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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한 자락에 누워 잠든다는 것이 어떤 일일지. 오가는 이 없어도 평안할 영원한 안식.
산중에서 돌연 마주친 고즈넉함. 좀처럼 떠나기 싫어지는 마음에 돌아보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오랜 전쟁 끝에 이곳을 차지한 건 무성한 풀과 바람뿐. 과거의 치열했던 흔적만 남아 전략의 요충이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네.
인쇄골목에 들어서면 구수한 종이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막 뽑혀 따끈따끈한 종이 위에 먹먹한 잉크 냄새 물씬 풍기는 것 같다.
물에 닿기 전, 가장 아름답게 타오르는 시간. 아직 삼켜지지 않은 태양이 사방에 빛을 흩뿌린다.
언제나 잊고 있는 풍경, 그러나 영영 잊을 수 없을 풍경.
어디 하나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어 빛이 닿을 때마다 은은히 퍼져 빛나는구나.
'지혜'라는 이름을 이곳에 선사한 것이 저 향교일까, '지혜'의 이름을 가진 고장이기에 저 향교를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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