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변천에서 만나는 꿈의 서사
- 경상북도 영양군 -
영양의 자랑은 '자연' 그 자체다. 천연기념물인 측백수림, 선바위와 남이포의 깎아지는 듯한 절경, 우뚝한 산세를 지닌 일월산 등 천혜의 자연 조건을 지닌 영양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과 소설가, 학자와 같은 저명인사를 배출 영양. 특히 반변천의 아름다움은 그의 시문학에 모태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현대시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오일도도 바로 이곳 반변천에서 꿈을 키워왔습니다. 호젓한 반변천과 정갈하게 보존돼 지금도 예스러운 멋을 더하는 영양읍 감천마을에서 그의 시를 품어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인과 그 가문들은 강을 따라 터를 잡았듯 낙안 오일도를 낳은 감천마을 역시 기와집과 나지막한 돌담이 하천과 잘 어우러져 있다.
“반변천은 문학청년들의 고향이란다. 지조론과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주실마을 출신이고, 퇴계 이황의 학맥을 이은 석계 이시명을 비롯해 <젊은 날의 초상> 작가 이문열도 두들마을에서 탄생했지.”
“감천마을도 빼놓을 수 없어요. 항일시인 오일도를 낳은 곳이죠.”
순수 서정 시인이면서도 정한을 노래한 민족시인 오일도의 생가. 그중 사랑채에는 국운헌(菊雲軒)이라 쓰인 현판이 아스라하게 걸려 과거를 회상케 한다.
“‘국, 운, 헌(菊雲軒)’? 무슨 뜻이에요? 국화가 구름처럼 피어난다는 뜻인가요?”
“글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 사랑채를 국운헌이라 하는데, 한문에서 따온 좋은 구절이지.이 집은 너의 고조할아버지가 되시는 어른의 호를 따서 지었단다. 임진왜란 때 의병활동을 했던 할아버지의 손자 오일도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니?”
크지는 않지만 아주 정취 있는 취락지인 감천마을은 낙안오씨의 집성촌이다. 1901년, 이곳에서 오일도 시인이 태어났기에 자세히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저는 과거에 이곳에 오면 가계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싫지 않았어요. 윗대 어른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어도 늘 신비한 느낌이었죠. 이 마을의 오씨들을 두고 어른들은 ‘국헌 수눌파(受訥派)’라 했던 게 기억나요.”
“수눌파는 해주오씨의 한 파란다.”
팔작지붕이 날아갈 듯 솟은 대문을 나와 골목을 지나면 낮은 구릉들이 울멍줄멍한 언덕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일도 시인이 사랑한 한 소녀가 기다리고 있을 듯하다.
“할아버지는 나중에 ‘일도(一島)’라는 호를 이름 대신 썼어. 그의 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시가 뭔지 아니?”
“<내 소녀>죠. 이제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그런데 그 시에 등장하는 소녀, 어릴 적 함께 쑥을 캐며 뛰놀던 소녀에 대한 그리움이 이 언덕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행방을 알 수 없는 소녀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며 시인이 느꼈을 애틋하고 먼 그리움을 상상해 본다.
“아지랑이는 박사처럼 얇은 막으로 가려진 채 흔들린다… 여기서 ‘빈 가지’는 잎과 꽃이 진 가지이고 ‘박사’는 생견(生絹)으로 얇게 짠 옷감을 뜻해.”
“그걸 통해 떠올리는 소녀에 대한 생각은 뿌연 ‘박사의 아지랑이’처럼 불분명하게 아른거린다고 한 거군요.”
같은 영양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으로 꼽히는 조지훈은 주실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시에도 ‘박사’라는 말이 나온다. 두 사람은 평소 알고 지낸 사이였을까?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이 시에서도 ‘박사’가 나오지? 조지훈 시인이 의식하면서 썼을 수도 있겠다 싶어.”
“선후배 간 동향의 두 시인이 서로 교감을 통해 이 말을 수용했다고 추측하고 계시군요. 애틋한 감정을 압축하는 공통된 정서의 말이 ‘박사’라는 점, 꽤 신기해요.”
오일도 시인은 14세까지 이 마을 사숙에서 공부했고 도쿄 유학 후 교사로 일하기도 했으나 결국 문학의 길을 택했다.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할아버지는 자주 일제의 통제를 절감해야만 했지. 견뎌보려 했으나 옥죄어오는 일제의 마수를 피하기가 힘들었을 거야.”
“결국 낙향하여 절필하는 무언의 저항을 택한 거로군요.” “맞아, 1942년 할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와 칩거하셨는데, 그 시간이 꽤 길었지.”
반변천 옆으로 나지막한 둔덕들이 올망졸망하게 펼쳐진 가운데에 위치한 ‘오일도시공원’은 가을이면 더욱 호젓한 경관을 자아내 꽤 인상적이다.
“광복이 되자 다시 상경하여 문학 활동을 재개하신 증조할아버지는 ‘시원’의 복간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죠.”
