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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자, 고래 잡으러

    떠나자, 고래 잡으러

    지역울산광역시 남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떠나자, 고래 잡으러

    • 프롤로그
    • 1.고래마을
    • 2.고래에 대한 것들
    • 3.고래축제
    • 4.고래를 겪다
    • 5.고래를 찾아가다
    • 6.고래그림?
    • 7.백로와 고래
    • 8.눈치 보며 먹는 고기?
    • 에필로그

    떠나자, 고래 잡으러

    - 울산광역시 남구 -

    고래가 헤쳐 나가는 파도가 해변가로 쏟아지면, 울산 남구의 사람들은 배를 띄우곤 했습니다. 밍크고래, 참고래, 특히 귀신고래가 많이 살았다던 이곳에는 포경산업을 하는 사람들로 늘 활기찬 소리가 가득했던 장생포 마을이 있습니다. 이제는 산업적인 포경이 금지되어 포경산업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도 울산 남구에는 고래가 살아 숨 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래 관광 도시로 변화한 이곳에서의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고래도시 울산의 고래를 다 보고 돌아와라!'입니다.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특구, 장생포. 이곳은 고래로 시작해 고래로 끝나는 특색 있는 문화체험이 갖추어진 곳이다.

    “국내에서는 고래 고기를 먹는 문화가 없었는데, 언제부터 포경업이 시작된 것일까?”

    “러시아의 태평양어업회사가 설립되면서부터 시작된 울산의 포경업은 일제 시대를 거쳐 해방 이후에도 이어진 사업이 되었어. 하지만 전성기를 지나 일부 개체 멸종 등으로 상업포경이 금지되면서, 이곳 마을이 쇠퇴하기에 이르렀다고 해.”

    고래 한 마리가 통째로 유골이 되어있다. 천장에 매달려 공중을 헤엄치고 있는 고래의 옛 모습이 궁금해진다.

    “고래잡이 유물이 많이 수집되어있네. 이제 포경업을 하지 않으니, 이제 이렇게 보존하는 것이 가잘 좋은 길이겠지?”

    “포경유물 뿐만 아니라 고래 속을 구경하거나 복원된 포경선에 올라타 직접 체험까지 할 수 있다고 하니, 고래에 대한 문화적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고래를 포획하고, 해체작업, 유통을 모두 거치는 도시였던 울산 남구 장생포. 하지만 이제 그 활기찬 추억을 다른 모습으로써 기억한다고 하는데?

    “울산 고래 축제는 선사시대의 고래잡이에 대한 역사를 재조명하고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 상징성을 만들고자 하는 관광축제로 시작되었다고 해.”

    “맞아. 관광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울산에서는 ‘장생포고래축제’라 칭하며 포경을 하던 예전 시절에 대한 향수와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해.”

    장생포 해양공원 내, 국내 최초의 돌고래 수족관이 있다. 뿐만 아니라 바닷물고기 수족관, 생태 전시관 등, 고래를 생생하게 겪을 수 있다.

    “고래소리를 들으니, 정말 바다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아. 고래 생태에 관한 내용이 정말 종합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 것 같아.”

    “뿐만 아니라, 관람을 마치며 본 것들에 대한 퀴즈를 풀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고래를 제대로 배우고 갈 수 있어.”

    울산 남구에만 유일하게 있는 관광상품인 ‘고래바다 여행선’은 직접 바다로 나가 고래관광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볼 수 있는 확률이 조금 낮다는데?

    “고래 여행선은 상시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서너 차례만 운행하기 때문에 미리 잘 알아보고 와야겠어.”

    “고래를 직접 만날 확률을 20%정도 이지만, 실제로 운이 좋다면 수천마리의 돌고래떼나 밍크고래 등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얼른 타보자!”

    망원경을 통해 대곡천 위의 바위적벽을 보자, 수위가 찰랑거리는 부분에 고래의 그림이 보인다. 바위에 고래가 새겨져 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저 암각화는 국보 285호라고 해. 인류 최초의 포경유적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어있다고 해.”

    “고래를 잡은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야. 하지만 수위에 따라 잘 볼 수 없는 날도 있겠어.” “그래, 하지만 암각화 박물관에서 그대로 재현해 놓았으니 그쪽을 찾아도 좋아.”

    태화강에는 백로 한 마리가 앉아있다. 하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니 어느새 백로가 고래가 되어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저 다리는 낮에는 백로처럼 생겼더니, 밤이 되니 고래모양이 되었어. 정말 신기하지 않아? 고래가 이쪽으로 헤엄쳐 올 것 같아!”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서 건설된 십리대밭교야. 저 다리에 대한 비밀은 꼭 낮과 밤, 두 번을 보아야 알 수 있으니 여행 앞, 뒤로 들리는 것이 좋겠어.”

    12가지 맛이 있다고 전해지는 고래 고기는 울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이다. 실제로 포경을 하지 않아 공급량이 적기에 맛볼 수 있는 기회는 더욱 특별하다.

    “울산 대표 먹거리인 고래 고기는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고 해. 그에 얽힌 유명 일화도 많다고 하니 꼭 한 번 맛보고 돌아가야 할 것 같아.”

    “고래 고기는 육질이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비슷해서, 그 조리법이나 식감이 거부감 없이 쉽게 먹을 수 있다고 해.”

    고래로 경제적 전성기를 겪었던 장생포는 새로운 방식으로 고래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직접 고래를 잡지 않아도 고래에 대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다른 지역에서는 만날 수 없기에 ‘고래 문화 특구’로 지정이 되어있으니, 꼭 한 번 들려야하는 곳임은 틀림없습니다. 고래라는 신비의 동물을 직접 만나보고, 그에 대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 여러분은 어떤 고래가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이 곳 울산 남구에서 고래에 대한 추억을 마음껏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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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속 이색낭만을 찍다

    도심 속 이색낭만을 찍다

    지역서울특별시 마포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도심 속 이색낭만을 찍다

    • 프롤로그
    • 1.아마추어처럼 날아서 프로처럼 쏘다
    • 2.계절은 기억 저편으로, 익숙함은 사진으로
    • 3.진짜 전문가로 거듭나길 원해?
    • 4.서울에서 만나보는 메타세쿼이아길
    • 5.평화의공원 단골 출사지
    • 6.때로는 내려놓을 줄 아는 자세
    • 7.조화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포토존
    • 8.해가 지면 또다시 시작되는 ‘마법의 시간’
    • 에필로그

    도심 속 이색낭만을 찍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

    월드컵대교를 지나다 만발한 꽃들이라도 발견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사진’입니다. ‘은은한 향기가 철따라 만발한 난지천에서 찍는 난초, 지초는 얼마나 생기 넘칠까?’ ‘널찍한 초지가 일품인 하늘공원의 조망을 담아보는 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들입니다. 시원한 주말 카메라 하나 챙겨들고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뛰어들어 보겠다 마음만 먹고 있었다면, 이제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도 바로 ‘월드컵공원 일대를 거닐며 나만의 한 컷을 담아라!’입니다.

