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대통령길 곳곳에 새겨진 그들의 향수를 쫓다
- 충청북도 청주시 -
20년간 건재해온 충북 청주시 대청댐 부근에 자리한 청남대. 현직 대통령의 휴가지이며 ‘남쪽의 청와대’로 불립니다. 그러면서 ‘비밀의 화원’라 불리던 이 일대가 걷기 열풍에 맞춰 이 일대를 새로운 체험거리로 재탄생한 지도 어느덧 10년을 넘어섰습니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이곳 둘레길에서는 그들 한명한명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길 곳곳을 돌아보면서 고스란히 묻어나는 역대 대통령의 흔적을 지금 찾아봅시다!
청남대에 대통령길이 만들어진 건 2011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청남대의 역사는 곧 20년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대통령만의 휴가지가 처음 생겨나게 됐을까?
“청남대는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런 곳에 별장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게 현실이 됐어. 1983년 12월 준공됐을 당시 이름은 영춘재(迎春齋)였다가 1986년 7월 청남대로 바뀌었지.“
“당시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서 나오는 힘이 정말 컸음을 짐작할 수 있어”
현재 청남대에 조성된 산책로는 6곳이다. 총 길이가 약 11km에 달하는 산책로를 걸어가며 그들의 흔적을 찾아보자.
“전직 대통령들이 청남대에 묵으면서 즐겨 찾던 산책로를 재정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래서 테마길도 총 6곳이지. 가장 긴 코스는 대통령역사문화관에서 배밭과 전망대를 거쳐 초가정으로 이어지는 ‘김대중 대통령길’이었지만,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길'이 3km로 가장 길어. "
초가정 전망대로 오르는 길목에서는 행복의 계단으로 통하는 '645 계단'을 지나 초가정을 만난다. 야생화 단지와 울타리를 조성해 경관이 빼어난 이곳엔 어떤 추억이 있을까?
“향토색 그윽한 초옥이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그의 출신지인 하의도에서 가져온 농기구나 생전 이곳 문의면의 생활도구를 수집해 여기에 따로 꾸며놓았구나.”
무엇보다 정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니 섬에 와있는 느낌이 들어. 역시 청남대 제2경이라 할 만해.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는 이곳에서 풍광과 독서, 사색과 낭만을 즐겼다지?
'전두환 대통령길'은 본관에서 오각정을 거쳐 양어장으로 호안을 끼고 도는 1.5km구간으로 20여 년 동안 대통령 내외와 가족들의 산책코스로 가장 사랑을 받아 온 곳이다.
“청남대 제1경으로 본관으로부터 350m, 해발 104m에 위치해 있는 무궁화 모양의 오각형 정자이지.”
“많은 야생화와 숲이 어우러져 삼림욕을 즐기기도 하고 낮에는 호수와 산을, 밤에는 달구경과 손자들의 재롱을 구경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환한 표정이 보이는 듯해.”
2km의 '노태우 대통령길'로 이어지는 길은 양어장이 나온다. 양어장 주변을 휘감으며 메타세콰이어 숲으로 연결되는 이 길을 나무데크를 밟으며 가보자.
“비단잉어, 붕어, 향어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보여. 이곳에서 대통령이 휴식을 하며 물고기 먹이를 주고 노는 모습을 관람하였던 의자도 놓여 있구나.”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되는 수질정화를 위해 메타세콰이어 숲으로 물을 끌어올려 돌미나리, 고랭이 등으로 자연 정화시키고, 산소공급을 위해 3개의 분수를 설치했다고 해”
‘노무현 대통령길’은 안락하고 평탄한 김영삼대통령길이 끝나는 곳에 소박한 샛길처럼 나타난다. 그리고 즐거운 오르막까지 1km 가량 이어진다.
“길 전체가 오솔길로 꾸며져 보는 이들에게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있어.” “그렇지?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산책코스지만 천천히 거닐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든 길 같아.”
“청남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준 분이기에 이 길에서 오는 느낌이 더욱 남다른 것 같아.”
'노무현 대통령길'과 맞닿아 있는 김영삼대통령길은 오른쪽으로 대청호를 바라보며 걷는 평지의 길이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왕복이 가능하다.
“눈을 옆으로 돌려봐! 대청호가 푸른빛을 띠며 빛나고 있어. 김영삼대통령길은 어울림마당에서 시작해 대통령광장을 거쳐 초가정에 이르는데 총 1km의 거리지.
“'김영삼 대통령길'은 조깅 팬인 그가 수행원들과 달리기를 즐겼던 마사토 길이구나. 여기서부터는 신발과 양발을 벗고 걸어볼까?”
‘이명박 대통령길’은 청남대 내 3.1km 구간으로 조성된 산책로로 사랑의터널, 팔각정자, 소공연장, 행운의 계단, 병역체험장 등이 마련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길’ 초입에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날개벽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이 길을 걸을 때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데, 자세히 보니 마사토데크로드가 대청호 물줄기를 건너 숲 사이로까지 이어지고 있구나!”
어디선가 또르르 굴러와 발에 톡 부딪히는 메타세콰이어 열매를 발견했다면 대통령들의 길은 거기서 끝이 납니다. 불과 6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 그중 이 나라를 이끌어온 6명의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이름이 청남대 대통령길 위에 새겨져 있습니다. 다음 세대는 어떤 대통령의 이름을 가장 멋진 길 위에 붙여줄까요? 지금은 그들만의 공간이었던 청남대에 그들만의 길이 놓여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모두 한 길을 걸었던 이 대통령길 위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았나요?
