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자연이야기와 함께 만나는 속리산 에코투어
- 충청북도 보은군 -
태백산맥에서 남서방향으로 뻗어 나오는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에는 속리산국립공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환경을 테마로 한 ‘에코투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문장대, 신선대, 비로봉 등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는 속리산에 가면 대자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속리산의 깃대종인 하늘다람쥐와 망개나무를 비롯해 비밀스런 숲속 이야기와 천년고찰 법주사의 이야기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속리산국립공원의 대자연 속에 숨어든 이야기를 찾아라!
가옥에서의 전통음식 체험, 자연공예, 인형극까지 속리산의 에코가이드는 다정한 친구이자 숲길의 동반자요, 궁금증을 풀어주는 속리산 해결사다. 그를 따라가보자.
“안녕하세요? 여러분 스스로 자연을 관찰할 수도 있지만, 저희 에코가이드(Eco Guide, 자연환경안내원)가 소나무, 참나무 이야기와 법주사 등 다양한 속리산의 자연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 저탄소 녹색체험으로 속리산의 깃대종인 망개나무와 하늘다람쥐의생태 등 자연을 이해함으로써 자연 사랑을 키우게 될 수 있죠!”
야영장∼법주사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오리(五里)숲을 걸으면 숲속 황톳길이 정겹게 느껴진다. 법주사로 이어지는 유일한 통행로인 이곳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들었을까?
“와 황톳길이 나 있어 맨발로 걸어도 좋겠어요. 이 길을 걸어가니 나무들이 향기로 말하는 듯해요. 그런데 이곳이 오리가 많아 오리숲인가요?”
“이 오솔길의 길이가 5리(2㎞)라 오리숲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약 1.5km 남짓 된 답니다. 아름드리나무가 길게 늘어서서 끝없이 나 있을 것 같죠?”
가족과 함께하는 승마체험으로 속리산의 자랑인 기마 순찰대와 함께 오리숲을 거닐며 말에게 먹이를 주며 승마체험을 할 수 있다.
“승마체험은 여타 국립공원에서는 할 수 없는 유일한 체험프로그램이에요. 별도의 원형마장과 마방을 갖추고 있죠.”
“선생님! 저 말 위에 아주 쉽게 올라탔어요! 어서 빨리 기념촬영 해주세요. 이렇게 신나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진 탐방객들이라면 반드시 지켜야할 몇 가지 에티켓이 있다는데?
“생태관광지역을 갈 때는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에요.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서도 안 되고 산나물을 채취하는 등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 역시 금물이겠죠?"
“네, 저도 알아요! 이곳에 살면서 스트레스 받을 동물들을 위해 큰 소리로 떠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어요?”
팔상전, 쌍사자석등의 비밀, 수정교 돌탑의 전설, 법주사 가람 양식 등 우리 옛 문화와 관련한 해설을 듣는 건 에코여행에 즐거움을 더한다.
“법주사에는 어떤 역사적 의미가 담겼나요?” “법주사(法住寺)는 신라 진흥왕 14년에 의신조사(義信祖師)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에요."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는 뜻으로 경내에는 쌍사자석등, 팔상전, 석연지 등 국보 3점과 보물 10점 등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답니다."
중요민속자료 제134호인 선병국 가옥에서는 김치, 된장, 장아찌 담그기, 한과 만들기 등 속리산 자연재료들로 전통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다.
“99칸 가옥으로 더 알려진 선병국가옥은 화강석 기단과 둥근 기둥을 받친 팔각 주춧돌, 단아한 서까래와 기와 등 보통 사가에서는 볼 수 없는 기품이 서려있습니다.”
“수대째 내려오는 간장의 역사가 유명한 선병국 가옥에서 담근 김치라 특별해요. 집으로 가져가서 오랫동안 맛볼 거예요.”
생태관광을 마치고 다시 이어지는 속리산 등반은 자여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제2의 에코여행이다. 속리산 등반은 크게 4개 코스로 나뉘는데 어디로 향해볼까?
“법주사 지구 탐방지원센터부터는 어디로 이어지나요?” “문장대까지 산행을 할 수 있는 약 12km 코스로 향해볼까요? 등반코스 중 탐방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장관인 문장대는 구름 속에 묻혀 있어 '운장대'라 불렸어요. 세조가 이곳에 올라 시를 읊었다고 해 문장대로 바꿔 부르게 됐죠.”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을 때 들렀던 속리산. 오리나무숲을 지나 맑고 차가운 계곡도 지나면 어느새 속세를 벗어나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까?
“속리산국립공원에서 만끽한 자연과의 대화, 어땠나요? 세상 고민 잠시 잊고 깊은 숨 들이마시며 자연의 품에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이 됐나요?”
“네! 생태를 그대로 간직한 속리산국립공원에서 자연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그 자체가 힐링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자연과 인간의 상생, 자연과의 소통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와 자연,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속리산국립공원에 가면 우수한 자연, 문화, 역사자원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체험과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그러면서 전문해설가의 동행으로 안심하고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에코여행이 또 없습니다. 스스로 즐기지 않으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겠죠? 다양한 체험이 가득한 속리산에서의 추억 그 자체만으로 미래에 소중한 에너지가 됩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오실 건가요?
역사의 숨결 따라
- 경기도 여주시 -
남한강과 청미천, 섬강이 한 곳에서 만나는 세물머리가 위치한 경기 여주. 이곳은 강원과 경기, 충청도가 한 곳에서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세 고장이 만나는 특별한 지점인 만큼, 여주에는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넘쳐납니다. 신라의 신륵사부터 고려의 고달사를 거쳐 조선왕조 5백년 왕실 문화의 보고라 불리기까지, 여주에는 물과 함께 우리나라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여주에 가서 신라부터 조선까지,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오라!’