    꽃과 풀이 있는 곳에는 늘 벌과 나비, 메뚜기 같은 곤충이 있기 마련이다. 월드컵공원 내 난지천공원에서도 벌과 메뚜기를 만난다. 멀어지는 피사체는 어떻게 찍어야 좋을까?

    “15mm 어안렌즈를 주로 마운트해서 갖고 다니고 있는데 한번 교체해봐야겠어. 새로운 시야를 확보하는 연습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거든.”

    “초광각렌즈는 피사체가 멀어질수록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멀게 표현되지 않을까?” “이 메뚜기도 최단거리로 접근하지 않는 한 제대로 찍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필요할 테지.”

    야생화가 피어 있다면 아마 개망초는 늘 볼 수 있는 녀석 중 하나다. 특히나 난지천에는 개망초가 아주 광활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또 다시 구도 물색에 들어간다.

    “벌써 억새가 폼 잡을 때가 되어가나 봐.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길어지는데 햇살이 예쁜 봄과 하늘이 예쁜 가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구나. 왠지 아쉬운데?”

    “그런 의미에서 이곳을 나만의 구도로 기념사진을 남겨봐야겠어. 그렇게 아쉬움이 나만의 익숙함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게 사진의 매력이고 장점 아닐까?”

    이름부터 근사한 하늘공원은 억새밭 사이로 보이는 풍력발전기와 탁 트인 하늘이 백미.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이다. 하지만 공원으로 들어서기 전 수칙이 있다고!

    “휴~ 291개나 되는 계단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멋부리려고 신은 워커가 이렇게 애물단지가 될 줄이야.”

    “고가 카메라보다는 편안한 신발과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전문 지식보단 카메라 매뉴얼을 숙지하는 건 기본이야. 카메라와 친숙해지고 싶으면 꼭 편한 신발을 착용하도록 해.”

    하늘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작은 산책로 메타세쿼이아 길은 시원하게 쭉 뻗은 산책로의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울창한 숲길이 매력적이다.

    “옆에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와는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질 정도로 동화 같은 풍경이 이런 도시 한복판에 존재하고 있다니!”

    “지금이면 초록빛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단순한 풍경사진부터 평소에 자주 찍던 인물사진까지 그 효과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거야.”

    한강 위를 비추며 빌딩 사이로 숨어드는 해가 흐리게 깔린 구름 때문에 선명한 노을을 담을 수 없었지만 부드러운 빛이 주는 포근함은 왠지 멋지게 담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코스모스들은 이미 꽃잎이 시들고 연보랏빛 개미취와 은빛으로 흔들던 갈대가 꽃을 피워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정말 장관이야.”

    “잠실대교 아래 어디쯤 탁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저 회색빛 빌딩이 남산타워인가? 저 빌딩 사이로 붉은 마침표를 찍고 지는 태양을 담아보자!”

    평화의공원에서 징검다리는 누구나 사진을 찍는 곳. 대부분 피사체를 다리 위에 세워놓고 강 건너에서 사진을 찍는데 좋은 사진이 거의 없다. 뭐 획기적인 방법 없을까?

    “몇 번 구도를 잡았는데 인물도 안 살고 배경도 허전한 사진들뿐이야.” “그럴 때는 과감하게 징검다리 앞에서 촬영해보는 거야. 봐봐. 사람 얼굴부터 확연히 드러나지? 때로는 배경을 일부분 포기하는 것도 사진을 살리는 방법이지.”

    “정말이네. 호수를 포기한 대신 인물의 좋은 표정과 편안한 갈대숲을 얻었구나.”

    월드컵공원은 볼 것이 많다. 드넓은 생태공원부터 미술관, 음악분수, 산책로 등등. 하지만 이중 사진 촬영명소로 각광받는 포토존은 따로 있다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갖가지 테마의 아름다운 촬영 명소들이 마치 내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구나.”

    “이제 곧 해가 질 텐데,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가을의 풍경 한 자락, 석양이 질 무렵 아닐까? 이제 곧 해가 질 텐데, 진짜 황금 컷을 잡으러 평화의공원 수변으로 나가보자!”

    특유의 고즈넉함 못지않게 평화의공원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 또한 일품이다. 예쁜 야경사진을 촬영할 때도 노하우가 있다는데?

    “곧 해가 질 거야. ‘매직아워(Magic Hour)’를 활용해봐!” “매직아워? 그게 뭐야?”

    “해가 지는 시간을 기준으로 전후 약 30분간 매직아워를 하는데, 이 시간에 사진을 찍으면 빛의 산란현상으로 인해 하늘이 새파랗게 촬영되어 색감이 아주 좋지!”

    ‘난 어디를 가도 내 맘에 드는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는 자신감, 이제 어느 정도 생기셨나요? 마음의 반영으로, 행복한 사진을 찍기 위해선 행복한 마음을, 사랑스러운 사진은 사랑스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사진은 찍는 사람이 표현하고 싶은 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끔은 엎드리고, 때론 보조의자를 놓는 상상력과 과감함이 필요합니다. 기계가 만들어 주는 퍼포먼스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계가 아닌 감수성을 가진 사람만이 찍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은 만사 제쳐두고 월드컵공원 일대로 출사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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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지역충청남도 태안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 프롤로그
    • 1.가다가다 그만 가고 만다더라
    • 2.희생과 인내로 닦은 길
    • 3.솔향기는 은은하고 흙냄새는 구수하고
    • 4.솔향기 따라가며 듣는 재미난 옛이야기
    • 5.‘악’ 소리가 절로 나는 고개
    • 6. 낯섦조차 솔잎융단에 잠기는 곳
    • 7.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섬
    • 8.‘와랑와랑~’ 먹먹한 가슴 깨트리는 소리
    • 에필로그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 충청남도 태안군 -