“이 공원 역시 할아버지를 기리는 공간이야. 영양이 자랑하는 오일도 시인을 기리는 일들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
흥미 있는 이야기는 흥미 있는 삶을 드러냅니다. 옛 이야기는 오늘의 이야기로 되살아나고, 다시 내일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반변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감천마을에서 듣는 오일도 시인의 일대기는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서사시대의 가장 강력한 감성 유혹 장치를 이 자연을 배경으로 신화 같은 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기에 이 마을에서 그의 일대기를 더듬어가다 보면 그가 꾼 꿈의 서사가 펼쳐집니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생성하고 꿈틀대는 그의 문학적 힘을 여러분은 느낄 수 있었나요?
해운대를 돌고 돌아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
부산 해운대구의 '해운대 해수욕장'은 여러분 모두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다른 관광명소도 즐비해 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모르실겁니다.. 부산 해운대구는 그저 여름 피서지로 생각하기엔 너무도 아쉬운 것들이 많습니다. 바다가 길게 뻗은 해운대의 경관을 시작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뽐내는 부산 해운대구는 국제적인 규모의 생사가 연중 열리는 축제의 도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트래블아이>미션은 '해운대구를 전부 다 둘러보라!'입니다
부산이 문화 불모지라는 말을 싹 씻어내 주는 고마운 곳. 이곳에서 제공하고 있는 문화는 부산의 문화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데?
“부산시립박물관은 고정되어 있는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 보다는 부산, 영남권의 미술을 매번 새롭게 선보인다고 해.”
“부산미술을 비롯한 한국 전체적인 미술을 이해하고 보급하기위해 부산시립박물관은 문화적 가치를 잘 시행 하고있어.”
벡스코는 언제나 바쁘다. 첨단설비가 갖추어진 이 행사장에서는 과연 어떤 전시와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컨벤션 센터라고 하지만, 그 규모가 어마 어마 한 것 같아.”
“맞아, 축구장 크기의 3배에 이르는 단층 무주전시장부터 여러 홀이 갖추어져 있어서, 주요한 회의, 박람회 등을 개최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고, 미래적인 복합전시를 이루고 있는 해운대구의 명물이지!”
부산 올림픽 공원의 넓은 잔디광장에는 크고 울창한 나무가 드문드문 심어져있다. 그 나무그늘에서 여유를 즐기는 이들의 표정이 한결 여유롭다.
“요트경기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산책로와 여러 조형물들은 올림픽 공원을 문화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주었지.”
“하지만 서울에서 열린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조금 이상해.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수백척의 요트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요트위에 올라서고 싶은 마음이 치솟는다.
“이 요트 경기장은 국내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사용이 된다고 해. 국제영화제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꼭 들리는 곳이라고 해.”
“이곳에 오기 전, 이곳을 배경으로 찍힌 영화를 미리 본다면 관광에 더 흥미롭게 요트 경기장을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 그대로를 공원으로 만들어졌다. 이미 노래로도 너무 유명한 이 곳 동백섬은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동백숲과 소나무 숲이 아름답게 만들어진 동백섬은 해운대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그렇다면 저 육계도가 동백섬으로 이어진 것일까?”
“맞아. 최근에 지어진 저 건물이 건립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해. 자연경관에 의미가 더해진 것이지.”
때로는 다섯, 때로는 여섯으로 보이는 오륙도. 이러한 신비한 현상은 자연이 만들어낸 독특한 섬의 형태란다.
“방패섬과 솔섬이 하나의 섬이 되는 썰물 때와, 두개의 섬이 되는 밀물을 배경으로 신비한 배경이 만들어져 있어.”
“옛 어선들이 귀향하는 광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다고 해. 붉은 노을 속의 흰 돛을 일컬어 오륙귀범이라 부르기도 했데.”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진 달맞이 길은 해안선 일대와 언덕을 포함한 길이다. 이곳의 환상적인 풍경은 그 이름이 자자하다는데?
“소나무 숲과 동백섬이 이루어낸 숲과 함께 펼쳐진 바다와 해안가의 전경은 부산의 팔경으로 손꼽힌데.”
“그 뿐만이 아니라, 해운대 달맞이고개와 청사포의 야경 등은 대한 팔경에 포함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곳이라고 해.”
달맞이길에서 이어진 고개마루인 해월정. 이 곳에서 즐기는 월광욕은 관광객들이 부산을 떠나지 못할만큼의 감동을 선사한다.
“달맞이 고개의 끝자락인 해월정은 말 그대로 '달맞이 고개'라고도 부른다고 해. 달을 가잘 예쁘게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지.”
“부산시에서 선정한 야경이 아름다운 곳 베스트5에 든 곳이라고 하니, 다음 부산여행 때에는 다른 곳도 둘러보면 좋을 것 같아.”
