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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공장이 즐비한 곳, 굴뚝 하나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제 막 색이 물들기 시작한 듯 연기가 두텁다.
쉬어 갈 곳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 한 줌 내려와 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곁에 아무도 없음이 기쁜 순간도 있다. 홀로 마주하여 더 황홀할 먼 등대와 섬들.
바람이 분다. 그보다 한 박자 늦게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마치 너와 나처럼.
담 너머로 뻗은 가지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뒤꿈치를 들고 뿌리를 찾는다.
다 받아줄 줄 알았는데 수면을 맴도는 낙엽이 젖다 만 채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네.
드러누운 고등어가 하얗고 통통한 배를 내놓고 입을 뻐끔 벌린다. 몸통에 비해 저 작은 지느러미로 어찌 헤엄을 쳤는지 여기까지 와버렸나.
잘게 부서진 흙이 발 아래서 으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까지 부서져야 너는 편히 묻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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