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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의 한 귀퉁이를 내어주고도 벽은 여전히 의연하다. 어우러진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이 그 나름대로의 생각일 터.
한 눈에 폭 담겨오는, 그런 아담한 풍경도 좋다.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는, 분명하고 작은 세상.
배를 타면 바다와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함께 흔들리면서 가까워졌다고 착각하게 된다.
어느 자락에서 이 한 켠으로 옮겨 왔는지. 여전히 생생한 옛 기억을 들여다 본다.
사자의 형상을 한 조각이 입을 크게 벌리고 섰지만 어째서인지 송곳니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숨겨 닫아 걸어 두었는지. 영원히 새롭다는, 그런 이름 때문에 한층 더 궁금해진다.
하늘을 향해 치켜든 손은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가리키는 것뿐.
흙먼지와 돌이끼 사이를 흘렀음에도 어찌 저리 맑을까. 쉬이 물들지 않는 일이란 언제나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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