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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세월 동안 불 위에서 달구어진 뚝배기 안에 고인 맛깔나는 국물이 어느새 입안에도 가득 고였다.
철조망 사이로 고개를 내민 노오란 호박 꽃 하나. 호박의 속살처럼 노란 꽃잎에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보통 자전거보다 길다고 생각했는데 페달이 네 개다. 두 다리만 가진 나에게는 조금 벅찰지도.
녹이 슨 철조망 너머로 나란히 줄지어 선 분재가 보인다. 한 사람만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초록이 애가 탄다.
갖은 꽃 한데 모아 즐겨 보려 했는데 꽃 피우는 시기다 다 다른 것을 어찌 할까.
바닥에 깔린 타일의 모양을 눈으로 쫓으며 걷는다. 의미 없는 너의 말을 헤아리는 것처럼.
부족한 조각이야 어찌 되었든, 본래의 모습이 어떻든 흔적 그 자체로 세월을 담고 서 있다.
유리 너머로 들여다본다는 것, 유리 안에 들어있다는 것. 모두의 시선이 번갈아 교차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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