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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일 수만 있다면 어디든 내려앉고 싶을 때가 있다. 틈새에서 바스락거리며 부대끼고 싶을 때가 있다.
아주 조그마한, 머무른 이의 흔적. 어우러져, 스며들어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본다.
세월과 함께 빛이 바래가는 풍경. 바랜 빛이 더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쉬이 알 수 없는 이치일 것이다.
우리가 물결을 볼 수 있는 건 햇빛이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햇빛을 볼 수 있는 건 물결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닫힐 줄 모르는 문 너머로 다른 세대의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문을 나서야 할지, 뒤돌아 한 바퀴를 더 둘러보아야 할지.
하늘과 땅 사이, 거대한 석탑을 제외한 풍경이 가득히 비워졌다. 빈 자리에 무엇을 채워 넣을까 잠시 서성여 본다.
어귀를 돌면 이어지는 돌담 그곳을 따라 걷다 우연히 발견한 붉은 문.
우연 없이 오로지 필연만 존재하는 이곳에서 돌 하나도 허투루 쓰이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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