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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물건을 사기 위해 시장에 간 기억이 드물다. 꾸깃한 지폐 몇 장을 내밀고도 얻을 수 있는 진한 마음들.
먼 땅의 과객들이 하늘을 점점이 수놓았다. 이곳을 다녀가는 것이 어찌 여행자들 뿐이랴.
오롯이 홀로 있을 때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것이 있다. 무언가에 가려지고 나서야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것이 있다.
골목의 이 작은 한 자락만으로도, 우리는 이곳이 어딘지 짐작해낼 수 있다. 쉬이 지워지지 않을, 쉬이 잊혀지지 않을 이름을 가진 풍경.
보일락말락, 수줍게 몸을 숨긴 물길 하나. 인사를 반갑게 받아줄지, 입술이 홀로 달싹인다.
누군가의 기억의 중심에 선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빨간 등대 앞에 한없이 움츠러들고 마는 마음.
언젠가 골목 가득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 솥에서 방금 찐빵이 나왔구나 싶어 함박미소를 지으며 연기를 쫓곤 했다.
누가 봐도 코에 걸친 안경 같다. 허공을 닮은 눈동자가 안경 너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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