부산에는 참 볼 것이 많습니다. 특히나 해운대구는 더욱 그러합니다. 최근 영화의 배경이 되고, 여름철이면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해운대 해수욕장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한 번쯤은 찾는 명소이지요. 하지만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이 많고, 볼 것, 즐길 것이 많은 해운대까지 찾아와 바다만을 보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운 여행이 아닐까요? 여러분이 부산 해운대구에 들린다면 꼭 한번 해운대 해수욕장을 돌고 돌아 있는 명소들을 둘러보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아쉬움 없이 가득 찬 여행을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미술의 놀이터
- 경기도 과천시 -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바로 그 곳, 국립현대미술관과 과천어린이대공원. 가족들과 함께 동물원에 나들이를 가보신 분들은 많지만, 동물원 옆의 미술관에 가 보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만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가면 그 매력이 배가 되는 그곳,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전시는 물론이고 무료로 제공되는 상설 전시까지 놀라운 현대미술이 이곳에 어우러져 뛰어놀고 있으니, 과천시에서 이곳을 놓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현대미술의 놀이터에서 미술과 함께 놀고 오라!’
미술 전시회를 관람한 지 오래 된 분들이라면 으레 현대미술에 대해 착각하고 있기 마련.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서기 전, 어떤 작품이 있을지 한 번 상상해 보자!
“국립인 만큼, 비싼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요? 국가가 운영하는 곳이니까 이중섭이나 김홍도 같이 우리나라의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이 있을 것 같아요.”
“흠, 글쎄다. 내 생각은 좀 달라. 현대미술관이니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이 있겠지. 그림이 많을 것 같은데, 아빠도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구나.”
미술관 안으로 직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 야외 조각공원에도 국내외 유명한 작가들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야외에서 보는 전시는 실내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는데?
“이야, 미술관 안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좋구나. 야외 조각공원을 둘러보지 않고 미술관에 들어갔으면 후회할 뻔 했는데?”
“마치 잔디가 깔린 미술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네요! 저 지금 현대미술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것 맞죠?”
미술이 고상하고 품격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는 사실! 야외 조각공원에서는 시야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미술이 놀고 있다. 기념사진을 잊을 수는 없는 법.
“하하, 저것 좀 보세요! 이상하게 생긴 남자가 하늘을 향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이라는데? 엉덩이가 툭 튀어나온 것이 우스꽝스럽게도 생겼구나. 저 옆에 가서 똑같은 포즈를 취해 보렴. 재미있는 기념사진이 나올 것 같아.” “이렇게요? 마치 미술 작품과 함께 노래하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현대미술은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그저 거기에 놓여 있을 뿐이다. 내가 지어낸 해설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것! 눈에 띄는 작품에 이름을 붙여보며 작품의 의미를 상상해보자.
“저 빨간 화분을 한 번 보렴! 저 작품에 대해 네가 직접 설명해 볼 수 있겠니?” “음, 저 화분에 심으려면 나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저 커다란 화분을 올려다보고 있으니까, 화분에 구름을 심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뒤에 보이는 산도요!”
“놀랍구나! 네 말대로라면 비오는 날엔 천둥을, 저녁에는 노을을 심을 수도 있겠는 걸?”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것은 바로 백남준의 ‘다다익선’. 교과서나 책에서만 볼 수 있던 바로 그 유명한 작품이 여기에 있다.
“너도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지? 이 거대한 작품에 쓰인 텔레비전은 천 개도 넘는다고 하는데, 정말 압도적인 느낌이구나.”
“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가 중 한 분이 백남준이래요. 와, 텔레비전으로 만든 탑이 천장에 닿을 것만 같아요!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금방이라도 변신할 것 같은데요?”
국립현대미술관 1층에는 EDU-STUDIO가 있다. 바로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관. 이곳에서는 미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고 하니, 빼 먹을 수 없는 코스!
“미술을 만져 본다고?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구나. 네 또래 친구들이 아주 많은데?”
“작품에 있는 하늘을 만져 보았더니 구름이 나타났어요! 여기 이게 바로 제가 만든 구름이에요! 어, 이 피아노를 치니까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화면에 동그란 물방울들이 떠올라요! 저쪽에서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네? 다음부터는 꼭 예약을 하고 와야겠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을 돌아보고 나면 소비할 수 있는 예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 게다가, 만져보는 것보다 더 놀라운 미술이 하필이면 화장실에 있다는데?
“으악, 이거 정말 써도 되는 거예요? 벌 받을까봐 겁이 나요!”
“다른 사람들도 다 쓰고 있잖니. 정말 재미있는 곳이구나.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조심조심 만지지 말고, 그냥 확 써버리자!” “안 돼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말예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세상에 대한 다른 시각이라는 점. 내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현대미술일 수 있다고 상상해보는 것도 멋질 것 같은데?
“미술관을 내내 둘러보면서 친구에게 조각품을 그려 넣은 엽서를 붙이면 참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참 좋은 생각이야. 네 그림솜씨 무척 기대되는데? 때마침 이곳에 빨간 우체통이 서 있구나. 이렇게 운치를 돋보이게 하는 이 우체통 역시도 야외조각품의 일부 아닐까?”
이번 기회를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오해가 조금은 풀렸을 것 같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미술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하고, 생각하고, 인사하고, 만져보고, 써 보기까지 하며 감수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여주는 현대미술입니다. <트래블아이>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온 여행자들 중에 미래의 위대한 현대미술가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친 김에 우리나라의 현대미술을 볼 수 있는 대해 조금 더 알아보면 어떨까요?