몸과 마음에 휴식을!
- 경기도 군포시 -
경기도 군포시는 수도권 내에 위치한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수리산이 병풍처럼 시 전체를 감싸 안고 있어 아늑합니다. 인공적인 도심의 단면보다도 자연의 아름다운 멋에 숨통이 트이는 군포는 언제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심신이 지칠 때 사색을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수리산자락에 위치한 수리사의 고고한 천년의 멋을 함께 느낄 수도 있습니다. ‘힐링’이라는 단어에 많은 현대인들이 주목을 하고 있는 요즘,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이번 미션은 ‘수리산에서 도심 잊기’입니다.
군포시 전체 임야면적에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수리산의 지명에는 세 가지 설이 전해진다고 하는데?
“군포에도 이렇게 멋있는 산이 있는 줄 몰랐네? 그런데 견불산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던데.”
“그건 지명유래에 관해 전해지는 설 때문인데, 바위가 마치 독수리 형상과 비슷하다 하여 수리산이라는 설과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수리사 때문에 수리산이라고 하였다는 설 그리고 조선시대 때 왕손이 수도하였다 하여 수리산이라 하였다는 3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어.”
봄이면 진달래가 무성하게 피는 수리산의 상층부에는 굴참나무나 갈참나무 등의 낙엽활엽수를 볼 수 있다. 자연을 앞에 두니 도심 생각은 절로 잊히지 않는가?
“푸릇푸릇한 것이 정말 깊은 숲속에 와 있는 것 같아. 피톤치드도 나오는 것 같고.”
“봄이면 진달래가 무성해서 더 아름다운 곳이야. 물론 여름에는 산속이라 시원한 매력이 있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니 한결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것 같지 않아?”
해발 489m의 태을봉은 수리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군포8경 중 제1경에 꼽힐 만큼 아름답다. 태을봉에서 굽어보는 군포는 어떤 모습일까?
“걷다보니 벌써 태을봉에 도착했어! 언제 도착하나 했는데 막상 걷다보니 금방이네!”
“와, 가장 높은 봉우리라 그런지 군포 시내가 발아래 있네. 어쩐지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저기는 현실이자 일상이고 지금 여기는 낙원이자 속세를 벗어난 제 2의 공간이랄까?”
등산로와 산책로가 발달한 수리산은 가벼운 산책과 산행을 겸할 수 있는 코스도 마련되어 부담 없이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걷는 산길에 온 촉각을 곤두세워보자.
“흙냄새도 오랜만에 맡아보는 것 같아. 매일 아스팔트 바닥만 걷다가. 왠지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날이네.”
“맞아. 흙냄새, 새소리, 낙엽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으니까 어쩐지 정말 자연과 하나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진정한 힐링여행이 이런 것일까?”
군포8경 중 2경에 해당하는 수리사는 신라 진흥왕 때 건립된 천년고찰로 수리산 중턱에 위치해 경관이 뛰어나다. 수리사에서는 도심과 속세를 잊을 수 있을까?
“저기 보이는 사찰은 어디지?”
“수리사잖아. 수리사는 군포8경중에서 제2경으로 손꼽힐 만큼 그 주변 경관과 호젓하게 자리한 사찰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이야. 속세의 시끄러움이 없고 대웅전 앞마당에 부모은중경탑이 조성되어 효심 깊은 사람들이 자주 찾고 있는 고찰이야.”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받아낸 대웅전 앞 고목나무의 모습을 자세히 한 번 바라보라. 천년의 세월 앞에 작아지는 고민과 시름이 절로 사라질 수 있으니.
“와, 저기 오래된 고목나무 좀 봐. 사찰이 들어설 때부터 이곳에 자라고 있었을 것 같아. 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받아서일까 앞에서니 절로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 같은데?”
“그렇지? 천년의 시간이라 하니 우리 삶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많이 가벼워지는 것 같아.”
수리사는 뛰어난 비경을 자랑하는 절이다. 그런데 비단 경관만 뛰어난 절일까? 수리사의 법력이 궁금하여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본다.
“그런데 수리사는 그 명성에 비해 단출한 것 같아.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서 그런 걸까?”
“수리사는 원래 36동 건물에 132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찰이었는데 임진왜란 때 전소되어 1955년에 재건되었다고 해. 곽재우 장군이 말년에 입산수도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지. 또, 큰 스님이 200여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수도할 만큼 규모가 컸었다고 전해지고 있어.”
수리산 그리고 수리산 중턱에 위치한 수리사에서 도심과 시름, 고민을 잊었다면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있다. 자연과 마주한 여행에서 느낀 초심과 깨끗한 마음이 그것이다.
“잠시 동안이었는데도 일상생활에 대한 무게나 고민을 잊을 수 있었어. 자연과 하나가 되어 제대로 힐링을 한 것 같아.”
“맞아. 그런데 도심을 잊고 힐링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하나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 있어. 바로, 오늘 자연에서 얻은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과 녹색쉼표 말이야.”
도심에서 도심을 잊는 다는 것이 자칫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도 군포의 수리산에서라면 도심 속에서도 쉽게 도심을 잊을 수 있답니다. 마주하고 있는 자연과 생태탐방로를 걸으며 절로 일상의 짐을 내려놓게 되고 곳곳에서 휴대전화를 향하던 손은 자연을 만지게 됩니다. 수리산 중턱에 위치한 수리사에서는 일상의 번뇌를 잠시 내려놓게 되지요. 어떤가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일상과 도심을 잊는 것,경기도 군포에서는 어렵지 않지요?
