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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사이로 줄줄이 들어선 비석의 글자를 보려면 거리를 좁혀 허리를 숙일 것.
해에게서 흘러나온 물길이 눈앞을 휘돌아 흐른다. 이렇게 고즈넉한 풍경 앞에서 무엇이 더 필요할까.
오래된 쉼터 두 개가 등을 돌리고 서 있다. 어디에 눈길을 두어야 할지 잠시 망설여 본다.
활짝 핀 꽃잎 안에 또 다른 꽃 하나가 피어났다. 늘 보던 것과의 거리를 좁힐수록 또 하나의 세계가 피어난다.
하늘의 빛깔과 물 빛깔, 땅의 빛깔이 한 시야에 고요히 담긴다. 뒤섞인 듯, 끝내 뒤섞이지 않을 듯 묘한 풍경이다.
임금님의 귀에 대한 비밀은 대숲 사이로 한동안 메아리쳤다고 한다. 말할 수 없는, 들어주길 원하는 비밀이 있다면 슬쩍 털어놓아보는 것은 어떨지.
한 뼘씩, 또 한 뼘씩. 풍경이 잦아들고 있다. 담장 위를 손끝으로 쓸며, 왠지 쓸쓸해지는 마음
색은 바랬을지 몰라도 세월의 선명함은 잃지 않았다. 본연의 색이야 어찌됐든 깊이를 지닌 너는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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