두들겨라, 천년 신비가 열린다
- 충청북도 진천군 -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진천을 지나본 사람이라면 오른쪽 강변에 놓인 돌다리를 분명 봤을지 모릅니다. 순식간에 스쳐가는 풍경이기에 별 관심을 주지 않을 테지만, 이 다리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임을 알게 되면 보는 시각도 달라질 겁니다.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이 농다리, 그 생김새부터가 매우 특이합니다. 무엇보다 이 돌다리와 마주했다면 무심결에 건너기보단 몇 번은 두드려보고 건너야 그 진가도 알게 됩니다. 어떤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는 걸까요? 바로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오늘 <트래블아이>가 던지는 미션입니다.
충북 진천 문백면 구곡리를 가로질러 흐르는 세금천에는 돌다리가 하나 놓아져 있다. 그 모양새가 워낙 특이해 그 유래나 전설따위를 알지 못해도 절로 눈길이 갈 것이다.
“저기 보이는 다리, 투박하지만 야무져 보이지? 길이가 약 90~100m쯤 되겠는데?”
“중간중간 돌들을 쌓아 교각을 만들고 길고 넙적한 돌을 사이사이에 얹어놓았어. 보다 보니 긴 벌레가 구불구불 몸을 비틀며 가는 듯해.” “저런 모양의 다리가 흔치 않은데, 좀 더 가까이 가서 보자!”
고속도로에서 볼 땐 상판이 돌덮개가 아니라 검은 나무판처럼 보였는데, 막상 와서 보면 넓적한 바위판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농다리는 더욱 특이하다.
“선암사의 승선교 같은 아치형도 아니고, 한강변 살곶이 다리처럼 편편하지도 않아. 어찌 보면 거대한 벌레같이 보여. 가만 보면 정말 지네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듯하지 않아?
“정말이네. 거대한 지네가 몸을 슬쩍 퉁기며 건너는 듯한 모습이야. 자연석을 축대 쌓듯이 안으로 물려가며 쌓아올린 교각들을, 상판이 아래보다 넓어 지네발처럼 보이는 것 같아.”
<조선환여지승람>에는 고려초기에 임 장군이 하늘의 별자리 본 따 28칸(교각)으로 만들었다고 나와 있는데, 지금은 교각이 24개뿐이다. 어떻게 된 걸까?
“농(籠)다리라는 이름은 밟으면 움직이고, 잡아당기면 돌아가는 돌이 있다는 뜻이래. 이름처럼 보기에도 위태위태한데 교각이 이 정도 남아 있는 사실이 참 놀라워.”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아무렇게나 쌓은 것 같은 이 다리가 형태 그대로 천 년을 넘게 버텨왔다는 자체만으로 무척 신기해.”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알려져 있는 하천 한가운데 놓인 이 자그마한 돌다리는 고려 초기에 축조됐다고 전해지는 만큼 이곳에 서린 사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유를 묻자 부친상을 당해 가는 길인데 다리가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지.
임연은 당장 용마를 타고 돌을 날라다 다리를 놓아주었는데 그게 바로 이 농다리라고.”
농다리는 유구한 역사뿐만 아니라 독특한 모양에서 엿볼 수 있는 건축방식의 지혜가 있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모양만 보고도 천년 동안 간직해온 비밀이 파헤쳐질까?
“교각의 생김새를 봐봐. 장마가 져 유속이 빠를 때도 그 물의 압력을 덜 받은 거지. 또 교각 틈새로 물이 넘쳐흐르면서 저 모습 그대로 유지가 가능했던 거야. 를 수 있었던 거야.”
“지네모양으로 휘어지게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라…. 이거야말로 농다리가 지닌 천년의 신비이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아닐까?”
진천의 이 농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다. 이 농다리의 우수성과 역사성을 알리기 위한 축제가 매년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그 모양이며 지내온 역사도 대단하지만, 천 년 동안 마을과 마을을 이어준 역할을 해왔으니 지역이 자랑할 만해!”
“그래서 이 일대에 해마다 농다리축제가 열린다지. 농다리 놓기 체험, 상여 다리 건너기 등 각종 이색 볼거리가 펼쳐진다는데, 지금쯤 축제가 한창이겠다. 그곳으로 가볼까?”
축제기간만 해도 수만 명이 몰린다. 이렇게 농다리는 지역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후손들이 조상들의 유물로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수변공원 일대에서 민속공연과 촬영대회 등 행사가 정말 다채로웠어. 특히 진천 농요시연은 모내기를 마친 뒤라 그런지 더욱 흥겨운 가락을 뽑아내 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지.”
“맞아. 축제를 직접 보고 농다리 직접 건너보면서 우리 조상들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어 앞으로도 이곳에 더 많은 축제가 열렸으면 좋겠어.”
진천에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 농다리뿐만 아니라 다리 건너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또 한 번 신기한 광경과 마주하게 된다.
“가장자리에는 호수를 바라보기 좋게 나무 전망대가 마련돼 있구나. 여기가 충북에서 가장 큰 저수지라지? 아름다운 호수로도 이만한 데가 없겠어. 연인으로 보이는 저 젊은이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것만 봐도 알겠어.”