    혹자는 왠지 모를 먹먹함이 찾아들면 낙조의 비경과 솔향기가 그윽한 충남 태안의 안면도로 떠나보라 했습니다. 또, 시인 김지헌은 ‘누구든 태안반도에 들어서면 안온하고 평안해진다’고 했습니다. 이는 태안의 본래이름인 국태민안(國泰民安)의 뜻풀이와도 일맥상통합니다. 해안선이 아름다운 이곳에는 바다를 허리춤에 끼고 소나무 사이를 헤집고 가는 솔향기길이 있습니다. 걷는 내내 해풍에 젖은 솔향기를 맡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도 되찾을까요? ‘가슴 깊이 먹먹함이 느껴진다면 홀연 안면도로 떠나라! 바로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태안반도 북쪽 끄트머리 이원면 해안가에 조성된 솔향기길은 모두 4코스. 이중 으뜸으로 친다는 코스가 있는데, 출발점은 바다로 툭 터진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저기, 아주머니. 여기서 내려가면 꾸지나무해수욕장까지 갈 수 있나요?” “아주 제대로 왔구먼. 여기가 바로 만대여. 쉬엄쉬엄 걸어가면 여섬까지 4시간쯤 걸릴겨.”

    “와~ 그렇게 오래 걸어야 해요?” “만대가 괜히 ‘만대’겄어? ‘가다가다 그만 가고 만대’라고 만대라잖여!”

    서해를 바짝 끼고 솔숲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 눈길 주는 곳마다 솔향기만큼이나 사람냄새 또한 짙게 풍기는 건 뭐 때문일까?

    “태안기름유출 때 자원봉사자들이 당봉과 큰봉, 후망산, 산재산으로 이어지는 위태로운 산길을 오르내리는 모습에 한 이원면 주민이 이 길을 닦아서 지금 이 길도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삽과 곡괭이를 들고 이 길을 닦았을 거야. 이 길을 개척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과정은 또 어떻고. 온몸에 상처를 달고 살았을 테지.”

    만대항을 지나 솔나무숲길로 접어들면 초입은 깎아지른 듯한 바윗길이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부담 없는 높이의 산길은 얼마 못 가 진풍경을 드러낼 테니.

    “산자락 유순한 언저리를 돌아가는 숲길은 굽이굽이 선이 곱구나. 중간중간 바다로 터진 곳에 이런 비경이 숨어 있다니."

    "자연훼손이 적은 만큼 숲은 원시자연의 냄새로 가득해. 솔향기는 은은하고 흙냄새는 구수하고…. 천연송림으로 융단을 깐 숲길 어디든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구나.”

    서해를 바짝 끼고 솔숲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 행여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곳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재미난 아이템이 줄줄이 이어진다. 과연 뭘까?

    “‘삼형제바위’가 바로 이 녀석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삼형제가 어느 날 어머니가 뻘일을 나가 돌아오지 않자 나란히 앉아 어머니를 부르다 앉은 채로 죽어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는. "

    "한 스님이 나무열매를 따다가 떨어졌다는 ‘중떨어진 앙뗑이’ 절벽은 사연이야 어쨌든 해학적인 이름에 웃음이 안 날 수가 없겠어.”

    당봉(만대) 전망대부터 해안을 따라 두 나무가 서로 얼싸안은 부부소나무 등 줄줄이 이어진 사연들에 흥미도 더해가지만 난관도 따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해결책은 늘 있다고.

    “오르막과 해변으로 내려서 길이 가팔라지니 장딴지가 뻑뻑해 악소리가 절로 나오네. 그래서 악너머고개인가. "

    "바위틈에서 솟는 약수 맛을 일단 보고 가자. 숨이 차오르는 지점마다 쉼터가 있고 통나무로 의자도 만들어 놓았구나. 의자 몸통에는 유명시인의 시가 적혀 있으니. 잠시 사색에 빠져 시름을 놓아볼까?”

    "숲길은 내내 소나무로 울창하다. 한여름 땡볕에도 그늘을 만든다. 하지만 곳곳에 한국전쟁 당시의 흔적 등 낯선 풍경도 눈에 띈다. "

    “한국전쟁 당시 파놓은 참호와 녹슨 철조망도 눈에 띄는구나. 아직까지 덜 알려진 까닭이겠지."

    "하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늘 코를 찌르는 향긋한 솔향기와 청아한 솔바람 소리, 새소리, 파도소리가 있으니 마음 쓸 겨를이 없겠어. 바닥에 깔린 솔잎융단은 마음까지 더 푸르게 만들어주는 듯해.”

    중간지점에 이르자 자그마한 여섬이 반긴다. 이원방조제 축조 후 제방 안의 이 섬은 육지로 단 하나 남게 됐다는데, 그 이름의 유례도 알고 나니 진지해진다.

    “바위로 둘러싸인 저 섬 있지유? 들물에 유속이 빨라지면 바위를 때리면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 참 장관이여. 그래서 외지인도 오면 실컷들 보고 가더라고."

    "이쪽으로 어족도 풍부해서 갯바위 낚시도 그만이여. 낚시하겠다고 찾아오는 강태공도 그래서 많고. 근데, 그 옛날 남을 여(餘)자를 붙여 ‘여(餘)섬’이라 부른 선인들의 예견이 제법 흥미롭지 않은가?”

    해식동굴 용난굴을 거쳐 다시 숲길로 들어서 전망대에 오르면 종착점인 꾸지나무꼴해수욕장까지 금방이다. 이곳에 서면 억눌린 감정이 기지개를 켜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데?

    “멀리 이원방조제까지 먼 바다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구나. 그런데 지금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참으로 희한해. 와랑와랑~ 거린다고 한다고 해야 할까. 보아 하니 전망대 절벽 아래 수직굴로 치는 파도가 이런 독특한 소리를 내는가 보네.”

    “소리 참 신기하제? 그래서 우리 주민들도 이 해안은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구먼.”

