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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강의 건너편 기슭에는 붉은 꽃이 만발해 있다 하였다. 눈앞에서 흔들리는 꽃에 내가 함께 천천히 흔들리고 있으니, 이곳이 피안이 아닐까.
다리 위 민족의 얼이 물결을 그리며 나부낀다. 가슴 가득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올라 벅차다.
광해군 6년, 스물 한 살의 나이로 진 꽃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고 했다. 발 아래 살짝 젖은 풀의 감촉이 옹주의 속삭임 같다.
염색공장이 즐비한 곳, 굴뚝 하나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제 막 색이 물들기 시작한 듯 연기가 두텁다.
굳어진 이야기들이 담장 너머를 내다 본다. 언젠가 내 이야기도 저만치 단단해질 수 있을까.
수줍은 듯 그늘에 숨어서 코만 살짝 내민 고무신 한 켤레. 안의 상표가 문질러 없어질 만큼 너는 사랑받고 있구나.
잔물결을 따라 둑이 저만치 이어져 있다. 저 편에 마음을 두고 왔는지 자꾸만 눈길이 간다.
눈앞에 펼쳐진 삶의 염증이 곪아 견디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끝내 그리워질 수밖에 없도록 멀리 떠나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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