“저들도 우리처럼 조상의 슬기를 배우고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웠으면 좋겠다.”
구곡리에 있는 농다리는 100여 미터 길이에 자연석으로 된 돌다리입니다. 가만히 보면 진천지역이 명소라 자랑할 만큼 멋지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반듯하게 놓인 것도 아닙니다. 물길에 맞게 비스듬하게 교각이 세워진 구간도 있고, 들쭉날쭉한 것이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이 다리는 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아주 중요한 다리입니다. 고려초에 축조가 돼 지금까지 어떠한 재난이 오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여러분은 고속도로를 지나다 이 다리를 발견하면 잠시 차를 멈춰세울 생각인가요?
여유로움을 오르내리다
- 대구광역시 남구 -
‘앞산’. 어쩐지 뒷산, 옆산도 있을 것 같은 독특한 이름입니다. 가벼운 이름만큼이나 대구의 가벼운 등산코스로 이름이 난 앞산은, 초록빛 가득한 산의 전경과 빼곡히 들어선 빌딩들의 경계선이 독특한 곳입니다. 오르는 방법도 여러 가지, 구경 할 거리도 여러 가지인 앞산은 인공시설물이 대부분 철거가 되어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도심에 맞닿아 있지만, 자연과 그 속에 담긴 역사를 모두 이어오고 있는 앞산! <트래블아이>의 오늘 미션은 ‘도심 속에서 아름다운 여유를 찾아라!’ 입니다.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달려가면, 어느새 산의 풀 냄새가 풍겨온다. 종점이라지만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앞산자락길’이 시작된다. 도시 옆 산길은 어떤 모습일까?
“버스를 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높은 건물이 없네요. 그래서 그런지 산이 더 높아 보이고 공기도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 항상 앞산공원 주차장으로 갔었는데, 이렇게 앞산 자락길로 가는 방법을 택하니, 자동차도 없이 편하게 산에 올 수 있구나. 이제 슬슬 올라가볼까?”
충혼탑을 지나 들어선 앞산 자락길. 가파르게 시작하지만 어느새 도보하기 좋은 길로 느껴진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걷는 여유를 느껴볼까?
“분명히 산을 걷고 있는데,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들지가 않아요. 산이 높지 않을 걸까요?”
“아니란다. 앞산 자락길은 산 아래의 앞산순환도로와 일정높이의 이격겨리를 두고 산자락의 등고선을 따라서 조성되었어. 기존에 있던 산책로와 오솔길이 연결되어 조성되었기 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단다.”
앞산 자락길을 느긋하게 오르다보면, 어느새 꽤 낡은 건물이 나온다. 친구도 없이 혼자 서있는 케이블카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까?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야. 많이 낡았지? 처음 지어진 이후로 유지, 보수만 이어오고 있는 케이블카는 이제 앞산의 명물이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 있으니,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구나.”
”예전에는 놀이공원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때는 사람도 많았겠죠? 지금은 등산객들만 있는 고요한 기분이 꼭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케이블카가 서서히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산의 경계를 둘러싼 앞산순환도로와 대구의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시에 있는 것도, 자연에 있는 것도 아닌듯하다.
“와, 정말 전망이 좋아요! 이 경치 때문에 다들 앞산에 오르나봐요!”
“그래, 맑은 날은 대구의 시내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단다. 바쁜 도심이지만 적막하게 보이는구나. 우리만 도심에서 떨어져 나온 기분이 색다르게 느껴지지 않니?”
전망대의 조형물까지 가는 길은 시원한 계곡 물줄기가 벗이 되어준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에 동화되는 기분을 직접 느껴보자.
“해가 지면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정신없이 흘러가는 저기 저 여유 없는 도시도 아름답게 보일 정도예요!”
”유유히 흘러가는 이 계곡물을 봐. 자연은 이토록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내어주고 있잖니.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느끼기 위해 이 산에 오르는 것 아닐까?“
이제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정상에서부터 걸어 내려가려는 길은 또 어떤 정취를 선사할까?
“내려가는 길은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해가 진 뒤에도 위험하지 않게 내려갈 수 있단다. 해가 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인데, 야경을 보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위해 앞산은 안전하게 조성되어 있지.”
산을 내려오니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바로 ‘안지랑 곱창골목’이다. 선선한 날씨 덕분인지, 야외에 테이블을 놓고 한껏 즐거운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산을 내려와서 곱창이라니, 참 독특한 조합이네요. 우리도 여기서 곱창 먹고 가요!”
“대구에서 워낙 유명한 곱창 골목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참 많구나. 등산을 한 사람들도 많이 찾지만, 그저 외식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단다.”
대구 남구에 위치한 앞산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에 대한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대구의 명물은 이렇게 어울림의 의미를 담고 있을까?
“앞산이라고 해서 가벼운 언덕 정도로만 생각하고 왔는데, 정말 좋은 산인 것 같아요. 여기저기에 비와 탑 등이 세워져 있던데, 다음엔 역사 공부하러 와야겠어요!”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다음엔 앞산 자락길의 다른 방향을 따라 올라가 보자꾸나. 자연도 즐기고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단다. 볼 수 있는 것도, 배울 것도 더 많은 곳이 바로 이 곳 앞산이란다.”