여주는 청동기 시대부터 한반도의 쌀농사가 시작된 곳으로 국모 여덟 분을 배출하였으며 의병 항쟁 시에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도자기로도 유명한 고장이라니 놀라울 따름.
“이게 전부 여주에서 있었던 일이란 말예요? 여주 도자기 엑스포는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나머지는 모두 처음 듣는 얘기예요.”
“여덟 분의 국모 중 한 분은 너도 아주 잘 아는 분이란다. 잠시 뒤에 그 분의 생가에도 들러 볼 거야. 증터 도자 체험 마을은 마을 인구의 1/3 정도가 도자업에 종사 중인 곳이지.”
여주 강변유원지 건너편에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신륵사가 있다. 한 때는 200여 칸에 달하는 거대한 절이었던 이곳에도 신비로운 전설이 있다?
“옛날에 신륵사 부근의 한 바위 부근에서 용마(龍馬)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날뛰었다고 해. 이 때 스님이 신력으로 이 용마를 잠잠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절의 이름이 신력의 신(神)과 제압의 륵(勒)을 사용하여 신륵사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용이 예로부터 물의 신으로 여겨진 것과 신륵사가 강변에 있는 것도 연관이 있겠군요?”
신륵사는 창건 이래로 나옹선사와 인당대사 등의 큰 덕을 지닌 높은 스님들이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한 절이다. 이는 신륵사의 남다른 경관 때문이기도 하지 않았을까?
“이 절이 천 년이나 된 곳이군요.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물이 아름다워요.”
“조선 후기 문인인 김병익은 ‘여주는 산수가 청수하고 그윽하며 또한 평원하고 조망이 좋으며, 이와 더불어 신륵사는 높고 서늘한 것이 겸하여 있으니 그 경치가 절승한 지경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해. 그 외에도 여러 문인이 시로 신륵사의 아름다움을 칭찬했단다.”
능서면 왕대리에 있는 합장릉인 왕릉은 조선왕조의 능제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능의 하나로, 두 개의 혼유석과 12개의 석주를 가지고 있다. 과연 누구의 능일까?
“우리나라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왕? 그건 바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이잖아요!”
“역시, 척하면 척이구나. 그럼 세종대왕의 비가 누구인지도 기억하고 있니?” “물론이죠. 소헌왕후 심 씨예요. 두 분의 무덤이 하나인 줄은 저도 몰랐지만요. 열두 개의 석주에 새겨진 십이간지가 멋진걸요? 세종대왕님, 우리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릉 밑에는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과 제사 음식을 준비하던 수라간, 능을 지키는 관리가 살던 수복방이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조금 더 특별한 것이 있다는데?
“와, 저것 좀 보세요! 해시계 자격루와 관천대, 측우기, 혼천의까지! 수업 시간에 배웠던 조선시대 과학의 산물들이예요!”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모두 배웠지?” “세종대왕과 장영실 이야기도 모르고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안다고 할 수는 없죠!”
이곳은 조선의 마지막 황후가 태어난 곳으로, 황후는 이곳에서 여덟 살까지 살았다. 1995년 행랑채와 사랑채, 별당채 등이 복원되었다는데 이 황후는 누구일까?
“에이, 문제가 너무 쉬운 것 같아요. 이곳에서 태어나신 분이 명성황후라는 사실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너무 무지한 것이 아닌지 반성을 해야겠는걸요? 보세요! 여기에 명성황후가 태어난 마을을 기리는 비석도 있어요.”
“너무 쉽게 맞추니 맥이 빠지는데?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준비해봐야겠어.”
명성황후 생가 맞은편에는 명성황후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고자 건립된 이곳에서 조선 마지막 왕조의 비애를 느껴볼 수 있을까?
“매서운 눈매에 굳게 다문 입술, 가지런한 몸가짐… 국모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강인한 내면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모습이네요. 이 분이 바로 명성황후군요.”
“매년 10월에는 이곳에서 명성황후 시해를 추모하는 명성황후 추모제가 열린단다.” “한 나라의 어머니가 살해되다니, 정말 끔찍한 비극인 것 같아요.”
여주 상교리에 있는 고달사는 764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신라 이래의 유명한 삼원 중 하나로 고려시대에는 국가가 관장하는 대찰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그 광활했던 터에 유물만 남아있는 상태야. 하지만 1990년도에 주변 정비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복원을 위한 발굴 조사가 계속되고 있단다.”
“그럼 언젠가는 고달사의 찬란했던 모습을 복원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러길 바랄 뿐이지. 여주의 역사는 아직도 땅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거란다.”
역사를 알아가다 보면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신기해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주시를 직접 돌아보다 보면, 여주 땅이 겪었던 역사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몇 백 년 전에도, 몇 천 년 전에도 이 땅을 밟고 걸었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트래블아이>와 함께 하는 여주의 역사 문화 기행이 여러분의 성장에 좋은 거름 한 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친 김에 역사서를 한 번 공부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선홍빛 추억으로 물결치는 산사의 서곡
- 전라남도 함평군 -
가을이 붉게 피어나자마자 무모하게 떠난 길. 서산을 지날 즈음부터 차창에 물방울이 부딪기 시작합니다. 전남 함평의 불갑산 자락 용천사에 도착해 길을 나서니 주위가 온통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빨간 가을을 피워내는 꽃무릇이 무리를 지어 부도밭 주위로, 낮은 토담 옆으로 붉은 융단을 깔아놓았을 것 같은 기대감에 벅차오릅니다. 그렇습니다. 가을날 붉게 물든 꽃무릇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맘껏 만들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바로 ‘용천사에서 화려한 가을, 추억을 붉게 수놓아라!’
