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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을 닮은 바람, 머리칼을 잔뜩 흐트러뜨리고는 어딜 갔나 했더니 못 위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네.
물소리가 들려온다. 안을 들여다 보니 너는 분명 그곳에 있었다. 있었을 텐데, 있다는 것을 아는데 볼 수가 없다.
칠이 벗겨져 얼룩덜룩한 탑 위로 담쟁이가 핏줄처럼 엉켜 기어오른다.
이 외딴 우편함에 어떤 이야기들이 쌓여 있을지. 열려 있지만 들여다보기 힘든 마음이 묘하다.
세상에 그리지 못할 곳은 없는 것 같다. 언제부터 우리는 도화지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걸까.
닿기엔 너무나 먼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너는 수면 위로 길게 드리워 내게 닿았다.
해무에 젖어 비에 젖어 유독 물 냄새 풍기던 항구에는 그토록 찾던 너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무엇인가 싶어 들춰 보니 그곳에 잎사귀의 글이 있었다. 본래의 글 위에 덧 씌워진 글은 잎사귀들의 언어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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