숭고한 정신을 찾아서
- 서울특별시 동작구 -
동작구에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아마, ‘충효의 도시’ 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립 현충원이 자리하고 있는 동작구에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국선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숭고함 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 어쩌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한 삶은 그들이 주신 선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선택한 동작구의 여행 코스 또한 단연 현충원! 이곳에서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미션, ‘현충원에 깃든 호국 정신의 흔적을 찾아내라!’
국립묘지의 정면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거대한 분수이다. 이 분수의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데, 어떤 분수일까?
“충성분수탑이야. 펄럭이는 태극기의 모습과 금방이라도 함성을 지를 것 같은 순국선열들의 모습. 너무나도 생생해서 눈을 뗄 수가 없구나.”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있었던 일인데도 마음이 아파요. 얼마나 굳은 각오를 가져야 전쟁터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요? 존경하고, 또 감사해요.”
현충원으로 통하는 문, 현충문이 보인다. 현충원에 들어서기 전, 잠시 몸과 마음가짐을 단정히 하는 순간을 갖도록 하자.
“아름답고도 웅장해요. 저 안에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이 잠들어 계신 건가요? 빨리 만나 뵙고 싶지만, 그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을래요.”
“오늘따라 어른스러운 모습인데? 벌써부터 이곳에 너와 함께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회원들의 성금으로 만든 종인 호국종. 이 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고, 언제 울리게 되는 종인지 생각해 보자.
“호국종? 용감히 싸우다 전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또 앞으로의 평화를 기리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종이 아닐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매년 6월 25일이 되면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이 종을 치곤 한다고 들었단다.”
현충원은 한국전쟁의 순국선열들만을 기리는 곳이 아니다. 경찰충혼탑 앞에 서면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의 업적을 실감할 수 있을 것.
“너 아주 어렸을 때 꿈이 경찰관이었던 것, 기억나니? 그 때 나는 혹시 네가 위험하기라도 할까봐 반대를 했었지. 경찰에는 아주 큰 용기와 숭고한 정신이 필요한 것 같아.”
“맞아요. 위풍당당한 경찰관 아저씨들의 모습에 반했던 것 같아요. 이제 저 호랑이 두 마리가 그 분들을 지켜드리고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네요.”
현충원에는 그야말로 수많은 순국선열들이 안치되어 있다. 묘역을 찾아 그 풍경을 직접 눈에 담은 사람들에게 순국선열들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데?
“세상에, 숨이 막혀 오는 것만 같아요. 평소 이분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제 태도를 반성하게 돼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라를 지켜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 맞아. 평소에 이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지.”
현충원 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이름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이름 하나 하나에 한 사람 몫의 삶이 담겨 있으니, 가볍게 지나치지 말도록 하자.
“걸음이 점점 느려지는구나. 생각도 많아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야.”
"저도 그래요. 어떻게 이곳에서 웃거나 뛰어다닐 수 있겠어요? 다음에 이곳을 찾을 때에는 꼭 꽃 한 송이를 준비해야겠어요.” “좋은 생각이구나. 꼭 그렇게 하도록 하자.”
국립서울현충원이 만장됨에 따라 국립대전현충원이 개원하였으나, 서울현충원 안에는 충혼당이 추가 건립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기 나무 너머로 보이는 저 건물이 바로 충혼당이군요.” “그래, 맞아. 서울에 고인을 모시기를 희망하는 유족들을 위해 건립했고,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곳이란다.”
“현충원의 규모는 정말 엄청나군요. 이곳에 담긴 마음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지요?”
현충원 앞에는 ‘충효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길이 있다. 이 길의 끝에서 또 하나의 특별한 장소를 만날 수 있다는데, 그곳은 어디일까?
“이 길을 쭈욱 따라가면 사육신 공원이 나온다고 해.” “사육신과 현충원을 잇는 길이라니, ‘충효길’이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그럼, 다음 행선지는 그곳으로 정해 볼까요?”
“좋지. 산책하는 동안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
가끔, 우리가 바쁜 삶을 핑계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트래블아이>와 같은 생각이 드신다면, 지금 당장 현충원으로 향해 보세요.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도 잠시, 그곳에 인사를 드리러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홀가분해질 테니까요. 이어지는 행선지, 사육신 공원은 어떤 곳일까요? 그곳에서도 애국정신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두들겨라, 천년 신비가 열린다
- 충청북도 진천군 -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진천을 지나본 사람이라면 오른쪽 강변에 놓인 돌다리를 분명 봤을지 모릅니다. 순식간에 스쳐가는 풍경이기에 별 관심을 주지 않을 테지만, 이 다리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임을 알게 되면 보는 시각도 달라질 겁니다.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이 농다리, 그 생김새부터가 매우 특이합니다. 무엇보다 이 돌다리와 마주했다면 무심결에 건너기보단 몇 번은 두드려보고 건너야 그 진가도 알게 됩니다. 어떤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는 걸까요? 바로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오늘 <트래블아이>가 던지는 미션입니다.
충북 진천 문백면 구곡리를 가로질러 흐르는 세금천에는 돌다리가 하나 놓아져 있다. 그 모양새가 워낙 특이해 그 유래나 전설따위를 알지 못해도 절로 눈길이 갈 것이다.