이파리 하나 없는 기다란 연녹색 꽃대 위에 가는 꽃잎과 실타래 같은 수술이 서로를 섞어 붉은 화관을 이루는 꽃무릇을 마주한 감회는 어떠할까?
“가녀린 꽃대 하나에 의지해 툭툭 터져 갈라진 꽃송이는 가볍게 이는 바람에도, 한 두 방울의 빗방울에도 흔들리며 ‘슬픔의 노래’를 부르는 듯해.”
“꽃무릇은 한 뿌리이면서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 ‘화엽불상견 상사초(花葉不相見 想思草)’의 아련함으로 회자되는 꽃이라지?”
여름철 칠석 전후해 분홍이나 노란꽃을 피우는 상사화와 함께 꽃무릇을 슬픈 사연의 ‘상사화’란 큰 범주에 가두곤 한다. 어떤 사연이 있기에 그럴까?
“꽃과 꽃대가 지고 나면 땅에서 맥문동 비슷하게 생긴 잎이 솟아나 눈 속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지나 이 잎이 사그라들면 또 꽃대가 솟아올라 빨간 꽃을 피운대.”
“이 가을, 그렇게 슬퍼야만 할까? 붉은 입술 같은 꽃잎과 속눈썹처럼 가냘프고 긴 꽃술의 화려함에서 기어코 가련함을 끄집어내야 하는 걸까?”
유독 절집 근처에 많이 피어나는 꽃무릇. 전라도 오래된 절집들에 이 꽃이 밀생하는 터라 몇 가지 이야기도 있다고.
“맞아. 그러고 보니 한 여인과 스님의 슬픈 이야기, 혹시 들어봤니? 세속에선 절과 꽃무릇의 관계를 스님이 한 여인을 그리워하다 죽어 꽃이 되었다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지?”
“나는 다른 이야기를 알아. 한 여인이 스님을 연모하다 승방 앞에서 죽어 꽃으로 피어난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이야기. 뭐가 정답인 걸까?”
꽃무릇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마음이 든 건 용천사에서였다. 땅에 무릎을 대고 코를 가져가보기도 하고 꽃의 화려함을 가까이서 관찰도 하자.
“테마파크의 꽃밭 흉내 내듯 커다란 정원을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절의 꽃무릇은 본래 제 자리에서 본래 제 표정만큼의 주홍으로 피어 있어 화사하고 푸근하구나.”
“하지만 절에 피는 꽃치고는 요사스럽게 느껴질 만큼 화려한 것도 아니야. 가늘게 갈라져 거꾸로 뒤집힌 붉은 피침 무리 가운데 핏빛 꽃술이 날카롭게 박혀 있는 모습이 아찔해.”
단전에 써진 ‘화엽불상견’, 즉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한다는 글귀는 마치 선방의 화두 같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붉은 꽃이 지고 꽃대까지 문드러지고 나서야 잎이 난다지. 꽃 진 곳을 더듬듯 잎은 바닥에 엎디어 자라. 파릇한 모습으로 겨울을 난 잎은 초여름 모두 말라 죽고 그리고 그 죽은 자리에, 다시 한 가닥의 꽃대가 밀려 올라온다는…석산 꽃무릇 얘기인가?”
“이 애틋한 상사의 몸짓을 해마다 반복한다는 건가?”
용천사 경내를 지나 시작된 오솔길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 제법 가파르다. 허벅지가 팍팍해져올 즈음 능선 위에 올라서면 어떤 비경이 기다릴까?
“야생의 꽃무릇과 이제 색이 바래지기만 기다리는 절정의 초록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 이제부터 시작되는구나.”
“이제부터는 동백골의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편안히 내려가기만 하면 돼. 용봉, 구수재, 동백골로 해서 불갑사까지 이어지는 이 오솔길을 얼마나 걸어보고 싶던지.”
꽃무릇을 보겠다고 전국에서 북북 사람들이 몰려든다. 꽃 피는 시기 때문이다. 머리 위 잎사귀는 아직 푸른데 무릎 아래에서 떼 지어 번지는 핏빛 가을이 있어서일까?
“이 꽃이 전라도 땅에 주로 자란다지? 그것도 여염이 아니라 절집 언저리의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그래서 이 꽃을 찾아 떠나는 발걸음에 일찍 가을의 빛에 몸을 적시고픈 조바심이 나는 걸까?”
“모르긴 몰라도 어딘가 짠하기도 한 게 예쁨을 받을 일은 드물었을 것 같아.”
동백골 계곡을 따라 딱 계곡물의 폭만큼 바로 옆으로 꽃무릇이 흐드러지게 피어 빨간 꽃물결로 흐른다. 초록의 숲속에서 도드라진 꽃무릇의 아름다움의 깊이를 감상해보자.
“아담한 벤치가 군데군데 놓인 산책로가 꽃무릇 군락을 끼고 잘 만들어져 있네. 뒤돌아보니 길가 나무그늘 아래마다 온통 꽃무릇 군락으로 빨갛게 달아올랐어.”
“정말 이 숲에서도 꽃무릇의 아름다움은 도드라질 수밖에 없구나. 허전함을 달래려 왔던 숲길 여정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하다.”
