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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잃지 않는 힘, 상주 양진당


양진당을 처음 찾으면 대문채와 본채가 만드는 독특한 ㅁ 자 형태와 건축 구조에 절로 눈이 가게 된다. 풍양 조씨 검간 종택인 이 곳은 임진왜란 당시 상주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검간 조정이 처가에 있던 99칸 가옥을 옮겨지은 것이 그 시초. 1626년 당시에는 99칸이라는 규모로 광활하리만큼 큰 집이었지만 지금은 그 규모가 많이 줄었다. 

                    
                

남방과 북방의 양식 한데 섞이다.

 
  • 상주 양진당이 복원된 모습. 대문채 쪽에 마련된 대청마루가 눈길을 끈다.

상주시 낙동면 승곡리에 위치한 양진당은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 1568호로 지정되어 있다. 특유의 ㅁ 자 형태는 바로 상주의 자연 조건에 맞춰 지은 것. 일설로는 집 뒤에 위치한 갑장산의 줄기가 서너줄인 것에 착안해 일부러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산 위에서 내려보면 말씀 언‘言’ 자가 되도록 만든 것. 이후에도 가세에 따라 줄일 때도 있고 늘일 때도 있었지만 지금도 대문채와 본체가 만드는 특유의 모양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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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간을 지나 본채로 접어드면 고상식 가옥으로 접어드는 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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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상식 가옥은 뒤에 산을 둔 집의 낙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도 쓰였다.

한편 눈에 보이는 또 다른 특징은 가옥의 마루바닥과 대지 사이의 거리가 유난히 멀다는 것. 특히 본채로 올라가는 난간을 보면 1.5층으로 집을 짓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바닥과 대지 사이에 공간이 남는 고상형 건물은 덥고 습기가 많은 남쪽의 주거형과도 흡사하다. 여름에는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을 덜 받을 수 있고 강과 가까운 저지대인만큼 하천이 범람할 때 집이 물에 잠기는 참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장점. 이 역시도 자연 조건에 맞춰 지은 검간 조정의 혜안을 엿볼 수 있는 요소다. 한편 추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지혜는 북방식 가옥 구조에서 따왔다. 바로 한 면에 방을 두 줄로 배치한 겹집 방식이다. 차가운 공기의 영향을 덜 받고 내부의 따듯한 공기가 유출되는 것은 막을 수 있어 바람이 세거나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강원도 등지에서 발견되는 가옥 양식이다.
 
지붕은 정침의 툇마루 상부만 겹처마로 하고 나머지는 다 홑처마로 처리했다. 특히 겹처마의 경우 일반적으로 원형 서까래에 방형 부연을 얹는 데 반해 양진당은 서까래를 네모지게 다듬어 부연과 같은 모습을 취하게 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양진당의 면모는 조선시대 주거유형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로 꼽히며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되게 됐다. 특히 기둥에 굵은 부재를 사용하면서도 투박해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을 보이고 있어 역사뿐 아니라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높은 건물로 평가되고 있다. 

 

뜻과 뜻이 만나 이룬 양진당의 역사

 
  • 양진당의 뜻을 담은 본채 현판. 

양진당의 모습을 처음 보면 일반 여염집이라기 보다는 학문의 공간으로 보인다. 실제 검간 조정이 양진당을 건립한 이유도 종가의 제사와 후손들의 독서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집안의 젊은이들만 참가할 수 있는 가문의 서원과도 같은 역할을 했던 것. 이는 이름으로 쓰인 ‘양진’의 의미를 되짚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기를 양(養)에 참 진(眞)으로 참다운 정신을 기르는 집이라는 뜻이니 학문을 밝게 닦아 진리를 실천하는 학인을 키우겠다는 의지나 다름없다.

 
  • 양진당은 일제강점기 시기에도 꾸준히 교육의 장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문을 열었다.

학문의 공간으로서 양진당을 활용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시기에도 그리 변하지 않았다. 풍양 조씨 문중에서 1911년 사립풍창학교를 설립하려는 인가신청서를 내었다가 일제에게 끝내 허가를 받지 못한 것, 낙운사숙의 후신인 조명강습소가 양진당을 터전으로 삼아 교육을 진행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 조명강습소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1920년부터 1924년까지, 약 5년간을 버틴 조명강습소는 낙동보통학교가 개교하며 강제로 폐교되는 수순을 거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진당을 꾸준히 교육기관으로 활용하려 한 것을 보면 풍양 조씨 문중에서 양진당을 한낱 가정집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교육공간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했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지금의 양진당은 풍양조씨 연수원으로 쓰이고 있다. 매해 전국에 퍼져있는 풍양 조씨 대학생들을 모아 뿌리교육을 하는 장소다. 문중의 어른들은 십시일반 연수비를 보태고 후손들은 학생일 때 연수비 부담없이 참여하는 것이다. 더불어 종친 부녀자들은 연수생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는데 나서 그야말로 가문의, 가문에 의한, 가문을 위한 교육공간으로 쓰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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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간직하고 있는 보물, 양진당이 있는 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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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08월 1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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