“저기 보이는 다리, 투박하지만 야무져 보이지? 길이가 약 90~100m쯤 되겠는데?”
“중간중간 돌들을 쌓아 교각을 만들고 길고 넙적한 돌을 사이사이에 얹어놓았어. 보다 보니 긴 벌레가 구불구불 몸을 비틀며 가는 듯해.” “저런 모양의 다리가 흔치 않은데, 좀 더 가까이 가서 보자!”
고속도로에서 볼 땐 상판이 돌덮개가 아니라 검은 나무판처럼 보였는데, 막상 와서 보면 넓적한 바위판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농다리는 더욱 특이하다.
“선암사의 승선교 같은 아치형도 아니고, 한강변 살곶이 다리처럼 편편하지도 않아. 어찌 보면 거대한 벌레같이 보여. 가만 보면 정말 지네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듯하지 않아?
“정말이네. 거대한 지네가 몸을 슬쩍 퉁기며 건너는 듯한 모습이야. 자연석을 축대 쌓듯이 안으로 물려가며 쌓아올린 교각들을, 상판이 아래보다 넓어 지네발처럼 보이는 것 같아.”
<조선환여지승람>에는 고려초기에 임 장군이 하늘의 별자리 본 따 28칸(교각)으로 만들었다고 나와 있는데, 지금은 교각이 24개뿐이다. 어떻게 된 걸까?
“농(籠)다리라는 이름은 밟으면 움직이고, 잡아당기면 돌아가는 돌이 있다는 뜻이래. 이름처럼 보기에도 위태위태한데 교각이 이 정도 남아 있는 사실이 참 놀라워.”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아무렇게나 쌓은 것 같은 이 다리가 형태 그대로 천 년을 넘게 버텨왔다는 자체만으로 무척 신기해.”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알려져 있는 하천 한가운데 놓인 이 자그마한 돌다리는 고려 초기에 축조됐다고 전해지는 만큼 이곳에 서린 사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유를 묻자 부친상을 당해 가는 길인데 다리가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지.
임연은 당장 용마를 타고 돌을 날라다 다리를 놓아주었는데 그게 바로 이 농다리라고.”
농다리는 유구한 역사뿐만 아니라 독특한 모양에서 엿볼 수 있는 건축방식의 지혜가 있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모양만 보고도 천년 동안 간직해온 비밀이 파헤쳐질까?
“교각의 생김새를 봐봐. 장마가 져 유속이 빠를 때도 그 물의 압력을 덜 받은 거지. 또 교각 틈새로 물이 넘쳐흐르면서 저 모습 그대로 유지가 가능했던 거야. 를 수 있었던 거야.”
“지네모양으로 휘어지게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라…. 이거야말로 농다리가 지닌 천년의 신비이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아닐까?”
진천의 이 농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다. 이 농다리의 우수성과 역사성을 알리기 위한 축제가 매년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그 모양이며 지내온 역사도 대단하지만, 천 년 동안 마을과 마을을 이어준 역할을 해왔으니 지역이 자랑할 만해!”
“그래서 이 일대에 해마다 농다리축제가 열린다지. 농다리 놓기 체험, 상여 다리 건너기 등 각종 이색 볼거리가 펼쳐진다는데, 지금쯤 축제가 한창이겠다. 그곳으로 가볼까?”
축제기간만 해도 수만 명이 몰린다. 이렇게 농다리는 지역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후손들이 조상들의 유물로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수변공원 일대에서 민속공연과 촬영대회 등 행사가 정말 다채로웠어. 특히 진천 농요시연은 모내기를 마친 뒤라 그런지 더욱 흥겨운 가락을 뽑아내 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지.”
“맞아. 축제를 직접 보고 농다리 직접 건너보면서 우리 조상들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어 앞으로도 이곳에 더 많은 축제가 열렸으면 좋겠어.”
진천에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 농다리뿐만 아니라 다리 건너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또 한 번 신기한 광경과 마주하게 된다.
“가장자리에는 호수를 바라보기 좋게 나무 전망대가 마련돼 있구나. 여기가 충북에서 가장 큰 저수지라지? 아름다운 호수로도 이만한 데가 없겠어. 연인으로 보이는 저 젊은이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것만 봐도 알겠어.”
“저들도 우리처럼 조상의 슬기를 배우고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웠으면 좋겠다.”
구곡리에 있는 농다리는 100여 미터 길이에 자연석으로 된 돌다리입니다. 가만히 보면 진천지역이 명소라 자랑할 만큼 멋지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반듯하게 놓인 것도 아닙니다. 물길에 맞게 비스듬하게 교각이 세워진 구간도 있고, 들쭉날쭉한 것이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이 다리는 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아주 중요한 다리입니다. 고려초에 축조가 돼 지금까지 어떠한 재난이 오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여러분은 고속도로를 지나다 이 다리를 발견하면 잠시 차를 멈춰세울 생각인가요?
‘덜컹덜컹’ 향수를 부르는 장항선 기차여행
- 충청남도 예산군 -
기포가 톡톡 터지는 사이다와 삶은 계란 그리고 덜컹덜컹 흔들릴 때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던 창밖의 풍경들, 이제 기차여행에서 떠오르는 아스라한 추억입니다. 빠르기로 치자면 고속열차나 비행기에 비할 것이 못되지만 조금 느리기에 가질 수 있는 창밖의 풍경과 추억 그리고 여유는 다른 쪽에선 대신 할 수 없습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잔뜩 굳어있던 어깨 힘 빼고 손목시계와 휴대폰도 조금 밀어둔 채 떠나는 기차여행은 어떨까요?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 장항선 타고 만나는 예산의 또다른 정취를 느껴라!’