용천사의 푸른 하늘에 맞서 붉게 피어난 꽃무릇은 불갑사로 가는 계곡과 오솔길옆을 수놓는 시기가 있습니다. 가을 야생화가 핀 산자락을 꽃무릇이 운치 있는 화원으로 바꿔놓는 그맘때 숲을 나온 꽃무릇은 불갑사 저수지에서 또 다시 변신합니다. 하지만 향은 거의 없고 요사스럽게 느껴질 만큼의 적당한 화려함도 여전합니다. 꽃무릇의 불상견(不相見), 너무 가까이 있으면 오히려 미워질 수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는 것일까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용천사, 사찰로 들어서는 길에서 여러분이 발견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그곳에 가기까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복잡한 생각이 들 때 바람이나 좀 쐴 요량으로 밖으로 나서면, 어느 새 마음이 차분해 지곤 합니다. 요즈음에는 도시마다 걷기 좋은 길들을 많이 조성해 놓아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지요. 이 걷기 문화의 시발점, 올레 길. 올레길이 처음 탄생한 곳이 제주도라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계 7대 자연 경관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섬인 제주도에서 호젓이 걷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것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올레길을 따라 성산 일출봉을 찾아가라!’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다운 곳이 바로 서귀포 시. 21개의 올레길 중 어느 길을 걸을지가 벌써 고민일 것 같은데?
“나는 항상 제주도에 와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을까 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아. 이렇게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그 동안 안보였던 것이 많이 보이는데?”
“일단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이 포함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지? 성산일출봉이 포함 된 올레길은 바로 제 1코스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올레 제 1코스 안내 센터에서 올레패스에 스탬프를 찍는 것. 올레패스에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올레길을 걷는 법, 함께 배워 볼까?
“올레길을 걷는 법은 아주 쉬워. 파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올레길의 진행 방향, 주황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올레길의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는 거야.”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나지막한 언덕과 돌담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소담스런 꽃들과 작은 풀벌레, 그리고 따뜻한 날씨까지! 시작이 좋은데?”
올레길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에 칠해진 커다란 파란 화살표, 그리고 귀여운 간세들, 그리고…
“잠깐, 간세가 뭐야? 큰 길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골목이란 뜻의 올레처럼 제주어인가?”
“거의 맞췄어. 간세는 올레길의 상징인 조랑말의 이름이야.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제주어, 간세다리에서 따 온 말이지. 아, 들판에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 있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올레길을 따라 걸었다는 뜻이겠지? 화살표만큼이나 정확하겠는 걸?”
제주도의 특징 중 하나는 작은 오름이 많다는 것. 올레길은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지나는데, 알오름 위에서는 우도와 성산 일출봉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고 한다.
“알오름이라는 이름은 ‘알처럼 작다’는 뜻이라고 해. 정감 있는 우리말이 정말 귀여워. 알오름을 알리는 표지판을 매단 간세까지! 아기자기한 짜임새가 아름답지 않니?”
“우리는 알 위에 올라와 있는 셈이로구나. 저쪽을 좀 봐. 저게 바로 우도, 그리고 저쪽에 보이는 것이 성산 일출봉이야. 전망이 아주 훤한데?”
알오름에서 종달리 쪽으로 들어서도 성산 일출봉의 모습은 계속 보인다. 가만, 그 유명한 성산 일출봉에 대해 한 마디도 않는 것은 실례가 아닐까?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의 목적인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데도 넋을 놓고 있었어!”
“하하, 그러게 말이야. 걷는 것, 느림의 미학이 바로 이런 것일까?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으로도 지정된 오천 살짜리 수성화산! 그 모습과 우리 앞의 들꽃 하나가 똑같이 아름다워 보이니 말이야. 걷다 보니 많은 것이 보이는 것 같아.”
종달리 옛 소금밭을 지나면 해안 도로를 따라 쭉 걷게 된다. 1구간의 매력은 바로 시흥 해안 도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는데?
“와, 저 맑은 물을 좀 봐! 당장 뛰어들어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야. 이미 걷다 말고 바다로 뛰어 들어간 사람들도 몇 보이는데? 모래사장의 노란 빛깔에서부터 먼 바다의 검푸른 빛깔까지 이어지는 빛깔이 정말 고와.”
“이끼가 낀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는 곳도 있어. 마치 작은 섬들 같지 않니?”
오조리로 들어서면 성산 일출봉이 한층 더 가까이 보인다. 평지 위에 우뚝 솟아 오른 대자연의 신비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정도다.
“바다도 아름답지만, 성산 일출봉에 가까이 갈수록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이렇게 천천히 걸어서 가니 점점 두근거림이 더해지는 것 같아.”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성산 일출봉의 지형도 조금씩 선명하게 보이고 있어. 마치 하늘을 향해 땅의 일부분이 날아오른 흔적 같지 않니? 어떻게 저런 모양을 할 수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숨결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성산갑문과 성산항을 차례로 지나다 보면 난데없는 서귀포의 선물에 함박웃음이 터질 것!
“하하, 왜 굳이 수마포 방향으로 돌아가야 하나 했더니, 이거 한 방 먹은 기분인 걸?”
“사방이 온통 노랗게 물들었어.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제주도의 유채 꽃밭이구나! 마치 영화 촬영 현장에 온 것 같은 걸? 저쪽에는 말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잖아!” “마치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성산 일출봉이 코앞에 있어!”