    태안의 안면도 솔향기길에는 소나무와 엄나무, 두릅나무,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뤄 산림욕에 좋다. 야생화가 꽃을 피우고 새순이 돋으면 꽃향기와 솔향기에 취해 마냥 해변을 등대 삼아 걷게 됩니다. 기세를 죽인 해가 바다로 빨려들 때쯤이면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어느새 해를 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발품으로 고단한 하루의 노고가 해풍에 쓸려 노을에 잠깁니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해와 당장 가슴 탁 트일 만한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면, 솔향기 가득한 안면도로 지금 달려가 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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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년 내내 나비가 나는 곳

    일 년 내내 나비가 나는 곳

    지역인천광역시 부평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일 년 내내 나비가 나는 곳

    • 프롤로그
    • 1.나비가 잔뜩!
    • 2.나비가 자라는 곳
    • 3.나비가 날까?
    • 4.상상력이 움튼다!
    • 5.나비가 사는 숲
    • 6.자연이 뭘까?
    • 7.나비가 되기까지
    • 8.환상이 피는 곳
    • 에필로그

    일 년 내내 나비가 나는 곳

    - 인천광역시 부평구 -

    나비가 나는 모습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력과 동심을 자극합니다. 바람에 조금씩 밀려가면서도 꿋꿋하게 나풀나풀 날아가는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의 우리들, 혹은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봄에만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웠던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혹시 일 년 내내 나비가 나는 곳에 대해 상상해 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여기에 그 환상 속의 장소가 있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인천 부평 나비 공원에서 나비와 함께 놀다 오라!’

    공원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이 커다란 노란 나비였다면 부평 나비 공원에 제대로 찾아 온 것이 맞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에도 나비가 보인다던데?

    “잔디밭에도, 작은 다리에도 모두 나비가 앉아 있어요. 우리가 정말 일 년 내내 나비가 나는 곳에 온 것이로군요!”

    “하하, 많이 들떴구나! 아직 진짜 나비는 만나지도 못했잖니? 길을 따라 세워진 색연필과 바람개비도 정말 귀엽구나. 나비 날개가 달려 있는 벤치도 있는데? 저기 잠깐 앉아 볼까?”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바로 ‘흙의 정원’. 이곳에서는 농작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나비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저는 알 것 같아요. 이곳은 바로 나비가 자라는 곳이잖아요! 할머니 댁에 가면 이렇게 콩이며 해바라기가 자라고 있는 곳에서 나비가 날곤 해요.”

    “잘 알고 있구나. 내친 김에 농작물들의 이름을 조금 더 알아볼까? 저쪽에 있는 것이 바로 고구마, 그리고 저건 수수란다. 이쪽으로 가면 호박 터널을 지날 수도 있지.”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들꽃동산에 닿는다. 이곳은 계절별로 다양한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지금은 어떤 꽃이 피어 있을까?

    “소복하게 피어난 국화들이 참 아름다워요. 가을에 꼭 맞는 아름다운 꽃들인데요? 이 풍경에 나비가 날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비를 만나는 순간이 정말 기대 돼요.”

    “조급해하지 말거라. 나비를 만나기 위해서는 준비를 철저히 해 두어야 해. 그래야 나비를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배가 되지 않겠니?”

    부평 나비 공원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바로 ‘소리동산’이다. 한내, 은몽, 감돌, 고몽 등의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악기들을 통해 상상력을 길러보자.

    “이 악기의 이름은 꽁꽁이네요! 이름이 정말 재미있어요.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소리를 잘 들어보렴. 겨울의 소리가 나지 않니?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의 소리 말이야.”

    “아, 정말이네요. 여기 이 감돌은 자동차 바퀴의 휠로 만든 것이네요! 주변의 어떤 것도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군요! 상상으로도 나비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예요!”

    ‘나비 숲길’을 걸으며 마지막 마음의 준비를 해 보자. 이 숲 속에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나비가 살다 가는지를 아는 것이 숲길의 핵심 포인트.

    “나비 숲길이라니, 눈을 감고 걸으니 제 곁에 나비들이 팔랑팔랑 날고 있는 것만 같네요.” “여러 가지 체험을 해 보는 동안 마음의 눈이 활짝 트인 모양이구나.”

    “여기, 산에서 실제로 사는 나비들의 이름도 있어요! 굴뚝나비, 청띠신선나비, 긴꼬리제비나비, 작은멋쟁이나비… 아, 여기 이 암먹부전나비는 저도 많이 보았던 나비예요!”

    잠깐! 눈앞에 나비 생태관이 보이더라도 조금만 참아 보자. 나비 공원 안의 자연 교육센터에서는 자연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나무에도, 물속에도 이렇게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제가 항상 자연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맞아. 네가 밟는 땅에도, 네가 보는 꽃들 사이에도 모두 생명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단다. 그 사이에서 나비도 자라고, 개미도 자라고, 또 너도 자라고 있는 것이지.”

    자연 교육센터에서는 나비가 알을 낳고, 그 알이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 또한 지켜볼 수 있다. 이 과정을 알고 나면 나비가 나는 모습이 한층 더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까?

    “이쪽으로 와 보렴. 여기에 나비의 알이 유충에서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하는 과정의 모형이 여기에 있구나. 실제로 만져 볼 수도 있는데?”

    “아, 저 풀숲에서 이 번데기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안에 아기 나비가 날개를 접고 있었던 거군요! 그럴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유심히 관찰해두는 건데, 정말 아쉬워요.”

    이제는 나비를 만나 볼 준비가 다 되었을 터. 부평 나비 공원의 하이라이트인 나비 생태관으로 향해 보자. 다양한 나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노란 돔이 바로 나비 생태관이로군요! 생김새부터 아주 아름다워요. 어서 들어가 봐요. 와, 정말 아름다운데요? 천정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꽃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요!”

    “꽃들마다 나비가 잔뜩 앉아 있구나. 나비의 날개에는 마치 봄이 실려 있는 것 같아.” “그러게 말예요. 돔 가득 봄 내음이 넘치고 있어요. 환상의 나라에 온 것만 같아요!”