90년 역사의 장항선은 충남의 평야지대를 덜컹거리며 가로지른다. 그중 열차가 지나가는 예산의 예산역, 삽교역 일대는 소담스럽고 고즈넉한 여행으로는 제격이다.
“장항선은 천안을 거쳐 예산, 홍성 등 충남의 평야지대를 지나 강경역이 종착역이었으나 요즘은 전북 익선역이 종착역이 됐어.”
“하지만 여전히 어느 역에서 내리든 예산의 고요한 호수, 오래된 고택과 사찰, 맛집 골목들이 어우러져 있는 건 여전해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고.”
예산역에 내리면 발길을 가장 먼저 옮길 곳은 이미 정해졌다. 온천놀이시설로 북적거리는 덕산 일대와 달리 예당호는 ‘고요하고 느린 예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예산역이로구나. 예당호, 봉수산, 느린 꼬부랑길 등이 이어져 있으니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한번 걸어볼까?”
“봉수산 아래 예당호와 맞닿은 대흥면 일대에 ‘핫 플레이스’가 됐다더니 이렇게 여행객들이 북적일 줄 예전에는 미처 생각 못했는데.”
어느 곳을 거닐어도 예당호는 좋은 길동무가 된다. 대흥향교, 대흥동헌 등 오래된 가옥을 지나면 호수와 나란히 뻗은 시골길이 나오고 그 길은 봉수산 숲길로 연결된다.
“느린 꼬부랑길은 옛이야기길, 느림길, 사랑길 등 느린 꼬부랑길을 경유하는 길목에는 새로운 쉼터와 사연 가득한 공간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봉수산 내에 위치한 봉수산 휴양림은 예당호가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나무데크로 연결돼 있어 호젓한 산책에도 안성맞춤이야.”
대흥면에 실존했던 의좋은 형제 테마공원, 예당호 생태공원까지 걷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1시간 넘게 걷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면 예당호 남쪽으로 향해보자.
“상당히 출출한데. 저쪽을 봐. 절묘하게도 예당호 남쪽 광시 한우마을까지 도달했어. 1등급 한우 암소고기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니 우리에겐 기회라고!”
“한우 정육점과 식당이 30여 곳 옹기종기 모여 있네. 직영 농장에서 사육돼 공급되니 육질이 꽤 부드럽겠어. 정육점에서 한우를 직접 사다가 식당으로 가져가서 먹는 게 좋겠다.”
다시 장항선에 올라 다음 정거장인 삽교역에 내리면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저택까지 걸어서 금방이다. 이곳에서 바로 ‘예향의 예산’을 만날 수 있다는데.
“신암면 용궁리의 추사 김정희 고택은 ‘예향의 예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지. 추사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추사고택은 ‘ㄱ’자 모양의 사랑채 자태가 정말 위풍당당하다.”
“기둥에 글씨를 써 붙인 ‘주련’들이 빼곡해.” “방에 와봐! 추사가 유배시절 그렸다는 세한도가 걸려 있어.”
추사고택에 들어서면 그림 속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소나무를 볼 수 있다. 눈앞에 살아있는 듯한 세한도는 어디에 걸려 있을까?
“세한도 속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는 이 소나무들, 이곳 백송을 표현한 작품 아닐까?”
“맞아. 천연기념물이자 우리나라에 7그루 밖에 없다는 그림 속 바로 그 백송이야. 약 200년 됐다지?” “정말 대단해!”
덕산온천 관광지를 지나 덕숭산으로 향하면 충남 북부를 대표하는 천년고찰인 수덕사가 위치해 있다.
“수덕사의 목조건물인 대웅전은 1308년에 지어진 것으로 국보 49호로 지정돼 있다지. 다른 사찰들의 대웅전과는 달리 맞배지붕의 형태를 지녔으면서도 웅장한 모습을 함께 간직하고 있어.”
“수덕사 일주문 옆의 수덕여관은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업을 하던 곳이라는데 암각화가 고스란히 남아 운치를 더하는구나.”
삽교역 인근에는 더덕산채정식과 연탄불에서 구워 질감이 살아있는 삽다리 곱창 등 숨겨진 먹거리가 예산 여행을 더욱 든든하게 만든다.
“아까 삽교역 근처에 삽다리 곱창집이 즐비하던데, 돼지곱창을 연탄불로 익힌 그 꼬들꼬들함~ 이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수덕사 앞까지 왔으니 근처에 삽다리 더덕으로 만드는 더덕산채정식을 맛보는 건 어때?” “식당마다 ‘수십년 전통’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으니 메뉴 고르기도 참 고민이로구나!”
1922년 출발해 90년을 이어온 장항선은 충남 평야지대를 달려 예산의 예산역, 삽교역에 머뭅니다. 오늘날 KTX, ITX 등 쾌속열차들이 등장했지만 돌이켜보면 이곳을 지나는 열차들은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주를 이룹니다. 역사는 새롭게 단장됐어도 덜컹거리며 달리는 열차여행의 묘미는 예전 향취 그대로입니다. 장항선이 경유하는 화려한 서해바다는 아니지만 예산은 소담스러운 여행지로 이방인들의 발길을 유혹합니다. 여러분은 장항선을 경유하며 예산과 어떤 만남을 갖고 돌아올 생각인가요?