등산이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싹 날려주는 앞산. 산의 시원한 냄새를 맡고 천천히 걸어올라 가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다다라 우리의 삶을 내다볼 수 있게 해줍니다. 갑갑하기만 했던 도시가 넓게 펼쳐져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다가올 때,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과 여유가 늘 우리 곁에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가까이에 위치한 고즈넉한 산에서, 내 삶의 아름다움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앞산! 이번 주말 뒷산, 옆산 말고 앞산에 가서 가벼운 산책은 어떠세요?
시간이 정지된 철길 풍경
- 서울특별시 구로구 -
침목 사이에 깔린 자갈의 좁은 틈으로 잡초가 듬성듬성 자라 있습니다. 선로 너머에는 애기똥풀과 이름 모를 들꽃들이 심심찮게 몸을 흔듭니다. 기찻길은 놓여 있으나 열차는 거의 오가지 않는 이곳은 오류동의 항동철길. 부천 옥길동을 연결하는 이 선로는 군산 경암동 철길처럼 운동을 하거나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뿐입니다. 명소라기에는 아직 어색하지만 물어물어 찾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기차가 떠난 자리에 뭔가 남겨지기라도 한 걸까요? <트래블아이>의 오늘 미션은 ‘항동철길의 은밀한 아름다움을 찾아라!’ 입니다.
영화 실미도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과거 공군정보부대 자리를 지나면 오류동역이다. 이 일대는 서울에 속해 있지만 지역 특성상 조용한 시골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어, 여기도 서울인가?” “여기가 수궁동, 항동 같이 발전이 꽤 더딘 편이야.”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시골풍경이어서 그런지 특별한 명소로 보이지는 않는데?” “그래도 이 철길은 계절마다 물어물어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들꽃 흐드러진 철길을 따라 걷는 한 노인의 뒷모습이 애잔하다.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는 옛날과 현재가 공존하는 항동 철길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방치된 듯한 녹슨 철 구조물로 만든 담벼락과 여유롭게 철길을 걷는 사람들, 항동 철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정취 아닐까?”
“맞아. 하지만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언젠가는 이 철길도 없어질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와.”
지하철 오류동역에서 갈라진 항동 철길은 과거에는 화물차가 수시로 다녔다. 지금도 운송로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철길이 동부제강입구 교차로를 지나가고 있구나.” “원래 항동철길 이름은 오류동선이었지?”
“맞아. 1950년대 생산원료를 운반했다는데, 이제 더 다니는 열차는 없겠구나.” “봐! 차단기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아직 이 선로 위로 기차가 다니고 있나봐.”
개구쟁이들이 이따금 뛰어노는 놀이터 같은 교차로를 지나 아파트가 끝나는 곳까지 이어지는 철도는 낮은 언덕을 만난다. 이곳에 숨겨진 비밀의 화원이 있다는데.
“항동철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 바로 여기야.” “이 나무에 둘러싸인 단선 선로에 뭐가 있다는 거야?”
“저기 푸른수목원 보이니? 이 일대가 원래 전부 논, 밭 경작지였다지.” “궁금해서 못 참겠다. 빨리 가보자.”
푸른수목원에 들어서면 잔디광장 ‘푸른뜨락’과 그 뒤로 너른 항동저수지가 반긴다. 항동 저수지까지 2㎞ 구간을 천천히 걸어보자.
“여기 수목원을 거닐다 보니 특이한 이름의 정원이 나와!”
“어, 정말. 각종 허브식물이 가득한 ‘내음두루’, 돌을 중심으로 식물이 자라는 ‘돌티나라’, 무궁화가 한 아름 있는 ‘겨레울’, 사계절 푸른 나무가 심어진 ‘늘푸른누리’까지 정말 다양한 테마를 가진 정원이야. 몇 가지나 되는 걸까?”
테마 하나하나마다 독특한 이름의 정원들은 모두 외국어를 탈피한 순수 한국어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이 이름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데?
“향기원이나 암석원, 무궁화원, 침엽수원 등 간단하게 이름을 붙였으면 더 알기 쉬었을 텐데. 내음두루나 돌티나라 같이 써붙여 놓으니 도통 감을 잡기가 어려워. 설명문구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정원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연상되는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보다 쉬울 거야.”
정원의 이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바로 정원 가득 피어 있는 꽃송이들. 잠시 멈춰 서서 그 향기를 맡아보면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진다는데?
“이렇게 활짝 핀 꽃을 본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화분에서 얌전히 자라는 꽃이나, 길거리 화단에 있는 꽃들은 아무래도 생생한 아름다움이 없단 말이지. 이 선명한 빛깔을 좀 봐!”
“맞아.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
수목원을 빠져나와 그냥 지나치기 못내 아쉬워 다시 철길로 들어선다. 작은 동산 사이를 가르는 구간에서 운이 좋다면 항동기찻길의 진짜 백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가 기차를 타고 지날 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골의 숲이로구나! 판자촌을 가로지르는 군산 경암동이나 상가 앞을 오가는 목포의 삼학로 못지않은 항동기찻길만의 매혹이지.”