    자연을 체험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평소 주변을 둘러보는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뜬다면, 어디서든 자연의 신비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인천 부평 나비공원은 바로 그 눈을 띄워 주는 곳이기에 그 의미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을 바라보고, 그 안의 소중한 생명들을 찾아보는 일들에 흥미를 갖게 하는 곳이 바로 인천 부평 나비공원인 것입니다. 사계절 나비가 나는 곳, 인천 부평 나비공원. 이곳에 들러 나비를 보며 감성과 세상을 보는 눈을 함께 키워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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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분 좋은 눈부심으로

    기분 좋은 눈부심으로

    지역대전광역시 동구 편집국        사진대전 동구청 2017-02-16 호감도

    기분 좋은 눈부심으로

    • 프롤로그
    • 1. 반짝하는 것의 이끌림
    • 2.오백리길도 한 걸음부터
    • 3.한 걸음의 추억
    • 4.가을의 문턱을 넘어서
    • 5.웃음소리가 맴돌다
    • 6.들숨 한 모금에 세상 시름 잊힌다.
    • 7.봄이 기다려지는 곳
    • 8.계절의 문턱을 넘어서
    • 에필로그

    기분 좋은 눈부심으로

    - 대전광역시 동구 -

    은빛물결의 반영(反映)에 기분 좋은 눈살을 찌푸립니다. 호반을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손끝으로 계절의 감성을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반복되는 삶에 여유가 동심원처럼 퍼져나가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대청호는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원군 등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로 대청호 오백리길 등을 통해 사람과 물이 만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누구나 가끔씩 일상에서의 일탈과 팍팍한 일상에 단비를 꿈꿀 텐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대청호의 반영을 두 눈에 담고 돌아오라’입니다.

    반짝하는 순간 은빛물결이 찰랑인다. 나무가 물에 비친 것인지 물이 나무에 비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반짝하여 고개를 삐죽 내밀어본다. 풍경에 이끌려 잠시 걸어보기로 한다.

    “젊은 청년이 혼자 왔나보네. 어디 코스를 가려고 하는지 고민 하는 것 같은데 혼자 왔으면 아무래도 추동 호반길이 괜찮지."

    "나중에 여자친구랑 같이 오면 호반낭만길 코스도 다녀가 보라고.” “네, 감사합니다.”

    오백리라는 이름에 엄두가 안나 한 걸음, 두 걸음 주변에 손짓하는 풍경만 보고 걸어본다. 어느새 뒤를 돌아보면 시작점이 콩알만 하게 희미해진다.

    “5시간에 걸쳐 걷는 길이 괜찮을까? 혼자 생각하며 걷는 데는 수변길만큼 좋은 곳은 없다니까, 그럼 한 번 걸어볼까?"

    "오백리길이라고 해도 힘들거나 지치지는 않네, 아마도 주변 경관에 빼앗긴 시선과 완만한 산세 때문일 거야. 무엇보다 걷고 싶은 길 12선에 꼽힌 길이라 그런지 휴식하기에 괜찮은 것 같은데?”

    사진 찍기 좋은 명소란다. 걷고 걸어 만난 곳에 추억 한 조각 남겨두고 간다. 두 발로 걷는 기쁨이 여기에 있다.

    “저기, 혼자 왔어요? 여기가 사진 찍기 좋은 명소라잖아. 사진 한 번 찍고 가요. 내 찍어 줄 테니. 자, 하나 둘 셋!” “감사합니다.”

    “여기가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얼마나 멋있는지 몽환적인 분위기가 아주 그만이에요.”

    가을에 찾은 대청호는 짙은 갈색빛이다. 나무가 반영된 탓인지 푸른 빛깔의 호수도 갈색빛으로 물든다. 다음 계절의 대청호는 어떨까?

    “수변길이라고 해서 물 따라 걷는 것만 생각했는데 중간 중간 산과 사람들을 만나니 더 새롭구나. "

    "자연 그대로의 멋과 향이 남아있어서 진풍경을 만들어. 은은한 물향이 사람들이 닦아놓은 길과 어울려 더 아름다운 것 같아. 물에 비치는 나무 때문일까 어쩐지 가을이 더 깊어지는 기분이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대청호를 메운다. 쓸쓸하기만 할 것 같은 혼자만의 여행이 외롭지 않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울린 진풍경이 더 없이 정겨운 친구가 되어준다.

    “혼자 온 여행이라 꽤 쓸쓸했는데, 이렇게 아이들 웃음소리와 가족들의 화목한 이야기가 들려 전혀 외롭지 않을걸. "

    "저기 갈대를 보며 좀 더 걸어야겠다. 대청호와 더 가까이 마주할 수 있다니까. 한적하기만 한 거리에 웃음소리가 어쩐지 시끄럽지 않고 정겨운 이야기처럼 들려오네.”

    찬샘정에서 바라보는 대청호는 또 다른 느낌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반짝이는 대청호에 보물이라도 숨겨져 있는 것일까?

    “하아, 여기가 찬샘정이로구나.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역시 절경은 절경이구나. 수면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마치 자그마한 보물이 반짝이는 것 같구나.”

    “젊은 청년 혼자 왔는감? 숨 좀 고르고 가시게나. 크게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쉬면 마음속에 가득 있던 시름이 저 대청호와 함께 흘러내려간다니까.”

    가을을 만끽하기에 수변공원이 최고라면 봄의 벚꽃비를 맞고자 한다면 대청호 회인선 가로수길이 최고다. 그렇기에 대청호는 다음 계절에 대한 기대로 눈이 절로 반짝인다.

    “할아버지도 혼자 오셨어요?”

    “가끔 와. 길게는 못 걷고 짧은 구간을 아들내미가 데려다 주지. 그나저나 여기 처음 왔는감? 대청호는 언제 봐도 아름답지, 아름다워. 봄에는 꼭 옆에 예쁜 처자 데리고 오라고. 대청호 회인선 벚꽃길에 그렇게 젊은이들이 많다고. 아주 예뻐.”

    대청호가 가장 무르익는 계절이 언제라고 묻는다면 쉬이 대답할 수 가 없다. 언제나 은빛 물결은 찰랑일 테고 대청호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 반영이 눈부실 테니까.

