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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모습을 감추고 초승달 하나 내걸렸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변하기는 매한가지건만 어째 밝지가 않구나.
길 위에 길, 그 위에 또다른 길. 이렇게 수많은 길들을 새기며 살아가는 일.
언제나, 어디에나 꽃을 피우고 싶은 마음은 모두 한 가지인 것일까. 낡은 벽에 꽃이 피니, 꽃밭이 열렸다.
눈에 익은 이야기들이 다녀간 곳. 기억 속 풍경을 찾아 걷는 걸음이 가볍다.
살짝 그러쥐고 조심스레 쓰다듬으면 손에 착 감기는 부드러움이 너의 미소와 다르지 않다.
풀밭 사이로 난 작은 길 하나, 겨우 두 명이 지날 수 있는 넓이지만 너와 함께 꼭 붙어 다닐 수 있는 이 길이 참 좋다.
아궁이 안에서 바짝 마른 장작이 깊은 어둠 속에서 먼지와 부대끼고 상 위에 아무렇게나 덮인 천이, 가려지지 않을 세월을 어수룩하게 비껴가고 있다.
질서정연한 나뭇잎 그림자 밟으며 걷고 있으니 바람 생각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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