“웃자란 나무들 아래 길을 따라 길게 뻗은 철도의 위용을 봐. 좌우로 허리 높이의 낮은 옹벽을 쌓았어. 그마저도 시간을 쌓아놓은 듯해.”
과거에는 화물열차가 수시로 다녔으나 지금은 군용 철길로 가끔 군용 화물열차만 지나다니는 4.5㎞의 항동철길은 주변 빌라들과 다소 언밸런스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라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이 바로 이 철길입니다. 이곳 철길 그 끝자락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바쁜 일상의 모음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철길 위에 서면 복잡한 시간들은 이내 멈춥니다.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마음의 여유를 예스런 항동철길 위에서 찾아보는 건 어떠세요?
눈물로 얼룩진 곳에 평화가 깃들길
- 강원도 고성군 -
총성이 멎은 자리에는 여전히 회색빛 얼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눈물로도 씻을 수 없는 통한의 아픔이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만들고 단단히 못 박힌 마음들은 굵은 쇳덩이로 서로를 겨냥하기에 바빴습니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요즘, 6.25 그 시련의 역사 속에 신음하던 지난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부르짖던 마음을 생각하며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미션‘안보관광 속에서 평화의 씨앗심기’
동족상잔의 가슴 아픈 비극이 서린 이곳. 여전히 삼엄한 경계와 안보교육을 통해 냉전중임을 실감할 수 있다.
“총성은 멎었지만 아직도 경계가 삼엄하네요. 그래도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안보에 관심을 갖는다는 하나의 증거겠지요?”
“그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안보교육을 통해 전쟁에 대한 현실과 나라 안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단다.”
6.25전쟁체험관, DMZ박물관, 통일전망대 등은 유일한 분단국가의 현실을 보여주고 전쟁 발발 전후의 모습을 극명하게 제시한다. 그곳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렸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부르고 통일이라는 주제로 글짓기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런지 이곳이 우리나라 사람에겐 참 남다른 공간인 것 같아요.”
“그래 맞아. 휴전선을 사이로 남북이 갈라져 있는 분단의 아픔과 전쟁이 남긴 상처와 비극을 좀 더 자세하고 깊게 느낄 수 있단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이산가족 발생,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 불구가 된 가장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단지 사진으로만 보는 것인데도 당시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전쟁은 어린아이부터 청년들까지 빗겨가지 않고 참혹함을 가져다주었어. 기념관에 들어서면 당시 군 생활과 민통선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인형으로 재현한 모습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단다.”
서로가 마주보고 환하게 웃는 그날을 바라본다. 서로에게 겨누었던 가시 박힌 마음은 이제 거두고 그곳을 서로의 손으로 어루만져 볼 날을 바라고 또 바라본다.
“나무에 종이로 된 나뭇잎들이 많이 달려있어요. 자세히 보니 무슨 문구가 적혀있네요."
"이건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키우는 나무란다. 각자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 정성스레 적어놓은 거지. 문구는 달라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거란다. 여기에 평화의 씨앗을 심어보렴."
날이 좋으면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자세히 바라볼 수 있다.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산봉우리 사이사이마다 새겨져있다.
“뭐가 보이니? 저기 산봉우리 하나만 넘어가면 바로 북한군 초소가 보인다는 구나. 북한 사람들이 보이니?”
“북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고향땅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가지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요.”
북한 주민들의 생활용품이 전시되어있다. 우리와 별 다를 것이 없는 생활용품을 전시관으로 바라보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룡성콜라, 개성소주 등 북한물품들을 직접 보니까 신기해요! 그러고 보면 북한 사람들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나봐요. 전 북한사람들이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졌었거든요.”
“그럼, 다르지 않고말고.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 바로 평화의 씨앗의 한 단계 자라나는 결과가 아닐까?”
어릴 적 감자 고구마를 캐며 실개천에서 멱을 감던 그곳, 정지용의 시에서처럼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자신이 살던 고향 땅을 눈앞에 두고도 밟지 못하며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주먹으로 내리쳤을 이산가족들을 생각하면 통일이 절실한 것 같아요.”
“그렇지? 그 무엇보다도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구나. 한 할아버지께선 죽기 전에 고향땅 한 번 밟아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며 눈물을 훔치시더구나.”
고성이야말로 분단의 아픔이 가장 크게 서려있는 곳이라 하겠다. 남북이 갈라진 것 도 모자라 도까지 갈려 분단군으로 불리고 있으니 말이다.
“고성과 분단은 참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단어란다. 그래서 더욱 평화와 통일을 희망하는 곳이기도 하지.”
“회색빛으로 물든 이곳도 많은 사람들의 평화의 씨앗으로 점점 밝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군 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쟁과 휴전은 우리와 동떨어진 먼 이야기가 아닌 현실임을 자각해야 할 때이지요. 정전 60주년을 맞이한 올해. 모두 나라의 안보와 평화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트래블아이>가 제안한‘안보관광 속에서 평화의 씨앗심기’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여러분의 마음과 함께 하면서 말입니다.