    “다음계절이 기다려지는 곳이라니, 두 눈에 대청호의 아름다운 물결을 담았으니 봄에는 벚꽃을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지금처럼 가을에는 낭만을, 겨울에는 설경을 담으로 또 와야겠구나. "

    "언제나 그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는 대청호는 늘 새로운 눈부심으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사람들이 한 해가 떠나가고 새해를 맞이하며 목표를 세우는 것 중에 하나가 의외로 여행이라고 합니다. 여행을 계획하고 꿈꾸지만 일상에서의 생활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면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여유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요? 팍팍한 삶의 작은 탈출구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들꽃이나 바람결을 느끼며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일상에서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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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은 추억을 부르고

    골목은 추억을 부르고

    지역충청북도 청주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골목은 추억을 부르고

    • 프롤로그
    • 1. 꿈과 상상의 세계로
    • 2.골목마다 회상에 젖어
    • 3.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 4.희망이 싹터 무르익을 무렵
    • 5.골목은 추억을 부르고
    • 6.삼남매 옆에서
    • 7.마을의 탄생
    • 8.수암골이 전하는 메시지
    • 에필로그

    골목은 추억을 부르고

    - 충청북도 청주시 -

    수암골은 충북 청주에 남아 있는 마지막 달동네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이주하면서 흙벽돌을 찍어 집을 지었다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쓸쓸한 달동네가 되었고 인적이 끊긴 무채색의 골목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던 이 마을은 어느 날, 골목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추억의 골목 여행’이라는 주제로 하나둘씩 벽화가 늘어나며 회색빛 일색이던 좁고 허름한 골목길이 산뜻한 색과 그림으로 새 생명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바로 ‘수암골에 움트는 생명을 들여다보라!’입니다.

    수암골 여행의 출발점은 동구나무 앞 삼충상회다. 이 가게 벽에도 그림이 있고 그 앞을 지나 골목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에도 좌우로 그림이 있어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 든다.

    “소녀가 나무에 이마를 대고 있는 그림을 보세요. 아마도 숨바꼭질을 하나 봐요.” “골목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모습들이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구나. 술래잡기며 다방구, 찐돌이 등 그때의 골목은 놀이터이자 나에게는 세상의 전부였지.”

    여럿이 함께 하는 놀이를 즐기며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을 뛰어 다녔다. 해질 무렵 골목은 집마다 피어나는 저녁 짓는 향기로 가득 찼다.

    마을을 거닐며 만나는 것들에서 옛 추억을 곱씹기에 충분하다. 골목골목 그림을 보며 내 어린 시절을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져올 것이다.

    “‘밥 먹고 놀아라’는 어머니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 왔지만 ‘히히덕’ 거리며 딱지치기와 구슬치기에 온 정신이 빠져 있었지. 결국 부지깽이에 빗자루를 들고 나를 데리러 온 엄마에게 붙들려 끌려가곤 했단다."

    "돌이켜보면 골목은 좁았지만 가장 큰 세상이었고, 몸집은 작았지만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큰 꿈을 꾸며 살던 때였어.”

    한겨울에도 연꽃이 소담스레 피어나고 가파른 계단은 피아노 건반이 되어 밟고 지나가면 영롱한 소리가 나는 것 같다. 골목은 좁지만 정겨웠다.

    “글자를 주렁주렁 단 나무가 자라고 새하얀 눈이 쌓여도 파란 이파리에 빨간 감을 잔뜩 단 감나무가 계절도 시절도 비껴가는 이상한 동네예요.”

    “그렇구나. 계절도 시간도 이곳에 들어오면 골목에서 길을 잃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되어 버리는 것 같지?”

    구멍가게 앞에는 아이스케키를 사먹으려는 아이들이 줄을 서고 반대편 골목에는 또 한 무리가 흙장난 질이다. 이곳은 최근 드라마 촬영지로 더 잘 알려지게 됐다.

    “여기 이 집, 어디선가 분명 본 적이 있는데?” “드라마의 주인공 ‘제빵왕 김탁구’가 얼굴에 밀가루를 잔뜩 묻히며 빵을 만들던 그 집이네!”

    “아~ 정말! 저 그 드라마 열혈 팬이었는데, 여기서 주인공의 얼굴을 떠올리게 될 줄이야! 영화시상식 현장에 온 것도 같고 기분이 참 묘해요.”

    아직도 빵처럼 부푼 꿈을 꾸는 희망의 빵집이 이곳 달동네에 자리해 행복한 추억을 나눠주고 있다.

    “아~ 맞아. 이 그림들이 알려주는구나. 카스테라, 단팥빵, 소보루빵이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한 달에 한 번 먹던 짜장면과도 바꿀 수 없었던 빵은 기다림과 설렘의 대상이었어.”

    “그런 흔한 빵들이 꿈이고 설렘의 대상이었다니, 저는 잘 상상이 안 가요.” “이곳 달동네 좁은 골목의 아이들은 과거의 나처럼 지금도 그렇게 크고 있을 거야.”

    씨앗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있고 사과가 열리는 느티나무도 있다. 골목 벽화 ‘웃는 아이 삼남매’ 옆에서 똑같은 표정으로 사진 찍어보면 쏠쏠한 재미도 더해진다.

    “에이~ 그 표정보다 더 개구지게 웃어봐!” “이, 이렇게 말이죠?”

    “이제 얼추 비슷해졌네. 자 찍는다?!” “와~ 표정연기 하나는 정말 끝내주네요. 보세요, 이제 삼남매가 아니라 사남매잖아요!”

    인터폰으로 대화하는 아파트 문화보다 ‘정’이라는 정서를 담고 있는 골목길에 형형색색으로 채색된 미술작품들은 과연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

    “마을이 앞장서서 미술활동을 하고 있는 걸까요?”

    “맞아. 주민과 학생 등이 힘을 모아 낡고 오래된 마을 담과 벽, 길에 기발한 상상력과 발랄하고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그렸더니 마을 분위기가 밝고 명랑해졌다지? 재개발의 광풍에서 살아남아 마을과 사람들은 그대로 남아 그렇게 희망의 씨앗을 틔운 거야.”

    낡은 기와 아래 오래된 빗물받이가 힘겹게 붙어 있는 골목은 30~40년 전 골목 그대로다. 재탄생의 의미를 지닌 수암골에서 들려줄 수 있는 메시지는 너무나 많다.

    “여기가 피난민들을 집단으로 이주해와 생겨난 곳이라고 하셨죠? 집들은 다 고만고만한데.”

    “맞아. 하지만 골목 그림을 보고 있으면 바닷속을 여행하듯, 하늘을 날듯, 그림책 속을 산책하듯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지 않니?” “맞아요. 왠지 가슴이 따끈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아요.”