1억4천년 원시로의 초대
- 경상남도 창녕군 -
경남 창녕을 가리켜 ‘생태투어의 보고’라 말할 수 있는 건 커다란 태고적 보물 우포늪이 이 지역을 짙푸르게 채색하기 때문입니다. 담수면적이 여의도(2.3㎢)에 버금가는 이 드넓은 천연 늪으로 들어서면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이 전해주는 감동에 가슴까지 먹먹해집니다. 우포늪은 위치에 따라 개성도 모습도 다르지만, 여름이 오면 가장 자기 색깔을 띠면서도 신비감을 더합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초록이 가장 짙어지는 날 우포늪의 진정한 원시자연을 만나라!’
국내 최대규모의 우포늪은 수천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천국이다. 그러면서도 이곳 4개 구역이 저마다 특성을 갖는다. 그 이름에서 각각의 특성도 유추해볼 수 있을까?
“우포늪은 제방을 경계로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곳으로 구분해. 그 위치에 따라 개성도 모습도 다 다르다지?”
“맞아. 우포는 소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예전부터 ‘소벌’로, 나무가 무성했던 목포늪은 ‘나무벌’로 불렸어. 친근한 이름을 지니고 있는 사지포의 또 다른 이름, 한번 맞혀볼래?”
초록의 잎들이 무성하게 수면을 덮기 시작하는 6월을 지나 본격적인 여름을 맞은 우포늪은 1년 중에 가장 풍성해지는 시기다.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제는 왕버들나무의 군락이 이렇게 무성하게 자라났구나.” “물풀의 왕인 가시연꽃도 큼지막한 잎을 뽐내고 있어.”
“봐봐. 가시연 외에도 마름, 자라풀, 개구리밥 등이 녹색의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늪을 뒤덮고 있는 게 이런 원시의 대자연이 또 있을까?”
우포늪은 하루에도 시시각각 다른 풍경으로 다가선다. 늪이 전해주는 감동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이른 아침에 찾아야 한다는데, 어떤 이유일까?
“늪 곳곳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니 수면을 가득 뒤덮고 있는 개구리밥과 물속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이 원시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어! ”
“물안개를 뚫고 물닭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도 정말 장관이야. 바로 지금이야말로 이 늪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젖어있을 시간 아닐까?”
우포늪을 탐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우포에 현명하게 다가서는 길은 목포제방, 주매제방을 넘어 목포, 우포, 사지포 일대를 걸어서 둘러보는 것이라고.
“실제로 걷기 여행 열풍의 붐을 타고 이른 아침 우포늪을 걸어서 탐방하는 젊은 여행자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구나.”
“웬만한 걷기 여행 코스 못지않은 행복감을 바로 여기서 느끼게 될 줄이야!” “근데, 생각보다 여긴 너무 넓어. 자전거를 빌려탈 수 있는 시설이 이 근방에 있다지?”
한낮에 우포늪을 탐방할 때도 인근 생태전시관만 휙 둘러보고 돌아서는 우를 범하지 말자. 실제로 우포늪은 곳곳에 숨은 비경을 담고 있으니까.
“여기를 그냥 지나칠 뻔했구나. 이 왕버들 군락들이 우포늪의 원시적인 멋을 한껏 더해주는데 말이야.”
“우포늪의 8경중 1경에 속하는 곳이 이 군락이라지? 이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군락이 고요함을 깊게 덧칠해줄 거야. 궁금하지 않니?”
늪의 식생과 역사를 직접 몸으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포 북단의 소목마을도 들러봄직 하다. 이곳에는 우포늪을 사랑하고 지켜온 마을 사람들의 예스런 풍경이 있다는데?
“저 장대거룻배가 아직도 남아 있었구나. 한가롭게 배가 오가는 정경은 왠지 서정적인 풍경을 담아내고 있어.”
“몇 어부들에게는 고기잡이가 허용된다지? 장대거룻배야말로 자연과 사람, 원시와 문명이 하나 되는 연결고리가 아닐까?”
소목마을부터 다시 숲길을 가다 보면 우포늪에서 가장 작은 쪽지벌이 나온다. 우포늪과 쪽지벌 사이의 탐방로, 이곳에 들어서려면 제약조건도 따른다고.
“물이 빠질 때만 개방을 한 대서 긴장했는데, 다행히 지금 출입이 가능한가 봐!” “하지만 이 자전거로는 더 나아갈 수 없겠어. 손잡이를 틀어 다시 돌아가자.”
“아니, 저기 산악자전거 탄 사람은 거침없이 들어가는데, 우리는 왜?” “여기를 다 도는 데 그 길이가 8㎞ 정도래. 우리는 대여한 자전거를 반납해야 하잖아.”
한낮에 뜨거웠던 늪은 해가 지면 또 다른 별천지를 만난다. 별밤 아래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는데, 어떤 아름다운 풍경과 소리를 동시에 만나게 될까?
“저 반짝이는 별들을 봐봐. 실제로 우포늪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풍광이 새벽과 함께 우포의 별밤이라지?”
“온갖 수변생물이 내는 소리가 어떤 화음을 이루고 있어! 근데 저 별들이 유난히도 또렷하게 빛나는 건 왜일까? 우포늪 주변에는 다른 빛이 없기 때문일까?”