올레길을 따라 성산 일출봉 앞에 섰다면, 잠시 바다와 성산 일출봉이 자아내는 명경을 보며 숨을 고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때 보이는 바다의 별명은 바로 ‘시의 바다’. 이 풍경을 보면 누구든 시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뜻의 별명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지치지 않는 풍경들의 향연에 머리가 아찔해 질 지경입니다. 갯무와 억새마저 걷는 이를 반기니, 이곳에 이르렀을 때의 쾌감을 말로 설명하기란 정말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올해, 성산 일출봉에서 맞는 해돋이로 마음을 채워보는 것은 어떠세요?
반변천에서 만나는 꿈의 서사
- 경상북도 영양군 -
영양의 자랑은 '자연' 그 자체다. 천연기념물인 측백수림, 선바위와 남이포의 깎아지는 듯한 절경, 우뚝한 산세를 지닌 일월산 등 천혜의 자연 조건을 지닌 영양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과 소설가, 학자와 같은 저명인사를 배출 영양. 특히 반변천의 아름다움은 그의 시문학에 모태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현대시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오일도도 바로 이곳 반변천에서 꿈을 키워왔습니다. 호젓한 반변천과 정갈하게 보존돼 지금도 예스러운 멋을 더하는 영양읍 감천마을에서 그의 시를 품어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인과 그 가문들은 강을 따라 터를 잡았듯 낙안 오일도를 낳은 감천마을 역시 기와집과 나지막한 돌담이 하천과 잘 어우러져 있다.
“반변천은 문학청년들의 고향이란다. 지조론과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주실마을 출신이고, 퇴계 이황의 학맥을 이은 석계 이시명을 비롯해 <젊은 날의 초상> 작가 이문열도 두들마을에서 탄생했지.”
“감천마을도 빼놓을 수 없어요. 항일시인 오일도를 낳은 곳이죠.”
순수 서정 시인이면서도 정한을 노래한 민족시인 오일도의 생가. 그중 사랑채에는 국운헌(菊雲軒)이라 쓰인 현판이 아스라하게 걸려 과거를 회상케 한다.
“‘국, 운, 헌(菊雲軒)’? 무슨 뜻이에요? 국화가 구름처럼 피어난다는 뜻인가요?”
“글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 사랑채를 국운헌이라 하는데, 한문에서 따온 좋은 구절이지.이 집은 너의 고조할아버지가 되시는 어른의 호를 따서 지었단다. 임진왜란 때 의병활동을 했던 할아버지의 손자 오일도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니?”
크지는 않지만 아주 정취 있는 취락지인 감천마을은 낙안오씨의 집성촌이다. 1901년, 이곳에서 오일도 시인이 태어났기에 자세히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저는 과거에 이곳에 오면 가계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싫지 않았어요. 윗대 어른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어도 늘 신비한 느낌이었죠. 이 마을의 오씨들을 두고 어른들은 ‘국헌 수눌파(受訥派)’라 했던 게 기억나요.”
“수눌파는 해주오씨의 한 파란다.”
팔작지붕이 날아갈 듯 솟은 대문을 나와 골목을 지나면 낮은 구릉들이 울멍줄멍한 언덕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일도 시인이 사랑한 한 소녀가 기다리고 있을 듯하다.
“할아버지는 나중에 ‘일도(一島)’라는 호를 이름 대신 썼어. 그의 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시가 뭔지 아니?”
“<내 소녀>죠. 이제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그런데 그 시에 등장하는 소녀, 어릴 적 함께 쑥을 캐며 뛰놀던 소녀에 대한 그리움이 이 언덕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행방을 알 수 없는 소녀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며 시인이 느꼈을 애틋하고 먼 그리움을 상상해 본다.
“아지랑이는 박사처럼 얇은 막으로 가려진 채 흔들린다… 여기서 ‘빈 가지’는 잎과 꽃이 진 가지이고 ‘박사’는 생견(生絹)으로 얇게 짠 옷감을 뜻해.”
“그걸 통해 떠올리는 소녀에 대한 생각은 뿌연 ‘박사의 아지랑이’처럼 불분명하게 아른거린다고 한 거군요.”
같은 영양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으로 꼽히는 조지훈은 주실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시에도 ‘박사’라는 말이 나온다. 두 사람은 평소 알고 지낸 사이였을까?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이 시에서도 ‘박사’가 나오지? 조지훈 시인이 의식하면서 썼을 수도 있겠다 싶어.”
“선후배 간 동향의 두 시인이 서로 교감을 통해 이 말을 수용했다고 추측하고 계시군요. 애틋한 감정을 압축하는 공통된 정서의 말이 ‘박사’라는 점, 꽤 신기해요.”
오일도 시인은 14세까지 이 마을 사숙에서 공부했고 도쿄 유학 후 교사로 일하기도 했으나 결국 문학의 길을 택했다.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할아버지는 자주 일제의 통제를 절감해야만 했지. 견뎌보려 했으나 옥죄어오는 일제의 마수를 피하기가 힘들었을 거야.”
“결국 낙향하여 절필하는 무언의 저항을 택한 거로군요.” “맞아, 1942년 할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와 칩거하셨는데, 그 시간이 꽤 길었지.”
반변천 옆으로 나지막한 둔덕들이 올망졸망하게 펼쳐진 가운데에 위치한 ‘오일도시공원’은 가을이면 더욱 호젓한 경관을 자아내 꽤 인상적이다.
“광복이 되자 다시 상경하여 문학 활동을 재개하신 증조할아버지는 ‘시원’의 복간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죠.”