    추억의 골목이 현실에 남아 있으니 추억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달동네 비좁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시절, 이 골목에서 아이들은 뒹굴고 놀며 꿈을 꾸었습니다. 몸이 큰 뒤 골목은 좁아졌지만 골목 밖 세상의 하늘을 이고 살 수 있는 힘의 뿌리는 여전히 이곳에 닿아 있습니다. 낡은 담장 좁은 골목길을 걸으면서 마음이 푸근해져 온다면, 그건 분명 남루한 생활의 편린마저 나누고 살았던 추억이 당신의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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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사랑의 흔적 따라

    옛 사랑의 흔적 따라

    지역경기도 동두천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4-11-11 호감도

    옛 사랑의 흔적 따라

    • 프롤로그
    • 1.물들어가네
    • 2.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 줄 건가
    • 3.금지된 사랑
    • 4.곱게 얽혀
    • 5.맴도는 발걸음
    • 6.깨달음의 동굴
    • 7.공주의 이름
    • 8.뎅그렁, 맑은 종소리
    • 에필로그

    옛 사랑의 흔적 따라

    - 경기도 동두천시 -

    동두천의 북쪽에는 소요산, 서쪽에는 마차산, 동쪽에는 왕방산, 그리고 남쪽에는 칠봉산과 해룡산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인 셈입니다. 그 중에서도 소요산은 유독 단풍으로 유명합니다. 가을이면 소요산의 기암괴석에 단풍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해내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님인 원효대사 또한 이 아름다운 곳에서 고행수도를 하여 큰 도를 깨우쳤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원효대사와 요석 공주의 사랑 이야기! <트래블아이>의 미션, 이 ‘사랑의 발자취를 쫓아보라!’입니다.

    소요산역에서부터 등산 가방을 멘 사람들이 북적인다. 소요산은 ‘경기도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소요산 단풍, 정말 그렇게 매력이 있을까?

    “사람들이 정말 많아! 하나같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는 걸 보니, 모두 소요산에 가는 길인 것 같은데? 우리처럼 연인끼리 온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

    “소요산은 단풍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거든. 앞으로 많이 걸어야 할 테니, 심심하지 않게 전설 이야기를 해 줄게.”

    원효대사가 나라에 큰 인물이 될 아들을 얻고자 함을 안 무열왕은 자신의 딸 요석공주를 원효대사와 맺어 주었다. 요석공주는 원효대사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던데?

    “원효대사와 요석공주는 원래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다고 해. 원효대사가 저잣거리에서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 줄 텐가. 하늘을 받칠 큰 기둥을 깎으려 하네.’라고 소리를 친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무열왕에게 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르지."

    "요석공주는 원효대사에게 승복과 모란꽃을 선물한 적도 있거든. 로맨틱하지 않니?”

    요석공주와 원효대사 사이에서는 이두를 만든 인물, 신라 최고의 학자인 설총이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요석공주와 원효대사는 부부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원효대사는 스님이잖아? 스님의 신분으로 결혼할 수는 없었을 텐데.”

    “그래. 그래서 원효대사는 스스로를 파계승이라 하고, 속세를 떠돌며 평생 속죄 의식을 행했다고 해. 그러다 흘러든 곳이 바로 이 소요산이야. 이곳은 예로부터 문인들이 찾아 거닐기로 유명한 산이었지. 산의 이름인 소요(逍遙)는 산책한다는 뜻이기도 해.”

    소요산 입구에는 아치형의 커다란 ‘연리지문’이 있다. 아치의 좌측 나무는 원효목(元曉木)으로 원각의 도를 위해 정진하는 원효대사를 형상화하였다는데, 우측의 나무는?

    “자, 여기가 바로 연리지문이야. 우측의 나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겠지?” “요석공주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왼쪽과는 달리, 오른쪽에는 단풍잎과 은행잎이 곁들여져 있어 훨씬 아름다워 보여. 요석공주는 왠지 단풍처럼 아름다운 사람이었을 것 같아.”

    “맞아. 오른쪽의 나무 이름은 요석목(瑤石木)이야. 둘의 사랑을 연리지로 표현한 거지.”

    자재암은 원효대사가 도를 깨우친 곳으로, 수행 도중 관세음보살과 친견하여 자재무애(自在無碍)의 수행을 쌓았다 하여 자재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자재암의 일주문 앞에 한 번 서 볼래? 바로 이곳이 요석공주가 어린 설총을 데리고 와서 매일 삼배를 시켰던 곳이야. 원효대사를 보러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항상 설총과 함께 이곳에 서 있었다고 해.”

    “정말 슬픈 이야기야. 지금 우리가 같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져.”

    속세와 이별한다는 뜻의 속리교(俗離橋). 속리교를 건너면 자재암과 원효대, 공주봉에 갈 수 있고, 왼편으로 향하면 원효폭포와 원효굴이 나온다. 일단은 왼쪽으로 가 보자.

    “여기가 바로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원효굴이야. 아담하고 아름다운 곳이지?”

    “작은 동굴 안에 촛불이 켜져 있어! 영화 속에 나오는 곳처럼 멋진데? 그 앞에 흐르는 원효 폭포와 실개천이 더해져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절로 수행이 될 것처럼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겨져 나오는 곳이네?”

    소요산에는 각각 의상대와 하백운대, 중백운대, 상백운대, 나한대, 공주봉이라 불리는 여섯 개의 봉우리가 있다. 왠지 심상치 않은 이름이 눈에 띄는데?

    “봉우리 이름이 공주봉이네? 혹시 이 봉우리의 이름에도 요석공주가 관련되어 있니?”

    “그런데 원효 대사도 요석공주가 소요산에 와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대. 알면서도 다가갈 수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었지. 공주를 찾아가는 대신, 요석 공주를 생각하며 산봉우리 하나에 이름을 붙였는데 그 봉우리가 바로 공주봉이야.”

    원효굴을 지나 자재암 가는 길의 108계단을 오르다 보면 뎅그렁, 하는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풍경소리라고 하기에는 더 맑고 쟁쟁한 이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

    “와, 종소리가 정말 맑아! 근심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직은 비밀이야! 경건한 마음으로 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아, 해탈문이 보여! 해탈문 위에 작은 종이 하나 매달려 있네? 계단을 다 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저 종을 치는구나.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처럼 아름다운 소리야.”