시야를 흐릿하게 가리던 물안개가 느긋이 아침햇살에 자리를 내주면서 초록 천지의 늪이 생경한 1억4천만년 전의 원시자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멀리 어둠의 끝자락을 물리치며 올라오는 낡은 조각배 한 척이 비경을 더욱 몽환적으로 만들며 늪의 아침을 깨우면 녹색의 융단은 더욱 짙푸른 색을 띱니다. 사시사철, 시시각각, 발길 닿는 곳마다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우포늪은 때 묻지 않은 원시자연을 온전히 내보이며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여러분은 우포늪에서 어떤 원시비경을 담아올 생각인가요?
도심이 온통 자연으로 물들다
- 대전광역시 서구 -
바람에 나뭇가지가 나부끼는 소리는 상상만 해도 기분 좋지 않나요? 마당 앞 정원에는 잘 가꿔진 화려한 꽃들이 제 향기를 뽐내고 싱그러운 풀잎은 꽃잎 못지않게 파르르 떨며 멋을 부립니다. 하지만 높다란 빌딩숲속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로 그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도심이 온통 푸르른 자연으로 물들어 안락하고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메워진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도심에서 자연의 하나로 물들고 돌아오라’입니다.
대전정부청사를 비껴 엑스포 과학공원건물이 보인다. 벌써부터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감싼다. 사계절 내내 색다른 꽃과 나무가 손짓하는 한밭수목원은 무슨 색을 띠고 있을까?
“수목원은 봄에 와야 예쁜 거 아니야?”
“물론 봄에도 예쁘지, 하지만 한밭 수목원은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무엇보다 도심 속에 위치해서 교통도 편리하고 더 특별하기도 하고 말이야. 하얀 이불을 덮고 있을 꽃과 나무를 떠올리니 벌써부터 몸이 파릇파릇해 지는 기분인걸!”
도심 지역에 조성된 수목원 중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해서일까, 관람하는 구역도 나뉘어져 있다. 동원으로 갈까, 서원으로 갈까 고민 끝에 동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전국 최대 규모라더니 둘러 볼 곳들도 정말 많다. 오전에 왔으면 더 좋았을걸. 다 둘러보려면 하루 꼬박 걸리겠는걸!”
“그러게, 그럼 오늘은 사계절 푸르른 상록수원과 이색적인 분위기의 암석원이 있는 동원을 둘러보자.”
수목원에 들어서자마자 이색적인 분위기의 정원이 펼쳐진다. 자신의 미모를 보라는 듯 화려한 색으로 손짓하는 꽃에 그만 질투를 느낀다.
“겨울임에도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 무엇보다 서양 어느 외딴 집의 큰 정원에 와 있는 듯 이색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꽃이 저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었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아름다운 색은 정말 많은 것 같아. 일곱 빛깔 무지개 말고도 말이야.”
겨울이라 그런지 장미원의 장미는 없다. 겨울 속 봄을 품고 있기에 장미원은 그리 쓸쓸하지만은 않다. 눈이 담지 못하면 마음으로라도 담아 붉은 빛으로 마음을 물들여본다.
“겨울이라 장미원은 휑하네. 겨울에 만발한 장미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쩐지 아쉬워.”
“너무 서운해 할 필요 없어. 마음속에 피어날 장미를 떠올려 봐. 그럼 벌써 봄이 온 것처럼 세상이 환해지지 않니? 벌써 다음 계절이 기대되는 걸?”
한겨울에도 땀이 삐질 하고 흐르는 열대식물원에는 훅 하고 습기가 차오른다. 열대우림에서나 봄직한 식물들에 계절을 잊어버리고 만다.
“열대 지방에 사는 식물들을 모아 놓은 곳이라 좀 덥고 습해. 그래도 마치 더운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니? 한겨울에 떨어지는 폭포를 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
“정말이네! 저기 바나나도 열렸어! TV프로그램에서만 보던 바나나 잎이야. 정말 크구나. 저기 붉은 빛을 내는 꽃은 이름이 뭘까?”
싱그러운 풀잎은 아직 어린잎이 한창이다. 이들도 계절이 바뀌면서 나이를 먹는지 아직 팔팔한 것에 절로 생기가 돈다.
“파릇파릇한 잎을 살짝 만져보니 아직 여린 것 같아. 마치 새살이 돋은 자리에 난 여린 살결처럼 말이야.”
“연 녹색의 이파리가 진녹색으로 물들 때 우리도 함께 자연과 가까운 색으로 물들어 있으면 좋겠어.”
백조 두 마리가 입을 맞추고 있는 곳엔 견우와 직녀 다리가 놓여있다. 수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한다는 이곳에선 어쩐지 핑크빛으로 물들 것 같다.
“날이 벌써 어두워졌네. 그래도 다행히 식물들은 다 둘러 본 것 같아.”
“생각지도 못한 곳에 백조 두 마리가 있었네. 서로 사랑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그 옆에는 견우와 직녀 다리라 그런지 연인들이 서로 애타게 사랑을 나누네, 초록빛에서 핑크빛으로 물드는 시간이다.”
이산화탄소와 각종 공해가 떠다니는 도심 속에 마련된 수목원은 나들이 장소를 넘어서 도심 속 공해를 정화하는 산소탱크의 역할도 마다 않는다.
“수목원에 오면 항상 크게 숨을 한 번 들이 마시게 돼. 도심 속에선 공해 때문에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도심 속 수목원에서 마음껏 맑은 공기를 마신 기분이야.”
