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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안에서 바짝 마른 장작이 깊은 어둠 속에서 먼지와 부대끼고 상 위에 아무렇게나 덮인 천이, 가려지지 않을 세월을 어수룩하게 비껴가고 있다.
낮은 울타리들이 줄을 지어 섰다. 넘을까, 말까 어린애처럼 설레는 마음.
서원 앞 정자 그늘 아래 서서 조용히 두 눈을 감으면 절로 입에서 가락이 흥얼거리며 나올 듯하다.
불암산을 뒤로 하고 차곡차곡 쌓인 시멘트 더미 사이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발자국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다.
무지개다리 아래로 푸른 풍경들이 흐른다. 두 개의 다리를 오가며 서로 다른 풍경들에 설렐 터
가만히 들여다보면 봄에도 눈이 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겨울의 모습을 빌려 소근대는 저 작은 꽃망울들을 보라.
마당을 가로지르는 동안 숨죽인 풀들의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꾸벅 졸다 창밖을 보니 본 적 없는 과거가 그곳에 있었다. 열심히 뒤따라온 보람이 있는 듯 나의 과거는 푸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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