“이 공원 역시 할아버지를 기리는 공간이야. 영양이 자랑하는 오일도 시인을 기리는 일들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
흥미 있는 이야기는 흥미 있는 삶을 드러냅니다. 옛 이야기는 오늘의 이야기로 되살아나고, 다시 내일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반변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감천마을에서 듣는 오일도 시인의 일대기는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서사시대의 가장 강력한 감성 유혹 장치를 이 자연을 배경으로 신화 같은 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기에 이 마을에서 그의 일대기를 더듬어가다 보면 그가 꾼 꿈의 서사가 펼쳐집니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생성하고 꿈틀대는 그의 문학적 힘을 여러분은 느낄 수 있었나요?
정말 우리 사랑이 이루어질까?
- 충청북도 단양군 -
먼 과거 전설로 들려오는 평강과 온달의 이야기를 교과서 밖 아름다운 길을 들어보셨나요? 충북 단양군 영춘면 소백산 자락에는 '온달평강 로맨스길'이 있습니다. 이 길이 특히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건 단지 다양한 볼거리와 수려한 자연경관, 교통의 편리함에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길을 걸으면 두 사람이 평생 함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오늘 <트래블아이>가 여러분께 제안하는 미션은 바로 ‘온달평강 로맨스길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라’입니다!
긴 보발재를 넘어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숲길을 만날 수 있다. 계명산을 굽이돌아 유장하게 흘러가는 남한강과 태화산의 지맥이 어우러진 이 길 한가운데에 서서 건너편의 산자락 능선들을 바라보자!
“능선이 격랑을 일으키며 장쾌하게 펼쳐지고 있어. 능선들이 첩첩이 겹쳐져서 그려내는 장면은 말 그대로 ‘압도’의 느낌을 주지 않니? 온달장군의 충혼이 그대로 서려 있는 듯해.”
“참 로맨틱하지 못한 발상이구나. 그뿐만이 아니야. 주변을 봐봐. 반듯반듯하게 자란 삼나무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다. 군데군데 자리한 산초나무와 호랑 버드나무가 너무 아름다워.”
1400년 만에 뚫린 이 길에서 듣는 온달과 평강에 얽힌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더 생생하게 다가올까?
“장수가 된 온달이 군사를 이끌고 ‘계립현(鷄立峴)과 죽령(竹嶺) 서쪽의 땅을 되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충정어린 맹세를 했지만 아단성(阿旦城) 아래서 화살에 맞아 유명을 달리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니?”
“그래. 남편을 내조해 당대 최고 장수로 만들었던 울보 평강공주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해.”
설화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치열한 삶의 현장인 영춘면 하리 산62번지 일대 화전민촌까지 탐방객에게는 멋진 추억으로 기억될 만하다. 어떤 이야기가 서려 있을까?
“계명산 중턱에는 옛날 화전민들의 애환이 담긴 화전민촌을 볼 수 있다는데, 바로 이곳이구나. 부지에 화전민가와 대장간, 방앗간 등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 놨지.”
“고구려의 향기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해. 바보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나 왕의 사위가 되고 장군이 되어 나라의 운명을 짊어졌던 스토리가 고스란히 묻어 있어.”
화전민촌을 돌아서면 방터마을로 가는 길이 있다. 방터라는 지명은 고구려 군사들의 숙영지에서 비롯됐다. 이 지역 대부분의 지명은 병영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데?
“고구려와 신라가 대치했던 전장의 모습이 지금도 역력하게 자리하고 있네.”
“1만명의 병사들이 진을 쳤다는 대진목과 고구려의 투석기를 숨겨 놓았다는 은포동, 병기를 만들고 수리하던 쇠골, 고구려 병사들이 거친 남한강물에 휩쓸려 죽었다는 망굴여울 등 정말 다양한 고구려 전투의 흔적들이 남아 있어.”
고구려 장군의 충혼이 서려 있고 옛 향기가 그윽한 온달산성에 서면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신분을 뛰어넘은 지고지순한 사랑이 느껴질까?
“장군의 넋이 이곳에 서려 있는 듯해. 그의 결의가 얼마나 굳었던지 장사를 지내려는데 관이 움직이지 않았다지 아마.”
“그때 ‘죽고 사는 것이 이미 결정됐으니 돌아갑시다’라는 평강공주의 말에 비로소 남편의 관이 움직였다고 해. 가슴이 뭉클해져 와.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온달산성은 590년에 고구려가 남한강 유역을 탈환하기 위해 성산(427m)에 쌓은 길이 682m의 반월형 석성이다.
“바보온달이라고 불리던 온달이 평강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삼국사기> ‘열전’의 온달 이야기는 백제의 무왕 설화와 흡사해.”
“맞아. 이곳에서 온달은 “계림령과 죽령 서쪽의 땅을 되찾지 못한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라며 출정하였지만 아단성(阿旦城) 아래에서 신라군과 접전을 벌이다 죽음을 맞지.”
인근에는 고구려 문화체험의 명소 온달관광지와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가 자리해 문화관광체험과 함께 다양한 산촌체험도 겸할 수 있다. 무엇을 하며 둘만의 추억을 남겨볼까?
“산책로 왼쪽으로 굽이치는 남한강의 아름다운 경치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 길을 따라 양쪽에 더덕과 산나물이 지천으로 나 있네.”
“나물을 채취하고 더덕을 캐는 체험도 가능하다고 해. 여기서 전장에 나간 온달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물들을 한번 캐볼까?”