산속에 스며든 보물
- 경기도 양평군 -
양평의 곳곳에는 짙은 자연의 향기를 품은 초목들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드러내며 그윽한 정취를 뽐내고 있습니다. 자연과 맞닿아 있는 양평군은 중심에 해발 1,157m의 용문산이 자리하며 산줄기가 뻗어 내린 사이사이 푸른 물줄기가 휘감고 돌아 헤어 나오기 힘든 절경을 선물합니다. 산속을 걷다보면 깨달음의 공간이 등장하는데, 바로 천년고찰 용문사입니다. 이처럼 용문사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보물들이 숨겨져 있는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용문산에서 천년의 보물을 찾고 돌아오라’입니다.
산세가 웅장하고 속속들이 골 깊은 계곡이 나 있는 용문산은 금강산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풍경이 보물일까,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보물일까?
“용문산 해발이 얼마라고 했지? 1,157m였나?”
“응, 맞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명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고 경관이 아름다워서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해. 그러니 오늘 산행은 기대해도 좋아.”
일 년 내내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다는 용문산 계곡은 그 세월만큼이나 힘차고 웅장한 소리를 낸다. 힘에 부쳐 지친 등산객들을 격려하는 저 물소리가 천년의 보물일까?
“벌써부터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여름에 오면 시원한 물에 발도 담그고 더위마저 싹 달아나겠는걸!”
“그러게, 슬슬 땀나고 숨이 차오르던 찰나였는데 이렇게 물소리 들으니까 힘이 나는 것 같아. 얼른 기운 내라고 격려하는 것 같기도 한데?”
가을빛을 흠뻑 머금은 용문산은 그 색이 참 아름답다. 울창한 숲과 알록달록 물든 단풍이 숨 가쁘게 올라온 힘겨움을 한방에 날려준다.
“여름도 좋겠지만 역시 산은 가을에 찾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알록달록 물든 단풍이 용문산의 보물이다 보물.”
“정말 아름답지? 눈길 닿는 곳, 발길 닿는 곳 어디든 정말 멋있는 것 같아. 그렇기에 조금 힘들더라도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닐까?”
흙길과 바위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어느새 용문산의 정취에 매료되어 버린다. 산을 오르는 이유가 이러한 기쁜 숨가쁨이라면 이것 하나도 산이 주는 보물이리라.
“윽, 조금 힘들어지려고 해. 조금 쉬었다 가면 안 될까?” “그러자. 숨 좀 고르면서 못다본 정취를 느끼는 것도 좋지.”
“산이 평평하거나 단조롭지 않아서 초보자들이나 아이들은 많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 거동이 조금 불편하거나 노약자들은 계곡길을 피해 내림길로 가면 좋아.”
용문산관광지로 들어서면 그 입구에 용문사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관광단지 입구에서부터 은행나무에 대한 기대로 사람들의 눈이 작게 반짝인다.
“와,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문사 천년 세월을 품은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한 사람들이 아닐까? 우리처럼 말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니 더 기대되는걸!”
용문사의 역사도 천년 보물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혹, 경내에 위치한 보물 제531호로 지정된 지국사 부도 및 비 2기가 용문사에서 만난 진정한 보물일까?
“요즘은 템플스테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아. 여기도 템플스테이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가봐. 아마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생활을 하고 싶어서 이겠지?”
“그렇겠지. 자, 그럼 은행나무 보러가기 전에 경내 좀 둘러볼까?”
용문사의 최고의 명물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천왕목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로 그 수령이 1,100년이 넘었다하여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었다.
“와, 드디어 만났구나, 천왕목. 명성에 걸맞게 그 크기며 높이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신라 시대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지팡이를 꽂아 놓고 간 것이 자라난 나무라고 전해져. 무엇보다 거듭된 전란 속에서도 살아남아 천왕목이라고 불렸다는 거야.”
누군가가 다녀간 발자국이나 흔적은 세월을 머금고 나면 언젠가 천년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보물은 계속해서 천년이고 이천년이고 계속 되지 않을까?
“나무의 높이가 무려 57m라고 하지? 그런데 오늘날도 여전히 살아 숨쉬며 자라나고 있다고 해.”
“와, 그럼 역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겠네?” “그렇지. 그러니 천년의 세월을 머금었다고 하지만 그 이상 그 너머의 시간도 함께 아우르는 곳이라고 볼 수 있겠지?”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삶의 거의 대부분이 그렇듯, 큰 의미를 두지 않고는 시선 밖으로 벗어나 놓쳐버리는 소중한 장면들이 많이 있습니다. 양평의 용문산을 걸으며 웅장하고 빼어난 용문산의 산세를 눈에 담고 흙내음과 나뭇잎 하나에도 큰 의미를 부여해 보세요. 매번 다니던 길도 의미를 알고 걸으면 전혀 새로운 길을 걷는 느낌을 받을 테니까요. 용문산 속 용문사를 함께 다녀오신다면 꼭 그 길과 천년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아는 만큼 보고 오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