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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교감하는 자굴산 치유수목원


폭신폭신한 흙을 맨발로 밟아보고 나무의 싱그러운 향을 들이마시는 것은 사람들 안에 잠재되어 있던 자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나무들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며 각종 방향들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자굴산 치유수목원은 이런 식물의 치유 효과를 극대화한 산림청 공인 제1호 치유수목원이다. 굳은 허리와 어깨를 자연스럽게 풀어지게 하고 싶다면 이 수목원의 갖가지 체험코스가 도움을 줄 것이다. 

                    
                

길길마다 다른 풍경 펼쳐지는 걷기체험

자굴산 치유수목원은 사계절 푸른 숲을 맛볼 수 있다. 잎이 널찍하니 계절감을 잘 나타내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의 비율을 높여서 심었기 때문이다. 6만여 평의 대지를 이룬 산에 수목원을 조성해서일까, 식물들의 종류도 다채롭다. 난대식물과 한대식물 1,400여 종을 한 곳에 조성할 수 있는 것은 산의 경사를 이용해 제각기 편하게 자랄 만한 장소를 선정한 덕분. 함께 어울려 자라는 다채로운 식물들을 보면 어느새 가득한 피톤치드 향에 힘이 들어갔던 어깨가 슬슬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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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돌 없이 부드럽고 포실하게 가꿔놓은 맨발워킹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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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을 실컷 밟은 뒤에는 족욕체험이 이어진다.

수목원 진입로에서 쭉 들어가다 보면 히말라야 삼나무와 튤립, 대나무 등이 사람들을 반긴다. 처음 들어가는 길이야 외따른 길이지만 그다음부터는 어떤 길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접할 수 있는 나무의 수종도 크게 차이가 난다. 마음 같아서야 모든 길을 다 걸어보며 희귀한 식물들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무리는 금물. 미리 체험을 신청했다면 인바디와 스트레스 검사 등을 통해 본인에게 알맞은 체험코스를 배정받을 수 있다. 노르딕 워킹코스, 음이온 워킹 코스, 풍욕코스 등 제각기 코스별 특징을 반영한 다채로운 코스가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맨발워킹코스다. 부엽토와 톱밥을 섞어서 만든 맨발체험은 과연 흙바닥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폭신한 촉감을 자랑한다. 테르펜 가득한 공기 속에서 답답하게 갇혀있던 발을 꺼내면 소소하지만 자유롭다는 느낌이 포근하게 다가온다.

 

귀한 식물들 보고 맛보고

이 수목원의 또 다른 매력은 이름이나 그 자태를 잘 알 수 없었던 희귀식물이나 고목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향을 백 리, 천 리까지 퍼트린다는 은목서와 금목서는 각각 100년, 150년이 넘었고 모과나무의 경우에는 250년 이상을 살았던 장수목이다. 제주도에서부터 실어온 600년 된 향나무도 여기에 안착했다니 이러한 고목들만 찾으러 돌아다녀도 수목원을 종횡무진 돌아다녀야 할 판. 더욱이 세계에서 1속 1종의 희귀종인 미선나무 군락지까지 형성되어 있어 미처 몰랐던 우리 식물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접할 수 있다.
 

  • 차 체험장으로 쓰이는 동난정의 모습. 이 외에도 한국 차를 체험하는 송천정이 있다.

여기서 자라는 각종 산야초들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깝다면 효소 체험장이 그 아쉬움을 없애줄 것이다. 300여 종의 야생 약초로 효소를 만드는 효소체험장에서는 숙성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효소차들을 마셔볼 수 있다. 탄산의 혀를 자극하는 톡톡함이나 과일들의 혀가 녹는 듯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은 아니지만 약초들의 쌉사름한 생기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이다.

 

1박 2일의 체험, 꿀잠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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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선나무 군락을 지나치며 설명을 하는 숲해설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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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수로 많이 쓰는 회양목. 약재로도 많이 쓰이는 키작은 나무지만 때로는 사람 키를 넘어 자랄 때도 있다

자굴산 치유수목원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되도록 하루는 묵으며 체험하기를 권하고 싶다. 숲을 잘 아는 사람이 안내해주는 것과 홀로 숲을 헤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굴산 치유수목원의 경우에는 비슷하게 생긴 나무들을 함께 심어놓아 식물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비슷비슷한 나무만 많다고 생각하며 지나쳐버리기 쉽다. 그러나 숲 해설가와 함께 하는 1박 2일이라면 그런 아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체험을 권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곳의 숙소인 휴양관 나무 방이다. 방방마다 삼나무, 향나무 등 귀한 나무들이 벽면과 천장을 둘러싸고 있다. 들어가기만 해도 나무 향이 몸에 배는 듯한 느낌이다. 따끈하게 난방을 틀어놓고 자면 한층 더 가뿐해진 몸을 느낄 수 있으니 잠자리까지 힐링인 셈이다. 그렇게 기분 좋은 방에서 자고 일어난 뒤 약선음식까지 먹어볼 수 있으니 휘리릭 둘러보고 가기엔 아까운 곳이다.
 
힐링이라는 말이 광범위하게 쓰이는 사회, 힐링을 취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나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사회 전체적으로 힐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생기는 일일 터이다. 그렇다면 말 없이 가만히 서있는 나무와 함께 힐링타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지친 오감에게 색다른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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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나무를 맨발바닥으로 접할 수 있는 자굴산 치유수목원. 사계절 닮은 듯 다른 나무들을 탐구하러 함께 떠나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18년 06월 0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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