“그래 맞아, 꽃이 피어날 때 꽃향기를 맡고 좋은 바람이 볼을 스칠 때 그 바람을 한껏 머금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봄이면 파릇한 새싹과 향기를 내뿜는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싱그러운 풀잎이 비로소 제 색을 드러냅니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겨울이면 순수한 빛깔로 변화를 줍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변화하는 계절을 바쁜 일상 때문에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 화가 타샤 튜더는 '딸아, 고민은 그만하고 나가서 꽃향기를 맡으렴'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결 더 여유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가까운 도심 속에서라도 계절이 변화하는 것에 잠시나마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요?
현대미술의 놀이터
- 경기도 과천시 -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바로 그 곳, 국립현대미술관과 과천어린이대공원. 가족들과 함께 동물원에 나들이를 가보신 분들은 많지만, 동물원 옆의 미술관에 가 보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만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가면 그 매력이 배가 되는 그곳,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전시는 물론이고 무료로 제공되는 상설 전시까지 놀라운 현대미술이 이곳에 어우러져 뛰어놀고 있으니, 과천시에서 이곳을 놓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현대미술의 놀이터에서 미술과 함께 놀고 오라!’
미술 전시회를 관람한 지 오래 된 분들이라면 으레 현대미술에 대해 착각하고 있기 마련.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서기 전, 어떤 작품이 있을지 한 번 상상해 보자!
“국립인 만큼, 비싼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요? 국가가 운영하는 곳이니까 이중섭이나 김홍도 같이 우리나라의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이 있을 것 같아요.”
“흠, 글쎄다. 내 생각은 좀 달라. 현대미술관이니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이 있겠지. 그림이 많을 것 같은데, 아빠도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구나.”
미술관 안으로 직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 야외 조각공원에도 국내외 유명한 작가들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야외에서 보는 전시는 실내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는데?
“이야, 미술관 안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좋구나. 야외 조각공원을 둘러보지 않고 미술관에 들어갔으면 후회할 뻔 했는데?”
“마치 잔디가 깔린 미술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네요! 저 지금 현대미술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것 맞죠?”
미술이 고상하고 품격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는 사실! 야외 조각공원에서는 시야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미술이 놀고 있다. 기념사진을 잊을 수는 없는 법.
“하하, 저것 좀 보세요! 이상하게 생긴 남자가 하늘을 향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이라는데? 엉덩이가 툭 튀어나온 것이 우스꽝스럽게도 생겼구나. 저 옆에 가서 똑같은 포즈를 취해 보렴. 재미있는 기념사진이 나올 것 같아.” “이렇게요? 마치 미술 작품과 함께 노래하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현대미술은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그저 거기에 놓여 있을 뿐이다. 내가 지어낸 해설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것! 눈에 띄는 작품에 이름을 붙여보며 작품의 의미를 상상해보자.
“저 빨간 화분을 한 번 보렴! 저 작품에 대해 네가 직접 설명해 볼 수 있겠니?” “음, 저 화분에 심으려면 나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저 커다란 화분을 올려다보고 있으니까, 화분에 구름을 심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뒤에 보이는 산도요!”
“놀랍구나! 네 말대로라면 비오는 날엔 천둥을, 저녁에는 노을을 심을 수도 있겠는 걸?”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것은 바로 백남준의 ‘다다익선’. 교과서나 책에서만 볼 수 있던 바로 그 유명한 작품이 여기에 있다.
“너도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지? 이 거대한 작품에 쓰인 텔레비전은 천 개도 넘는다고 하는데, 정말 압도적인 느낌이구나.”
“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가 중 한 분이 백남준이래요. 와, 텔레비전으로 만든 탑이 천장에 닿을 것만 같아요!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금방이라도 변신할 것 같은데요?”
국립현대미술관 1층에는 EDU-STUDIO가 있다. 바로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관. 이곳에서는 미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고 하니, 빼 먹을 수 없는 코스!
“미술을 만져 본다고?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구나. 네 또래 친구들이 아주 많은데?”
“작품에 있는 하늘을 만져 보았더니 구름이 나타났어요! 여기 이게 바로 제가 만든 구름이에요! 어, 이 피아노를 치니까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화면에 동그란 물방울들이 떠올라요! 저쪽에서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네? 다음부터는 꼭 예약을 하고 와야겠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을 돌아보고 나면 소비할 수 있는 예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 게다가, 만져보는 것보다 더 놀라운 미술이 하필이면 화장실에 있다는데?
“으악, 이거 정말 써도 되는 거예요? 벌 받을까봐 겁이 나요!”
“다른 사람들도 다 쓰고 있잖니. 정말 재미있는 곳이구나.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조심조심 만지지 말고, 그냥 확 써버리자!” “안 돼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말예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세상에 대한 다른 시각이라는 점. 내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현대미술일 수 있다고 상상해보는 것도 멋질 것 같은데?
“미술관을 내내 둘러보면서 친구에게 조각품을 그려 넣은 엽서를 붙이면 참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참 좋은 생각이야. 네 그림솜씨 무척 기대되는데? 때마침 이곳에 빨간 우체통이 서 있구나. 이렇게 운치를 돋보이게 하는 이 우체통 역시도 야외조각품의 일부 아닐까?”
이번 기회를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오해가 조금은 풀렸을 것 같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미술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하고, 생각하고, 인사하고, 만져보고, 써 보기까지 하며 감수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여주는 현대미술입니다. <트래블아이>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온 여행자들 중에 미래의 위대한 현대미술가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친 김에 우리나라의 현대미술을 볼 수 있는 대해 조금 더 알아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