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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푸르면 푸를수록 부재가 깊어진다. 지난 함성소리가 애꿎은 골대만 흔들고 있다.
기다란 담장 너머로 또 다른 담장이 올라섰다. 그 너머로 담보다 높은 마루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바쁜 세상 속에서 잊고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 국밥 한 술만큼이나 따뜻하게 채워지는 마음에 그리울 때가 되었을 것.
가지보다 선명하고 나란한 가지들. 마음을 덧입혀 세운 풍경이니 당연한 일인 것일까.
물가에서 도는 바람이 바람개비를 돌린다. 낭만의 재발견, 바람이 이는 곳.
가진 적 없는 기억들을 되짚어 나가는 동안에도 추억은 여전히, 꾸준히 쌓인다.
칠이 벗겨져 얼룩덜룩한 탑 위로 담쟁이가 핏줄처럼 엉켜 기어오른다.
눈앞에 펼쳐진 삶의 염증이 곪아 견디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끝내 그리워질 수밖에 없도록 멀리 떠나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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