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세월 그 후, 서산 계암고택(김기현 가옥),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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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세월 그 후, 서산 계암고택(김기현 가옥)


끼이익, 하며 대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계세요?’라는 말 한마디로 집 안으로의 출입을 허락받으며 들어서면 서글서글한 눈매의 어르신이 손님을 반긴다. 누구나 자신의 집을 활짝 열어 공개하는 것에 반색을 표하며 꺼리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그 세월이 십 수 년도 아닌 500여 년의 세월과 가풍을 이어온 집이라면 더욱 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 목련을 닮은 서산의 계암고택은 많은 이들을 위해 집을 개방했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이 행여 불편하기라도 할까 세심한 손길로 집안 구석구석을 손보았다 한다.

                    
                
  • 충남 서산에 자리한 계암고택

충남 서산에 자리한 계암고택
 

  • 한옥의 아름다운 자태가 잘 드러난 계암고택

한옥의 아름다운 자태가 잘 드러난 계암고택

한옥은 살기 좋은 곳이지만 불편한 곳이라는 아이러니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계암고택은 그렇지가 않다. 이는 짬을 내 집을 찾는 손님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화장실과 부엌 세면대 등 한옥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화를 이루게 배치하였기 때문이다. 

계암고택의 안채와 사랑채는 1층 기단을 마련해 그 위에 가공하지 않은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운 후 홑처마 팔작지붕이다. ㅡ자형의 행랑채 뒤편에 동향한 ㅁ자형의 안채와 남향한 ㅣ자형의 사랑채가 있다. 이 고택의 특이한 점은 볕이 많이 들도록 배치한 안채의 남도식 평면구성이다. 계암고택의 구성은 행랑채, 사랑채, 별채 사랑채, 안채 그리고 초당이다. 안채는 원래 개방형이었지만 개축 과정에서 폐쇄형으로 변경했다. 뒤뜰에는 오래된 감나무 2그루와 학자 나무로 알려진 회화 나무가 있고 여백에는 맥문동이 심어져 있다.
 

  • 가옥 안 그늘 사이로 내려앉은 따스한 햇볕

가옥 안 그늘 사이로 내려앉은 따스한 햇볕

초당 3칸은 100년 정도로 일반 서민과 호흡을 같이한다는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초당은 본채와 떨어진 별당에 해당된다. 계암고택은 정순왕후 생가와 연결되어 있는데 뒤에 낮은 산과 앞에 넓은 시냇물이 흘러 이 고택 대문은 개수할 때 장소를 옮겨 낮게 했다. 사랑채와 행랑채방 앞에 작은 정원이 있는데 이곳에는 계암고택만의 특별한 건축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차양채를 호화스럽게 건축하였다는 점인데, 50cm 높이에 8각모의 화강석 위에 세 기둥이 받치고 있어 화려함을 더한다. 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가려 시원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작은 사랑방과 큰 사랑방은 장작으로 난방하기 때문에 뜨거운 구들장에 황토 찜질을 할 수 있다. 안채는 안방, 대청 건넌방이 있으며 안방 부엌은 6칸으로 한옥식 부엌에 근대식 탁자를 배치하고 있다. 원래 기둥은 참죽나무였으나 집이 무너져 개축하는 과정에서 소나무를 사용했다. 

사랑채에는 기둥에는 4개의 주련이 걸려 있는데

대팽두부과강채 (大烹豆腐瓜薑菜)
고회부처아여손 (高會夫妻兒女孫)
춘풍대아능용물 (春風大雅能容物)
추수문장불염진 (秋水文章不染塵)

최고가는 반찬이란 두부나 오이와 생강과 나물
최고가는 좋은 모임이란 부부와 아들딸과 손자 
봄바람처럼 큰 덕은 만물을 수용할 수 있고 
가을 물처럼 맑은 문장은 속세의 먼지에 물들지 않는다.

라는 뜻이다. 

이 글은 추사 김정희가 쓴 것으로 말년에 오랜 유배생활과 고독과 회한, 상처에 시달려 인생의 무상함과 허무에 젖어 71세 1856년에 돌아가시기 직전 봉원사 판전을 쓰고 이 주련도 썼다고 한다. 이 마을을 한다리라 칭하는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신작로를 만들기 전 큰 돌 다리가 있어 대교를 우리말로 한다리라 칭하며 여기 사는 경주 김 씨를 한다리 김 씨라고 칭하면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느티나무, 사철나무, 은행나무, 회화나무와 백 년 된 보호수가 오래된 마을임을 밝히듯 서 있다.
 

  • 한옥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계암고택

한옥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계암고택

사실 이곳을 지키는 후손들의 연세에도 한옥에서의 삶도 녹록치만은 않을 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높은 툇마루를 올랐다 내려와야 하며 아궁이 불 앞에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길을 택하는 것은 선조들의 뜻도 뜻이거니와 메주 띄우는 냄새가 고약함에도 정겹다고 먼저 느끼는 것처럼 조금의 불편함보다는 세월 묻은 집에서의 정겨움이 더 먼저이기 때문이 아닐까.

 

*주변관광지

해미읍성
성의 둘레에 탱자나무를 돌려 심었기 때문에 탱자성이라고도 불린다. 읍성은 지방 행정 관청이 있는 마을에 들어서며 행정적인 기능과 군사적인 기능을 함께 갖는 형태다. 평시에는 행정중심지가 되고 비상시에는 방어기지로 이용된다. 해미읍성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읍성으로는 가장 잘 남아 있어 그 가치가 대단하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백제후기의 작품이다. 얼굴 가득히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있으며 당시 백제인의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질을 엿볼 수 있다.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라지며 빛의 조화를 이용한 백제인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개심사
개심사는 4대 사찰중의 하나로 백제 의자왕 14년인 65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해 고려 충정왕 2년인 1350년에 처능대사에 의하여 중수됐다. 대웅전의 기단만이 백제 때의 것이고 건물은 조선 성종 6년(1475)에 산불로 소실된 것을 조선 성종 15년(1484)에 다시 중건해 오늘에 이른다. 보물 제143호인 대웅전은 성종 15년(1484)에 중창한 다포식과 주심포식으로 만들어진 건축양식은 건축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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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의 아름다움과 현대의 실용성을 두루 갖춘 서산 계암고택에서 한옥의 매력을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7년 10월 0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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