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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식어버린 새하얀 돌 위에는 사람들의 입김만 배었다가 쉬익 소릴 내며 빠져나가네.
항상 올곧을 수는 없다. 어지러이 뻗어 나가더라도 설령 뿌리를 드러낸다 하더라도 잎은 언제나 푸른 법이다.
사이로, 그 좁은 골목들로 종종걸음을 걷는 일. 좁아서 아름답고 맑아서 아름다운 풍경들.
열리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은 두 그림자. 속삭임 사이로 일출보다 귀한 것을 얻었을지.
내 것이 아닌 기억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다. 누군가의 기억을 더듬어 읽어 나갈 수 있는 일의 설렘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지.
뱃고동 소리에 놀라 뛰어든 갈매기가 허공을 가르며 나아간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혼자 올라왔을까? 누가 올려 놓았을까? 담 너머로 빼꼼 고개를 내민 호박 한덩이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푸른 싹이 그 날의 함성처럼 움튼다. 영광의 깃발도 뿔피리 소리도 없지만 여전히 이곳에는 그 날의 함성이 맺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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