중심의 일반 학교와 달리 다양한 주제의 수업을 듣는 매력이 있다. 실제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국사봉중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수업이 편제되었으며 다른 학교에서도 출강을 요구한다니, 수업의 질과 유익함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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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크기의 에너지슈퍼마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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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슈퍼마켓에서는 에너지 절약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에너지 절약을 돕기 위한 에너지 생활기술 제품과 절전형 제품, 그리고 비전력제품을 판매하는 에너지슈퍼마켙은 에너지 관련 상점으로서는 제1호점이라 자부한다. 명칭 또한 슈퍼마켓의 초기 표기법을 따라 ‘켙’으로 정한 점이 돋보이는데 상점치곤 공간이 꽤 협소하다. 왜인고 하니 사실 제품 판매가 주목적은 아니라는 것. 우스갯소리로 태양광 휴대폰 충전기, 천연 가습기 등 각종 신기한 발명품과 제품보다 노하우를 더 값지게 판단다. 에너지 관련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배우는 게 일 순위이기 때문. 

 

모여서 어울리다, 이동식 에너지카페와 마을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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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을 다니며 운동을 홍보하는 이동식 에너지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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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자전거 발전기로는 솜사탕을, 태양열로는 커피와 삶은 게란을 만들어 준다. 

이렇듯 성대골에는 에너지 절약에 관한 지식을 나누는 장이 있는가 하면, 다 같이 모여 어우러지는 때도 있다. 바로 이동식 에너지카페 ‘해!바라기’가 마을 외 지역을 배회하며 운동을 홍보하다가 주민들 앞에 주차했을 때이다. 태양열 에너지판을 설치한 푸드트럭 모양의 이 친환경 카페는 자전거 발전기로는 솜사탕을, 태양열로는 커피와 삶은 계란을 만들어 팔고 있다. 한편 2012년부터 개최한 에너지자립마을축제도 눈길을 끈다. 화합의 장으로, 주민들이 물건을 교환하거나 사고팔며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축제는 성대골 주민뿐 아니라 외부인이 와서 즐기기도 한다니, 관심 있는 트래블피플이라면 참여해 보자.
 
이렇듯 마을이 내는 웃음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에너지절약운동은 타지 사람들의 귀에 전해지고 에너지 시민성 또한 옮아간다. 의식의 변화를 통해 더 큰 모임과 어울림이 이뤄지는 것. 이를 위해서 지금도 성대골 주민들은 바삐 움직인다. 마을 내 함께 전력 소비를 줄일 상점을 찾아 착한 가게 마크를 붙이고, 여러 프로젝트와 실험을 통해 대도시에 적합한 수준의 에너지 절약 방법을 연구한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모두가 열심이니, 성대골에서 이러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접한다면 저절로 삶의 기운이 불끈불끈 솟아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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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골의 이곳저곳을 방문하며 에너지 절약의 이모저모를 알고 나면, 트래블피플도 모두 에너지 절약의 마음이 더 자라날 거예요!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6월 0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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