보발분교에서 시작해 방터마을을 지나 온달산성을 오르는 숲길. 여기서 다시 온달관광지로 내려가는 11.7㎞의 ‘온달평강 로맨스길’을 걷다 보면 단양 대표 관광지가 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됩니다. 특히 이 길을 연인들이 걷고 싶어 하는 이유가 단지 소백산 자락과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온달상성이 있기 때문일까요? 두 사람의 사랑이 정말 이루어질지는 걸어봐야 알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트레킹을 마친 후에도 온달과 평강의 신분을 뛰어넘은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거라는 겁니다. 이번 주말은 로맨스를 찾으러 떠나보세요!
경남 남해 속의 작은 나라
- 경상남도 남해군 -
경남 남해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해양생태관광 등의 관광도시로 유명합니다. 해바리 마을, 내산 꽃 단지, 죽방렴 등 여러 명물과 체험 마을이 가득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특색 있는 곳을 꼽으라면 ‘경남 남해 속의 작은 나라’ 독일마을과 미국마을이 있습니다. 시골농촌마을 대신 자리하고 있는 이들 외국인마을은 그야말로 동화속 세상을 품고 언제든 찾는 이들의 시선과 발길을 사로잡습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여권 없이 해외여행하기’입니다.
독일마을이라고 쓰여 진 커다란 표지석 뒤로 보이는 신기한 마을이 있다. 독일 깃발이 펄럭이는 이 곳. 정말 외국에 온 것은 아닐까?
“와, 태극기과 독일의 국기가 함께 걸려있어. 산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모습이 꼭 그곳을 향해 오라며 손짓 하는 것 같아.”
“해외에 온 듯한 기분이 이렇게 선명하게 들다니. 꼭 공항에 들러 여권에 도장이라도 받아와야 할 것만 같아.”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지붕, 티끌 없이 하얗게 칠해진 건물 외벽까지. 우리나라 산에 있는 건물이 맞는 것일까? 이국적인 분위기가 끝이 없다.
“독일에서 고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한국적인 느낌이 있을 줄 알았는데, 건물마저 외국 느낌이라니 조금 낯설어.”
“하지만 그 곳에서 살아간 문화를 모두 벗어날 수는 없으니, 이곳의 모두가 공동체가 되어 다시금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대체로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마을의 사람들. 그러다보니 민박지도 한 장을 들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일마을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의 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에 노출되면서 그 유명세가 한층 더 올라갔다고 해.”
“맞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고, 그 속에서 나왔던 명장면을 따라 연출해보는 것도 이 곳의 새로운 관광문화가 되었데.”
독일의 명물 하면 역시 맥주. 독일 맥주 축제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한국에서 먹는 진짜 정통 독일 맥주는 어떤 맛일까?
“옥토버 페스트? 독일 서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축제이잖아! 와, 우리나라에서 작지만 그런 축제를 맛볼 수 있다니 놀라워!”
“축제를 재현해낸 것뿐만이 아니야. 독일 맥주, 소시지 등을 제공하고 공연 등의 볼거리 행사도 제공한다지. 멀리 가지 않고도 독일 축제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겠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이 마을은 한층 더 이국스럽다. 화려한 저택들이 찾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야~ 원예 전문가들이 꾸민 정원이라 그런지 정말 독특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맞아. 스페인풍의 조각정원을 비롯해서 네덜란드 풍의 풍차정원, 핀란드 풍의 스파정원 등 원예인들이 조성하고, 또 그들이 직접 살면서 가꾸고 있다고 해.”
“게다가, 공공정원과 전시장, 기념품 점 까지! 정말 관광지로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미국 교포들이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동시에 관광지로도 개발 된 미국마을. 독일마을과는 또 다른 신비로움을 가졌다.
“저기 봐, 미국의 대표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이야. 조금 작고 어설픈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더 재미있는 것 같은데?”
“다들 자유의 여신상이 되어서 팔을 들어 올리고 사진을 찍고 있어. 미국마을 최고의 명소가 아닐까?”
미국의 전통을 그대로 따라 살아온 듯이, 미국의 한 마을을 그대로 떼어다 옮겨놓은 풍경이다. 영화 속에 나오던 바로 그 모습이다.
“잘 정비된 가로수 길과 우리나라 문화와는 다른 주차풍경, 또 집의 모양 까지도 정말 미국에 온 것 같아. 꼭 영화 속 주인공들이 지나다닐 것만 같아.”
“개인이 살고 있는 집도 있지만, 미국마을은 펜션으로 운영되고 있는 집들이 더 많다고 해. 바다를 앞에 두고 있으니 이곳에 숙소를 잡아도 좋지 않을까?”
여권도 없이 나선 여행에서 이국적인 감성을 느낀다는 것. 그 색다른 힘이 더해져 이 곳, 남해의 작은 나라의 의미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작은 마을에서 외국을 경험하는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 사람이 살지 않는 테마 관광지의 인위적인 느낌이 적은 곳인 것 같아.”
“고국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교포들을 위해 처음 조성된 곳들이지만, 그 특색은 관광지로서의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경상남도 남해 속 이 작은 나라들은 그저 박물관이나 전시장이 아니라, 모두 사람이 살고 있는 실제 마을입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조성되었고 숙박시설과 관광지가 연계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 가면 사람이 사는 냄새를 맡으며 실제 해외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습니다. 해외여행을 떠나기에 조금 벅찬 감이 있다면 이곳으로 ‘여권 없는 해외여행’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이국적인 남해의 모습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생길지도 모르니 마음 굳게 먹고 말이죠.
