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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의 기다림 끝에 낚아 올리는 것은 늘 생각지도 못한 것. 그러니 미끼는 중요치 않다.
간밤에 뜻하지 않은 손님이 왔다갔는지 몸 이곳저곳에 초록 이끼가 자라났다.
불이 꺼진 거리를 걷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져 고개를 들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빛이 가장 많은 곳인 듯 대낮처럼 환하다.
지금 이곳 울타리 너머로 기념의 조각이 버티고 섰다. 본연의 의미는 녹이 슬어 그저 버티고 섰다.
올려다보지 않은 채, 그림자의 주인을 상상해 본다. 저토록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것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푸른 것들에서 석탑으로 빛깔이 옮겨 묻었다. 털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매한가지.
제 모습들을 서로 비춰가며 나누었을 대화가 궁금한 마음에 멈춰 선 자리, 문득, 제 몸으로 가린 자리만큼의 하늘을 다시 비춰내고 있음을 본다.
세상이 푹 꺼진 것 같다. 구멍을 파서 그 안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는 구름과 함께 나란히 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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