    요석공주는 소요산에 지은 별궁에서 원효대사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혼자 설총을 키웠다고 합니다. 신라의 위대한 학자, 설총의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소요산을 걸어 본 적 조차 없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비록 살아생전에는 함께하지 못했으나, 소요산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기억되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연인과 함께 가을 단풍을 즐기고 싶다면,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로 더욱 붉은 빛을 발하는 소요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야기꽃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이 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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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움의 응어리 흥이 되어

    설움의 응어리 흥이 되어

    지역충청남도 천안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설움의 응어리 흥이 되어

    • 프롤로그
    • 1.만남과 어울림의 현장
    • 2.삼남대로 분기점
    • 3. 머물러가는 거리
    • 4. 만남을 기약하며
    • 5.뜨내기사랑 꽃이 되어
    • 6.제 멋에 겨워서 휘늘어졌구나
    • 7. 능소의 신명
    • 8.이야기가 되살아나는 곳
    • 에필로그

    설움의 응어리 흥이 되어

    - 충청남도 천안시 -

    천안 하면 호두과자나 천안삼거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호두과자의 뿌리가 된 광덕사 호두나무나 천안삼거리 삼남의 분기점에 얽힌 이야기에 이 지역의 문화적 상징이나 역사가 모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천안삼거리에 얽힌 이야기는 역사․문화가 현재에도 살아 숨쉬며 천안의 대표명소로 자리해 있습니다. 호사스런 관행이 지나가기도 하고 초라한 선비가 아픈 다리를 쉬어가기도 하던 길, 천안삼거리를 걷다 보면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 여정이 바로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천안을 대표하는 명소 삼룡동에 자리한 천안삼거리는 예로부터 삼남(三南) 사람들의 문화가 만나서 어우러지고 퍼져 나가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 길이 왜 조선시대부터 삼남대로의 분기점으로 통했을까?”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은 천안에 이르러 이 두 갈래로 갈라지지. 한 길은 병천을 지나 청주에서 문경새재를 넘어 경상도로 가는 길, 또 다른 한 길은 공주를 지나 논산에서 전라도로 가는 길이야 천안삼거리는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만남과 어울림의 현장이었지.

    냇가를 따라 난 길에 천안삼거리초등학교가 나오고 그 다음 골짜기에 바로 천안박물관이 있다. 사람들은 바로 이즈음을 천안삼거리로 보고 있다.

    “이곳에서 남북을 잇는 대로가 동쪽으로 병천-청주-문경을 거쳐 영남으로 이르는 길과 갈라지는 결절지대를 이루고 있구나.”

    “이 주막들이 생겨난 배경과 유사하지. 지금도 이즈음에서 국도 1호선과 21호선이 교차하고 있으니 이 길은 여전히 교통 요충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야.”

    천안시는 이 유서 깊은 천안삼거리를 관광지로 키우기 위해 가로수로 능수버들을 심어 가꾸고 있다. 이 나무가 전하는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서려 있다는데, 혹시 그 구체적인 내막도 알고 있니?”

    “당연하지. 천안 사람들 중에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먼 옛날 어린 딸 능소와 살던 무관공신 유봉서가 나라에 전쟁이 터지자 홀로 둘 수 없던 딸과 함께 변방으로 가던 길이었어. 이때 이 삼거리에 있는 주막에 하룻밤 머물며 결국 생이별을 해야 했다지.”

    천안삼거리에 얽힌 설화에서 어린 능소가 주막에 살게 되면서 아버지가 남긴 지팡이 하나가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이야기는 점점 흥미가 더한다.

    “전쟁터까지 어린 딸을 데리고 갈 수 없었겠지. 부녀의 서럽고 애틋한 이야기가 전부인가?”

    “아니지.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능소를 주막에 맡겨 놓기로 하고 지팡이를 땅에 꽂으며 말했어. ‘이 지팡이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잎이 무성해지면 너와 내가 다시 만나게 될 터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하고 딸을 달랬어.”

    전라도에서 한양 과거 길에 올랐던 선비 박현수가 이 주막에서 아리따운 능소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의 재미가 정점에 달한다.

    “둘은 첫눈에 반해 백년가약을 맺었고, 과거급제한 뒤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됐지.”

    “하지만 아버지의 소식이 걱정되어 능소는 눈물로 세월을 보내지 않았을까?” “맞아. 아버지가 꽂아 놓은 지팡이가 잎이 무성한 나무로 자랐다는데, 이곳에 박현수가 창포를 심어 능소를 위로했어.”

    길손을 재워주는 주막도 아직 즐비한 천안삼거리. 이곳의 능수버들에 얽힌 이야기가 바로 천안삼거리 흥타령의 기원이라 한다.

    “매년 천안흥타령춤축제도 이 일대에서 개최돼 오고 있지. 아까 지나쳤던 천안박물관은 축제를 배로 즐길 수 있는 팁이니 참고하라고.”

    “그렇군. 천안삼거리 흥타령은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지만 지금은 기쁨의 대명사가 되어 있구나.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으니.”

    지역민요 ‘흥타령’으로 유명한 천안삼거리를 기념해 만든 천안삼거리공원 입구에서 있는 흥타령비 뒤로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도열하고 있다.

    “1970년대 조성한 이 공원은 언제 와도 버드나무가 참 호젓한 멋을 자아내고 있지.”

    “정말 그렇구나. 아버지가 꽂아둔 지팡이가 버드나무가 되고 천안삼거리에 나무들이 많이 퍼지게 됐다지?” “맞아. 천안에 있는 버드나무는 특이하게 능소 이름을 본 따 ‘능수버들’로 불리고 있어.”

    공원 연못가에는 조선 선조 35년에 세운 영남루까지 있어 여름엔 많은 사람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비석이 여럿 있다.

    “원래 중앙초등학교 정문 쪽에 있던 누각인데 이 공원보다도 역사가 더 오래됐지.”

    “그런데, 이 공원에 있는 비석들은 전부 민요에 얽힌 이야기만 하고 있지 않구나. 안서동 유려왕사 터에 있던 삼룡동삼층석탑도 지금 여기 있고, 독립투쟁의사 광복회원기념비, ‘하숙생’ 노래비 등도 자리하고 있네?”

    천안삼거리는 조선시대 전라도와 경상도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목에 주막이 있어 자연스럽게 만남과 헤어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장소에는 선남선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고, 천안삼거리에도 그와 같은 설화가 몇 가지 전해집니다. 그 가운데 일반에 가장 잘 알려진 능소와 박현수에 관한 설화는 천안삼거리 흥타령 노래에 녹아 지금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곳 천안삼거리에서 만난 이야기를 통해 내 연인 또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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