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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드니 지평선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곡선 섞인 직선이 기특하리만치 가지런하다.
낮은 귀퉁이에 꽃 한 송이가 피었다. 차가운 제 몸에 따스한 빛깔을 입으니, 절로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보게 된다.
젖은 아스팔트 위 흙냄새가 발 아래서 부서진다. 걸을 때마다 자박자박, 흙 알갱이가 굴러다닌다.
저 멀리, 삶의 단면들이 비쳐난다. 쉽사리 다가설 수 없음에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본다.
나란히, 더욱 나란히. 숨결이 맞닿을 거리에서도 간격을 유지할 수 있음이 얼마나 벅찬 일인지.
가지마다 노란 잎 다 떠나가고 앙상해진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새 눈부신 잎이 돋았네. 어느 틈에 햇빛을 틔운 건지.
위로 솟은 다리와 아래와 솟은 다리, 그리고 그 사이를 조용히 지키고 선 작은 누각이 선사하는 특별함.
연잎 아래 무엇이 숨어있을까. 투명한 것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마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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