오감으로 맡는 향기
- 경기도 가평군 -
우리나라 전국 수목원 중 가장 유명한 곳, 아침고요수목원. ‘아침고요’라는 예쁜 이름에서 벌써 진한 꽃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가족 단위로도 연인 단위로도 즐겨 찾는 곳입니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십만 평의 부지에 가득 펼쳐져 있으니, 감성을 충전하고 싶다면, 아침고요수목원만 한 곳을 찾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많이들 찾는 곳인 만큼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오늘의 미션, ‘아침고요수목원을 오감으로 느껴보라!’입니다.
가평군 상면에는 그 유명한 아침고요수목원이 있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정원과 화단, 산책로로 꾸며진 고요한 이곳. 하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조성된 것은 아니라는데?
“이왕 아침고요수목원에 왔으니, 사진도 많이 찍고, 예쁜 꽃과 나무들도 부지런히 보고, 또 필기도 해야겠어요. 수목원이 아주 넓으니, 하루 종일 걸리겠는걸요?”
“진정하고 저것 좀 보렴! ‘그저 편히 쉬어가세요.’라고 적혀 있잖니? 이곳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곳이니, 그냥 산책하듯 걷는 것이 수목원 감상에 제일 좋은 방법일거야.”
아침고요수목원의 정원들에는 각기 다른 이름이 붙어있다. 아침고요수목원에 들어섰으니, 일단은 가장 진한 향기가 날 것 같은 이름을 찾아 가서 코로 향기를 맡아볼까?
“음, 전 허브정원에 먼저 가 볼래요! 허브는 차에도 쓰이고, 향수에도 쓰이니 여기에 있는 식물들 중에서도 가장 진한 향기가 날 것 같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허브정원에 온 김에 가장 마음에 드는 허브 이름 한 가지를 외워 보지 않을래? 집에 돌아가서 찬장을 열면, 네가 기억하는 그 허브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코로 진한 허브 향기를 느껴보았다면,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 볼 때가 왔다. 꽃에 대한 주옥같은 시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시가 있는 산책로’로 가 보자.
“휴, 한참을 걸은 것 같구나. 그런데 나는 도무지 향기를 들어 볼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걸? 뭐 좋은 방법이라도 있니?”
“방금 제가 찾았어요. 저기, ‘시가 있는 산책로’가 보이세요? 저 곳에 가서 눈을 감아보세요. 제가 멋지게 시를 읽어 드릴게요. 그러면 분명히 귀로도 향기가 들릴 거예요!”
아침광장의 잔디밭 위쪽으로 굽은 길이 하나 보인다. 겨울에는 오색별빛정원전이 열리는 이곳. 여기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기분이 있다는데?
“아침고요수목원의 정원들은 하나같이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늘길을 따라 걸으니 하늘정원이 나오네요? 와, 이것 좀 보세요! 사방에 온통 수국화와 구절초,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이에요!”
“마치 하늘로 올라온 것만 같은 기분이구나. 숲속 천국에 온 것 같기도 한데?”
하늘정원에서 눈길을 조금만 돌려보면,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선녀탕이라고 이름붙인 작은 폭포가 있다.
“저 아름다운 풍경을 좀 봐!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주 시원해 보이는구나. 물도 정말 맑은데? 밤이면 몰래 선녀가 내려올 것 같구나.”
“여기서 목욕을 하면 저도 선녀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저 맑은 물에 발이라도 한 번 담가보고 갈래요!”
하늘길은 하늘정원과 선녀탕을 지나서도 계속 이어진다. 하얀 달빛이 땅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정원, 달빛정원의 향기를 마음으로 맡아볼까?
“와! 정원은 모두 아름답지만, 이 정원은 정말 특별해요. 하얀 교회 주변에 피어 있는 하얀 꽃들이 마치 눈송이들 같아요!”
“정말 그렇구나. 엄숙하기도 하고, 또 신비롭기도 한 정원이네. 이곳이 요새 프러포즈 장소로 그렇게 각광받고 있다는데,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아.”
아침고요수목원에 왔다면, 체험 코스를 빼 놓을 수 없다. 천연미스트 만들기, 천연비누 만들기, 피리 목걸이 만들기 등등 다양한 체험이 있는데, 하나를 골라볼까?
“토피어리를 만들어 봐요! 학교 특별활동에도 토피어리 반이 있는데, 거기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이끼를 직접 심어볼 수 있다니, 의미 있기까지 한 활동 같아요!”
“집에 가서도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믿을게. 아기 곰과 마찬가지로, 네가 만든 아기 곰 모양 토피어리도 엄연히 살아있는 생물이니까 말이야!”
아직 뭔가 더 남은 것 같은데? 수목원 입구에는 허브샵 정원가게가 있다. 처음에 말했던 허브 이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성공!
“어쩐지 뭔가 허전하다 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먹는 게 빠졌네요!” “하하! 그래, 그래. 어떤 허브가 가장 마음에 들었니?”
“저는 로즈마리요! 이름이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외딴 성에 사는 공주님이 생각나는 것 같지 않아요? 로즈마리 차를 마시면, 공주님이 된 기분이 들 것만 같아요.”
지금까지 <트래블아이>와 함께 둘러본 곳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계절마다 새로운 꽃과 축제가 피어나는 곳인 만큼, 아침고요수목원에 가고자 할 때에는 공식 홈페이지에 미리 들러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천여 년 동안이나 살아온 나무인 아침고요수목원의 상징, 천년향에 소원 한 가지를 빌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감으로 느껴본 아침고요수목원은 어떠셨나요? 한동안 진한 꽃향기가 몸에 배어있을 것만 같은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분 하나를 장만해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