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스며든 보물
- 경기도 양평군 -
양평의 곳곳에는 짙은 자연의 향기를 품은 초목들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드러내며 그윽한 정취를 뽐내고 있습니다. 자연과 맞닿아 있는 양평군은 중심에 해발 1,157m의 용문산이 자리하며 산줄기가 뻗어 내린 사이사이 푸른 물줄기가 휘감고 돌아 헤어 나오기 힘든 절경을 선물합니다. 산속을 걷다보면 깨달음의 공간이 등장하는데, 바로 천년고찰 용문사입니다. 이처럼 용문사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보물들이 숨겨져 있는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용문산에서 천년의 보물을 찾고 돌아오라’입니다.
산세가 웅장하고 속속들이 골 깊은 계곡이 나 있는 용문산은 금강산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풍경이 보물일까,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보물일까?
“용문산 해발이 얼마라고 했지? 1,157m였나?”
“응, 맞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명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고 경관이 아름다워서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해. 그러니 오늘 산행은 기대해도 좋아.”
일 년 내내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다는 용문산 계곡은 그 세월만큼이나 힘차고 웅장한 소리를 낸다. 힘에 부쳐 지친 등산객들을 격려하는 저 물소리가 천년의 보물일까?
“벌써부터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여름에 오면 시원한 물에 발도 담그고 더위마저 싹 달아나겠는걸!”
“그러게, 슬슬 땀나고 숨이 차오르던 찰나였는데 이렇게 물소리 들으니까 힘이 나는 것 같아. 얼른 기운 내라고 격려하는 것 같기도 한데?”
가을빛을 흠뻑 머금은 용문산은 그 색이 참 아름답다. 울창한 숲과 알록달록 물든 단풍이 숨 가쁘게 올라온 힘겨움을 한방에 날려준다.
“여름도 좋겠지만 역시 산은 가을에 찾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알록달록 물든 단풍이 용문산의 보물이다 보물.”
“정말 아름답지? 눈길 닿는 곳, 발길 닿는 곳 어디든 정말 멋있는 것 같아. 그렇기에 조금 힘들더라도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닐까?”
흙길과 바위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어느새 용문산의 정취에 매료되어 버린다. 산을 오르는 이유가 이러한 기쁜 숨가쁨이라면 이것 하나도 산이 주는 보물이리라.
“윽, 조금 힘들어지려고 해. 조금 쉬었다 가면 안 될까?” “그러자. 숨 좀 고르면서 못다본 정취를 느끼는 것도 좋지.”
“산이 평평하거나 단조롭지 않아서 초보자들이나 아이들은 많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 거동이 조금 불편하거나 노약자들은 계곡길을 피해 내림길로 가면 좋아.”
용문산관광지로 들어서면 그 입구에 용문사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관광단지 입구에서부터 은행나무에 대한 기대로 사람들의 눈이 작게 반짝인다.
“와,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문사 천년 세월을 품은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한 사람들이 아닐까? 우리처럼 말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니 더 기대되는걸!”
용문사의 역사도 천년 보물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혹, 경내에 위치한 보물 제531호로 지정된 지국사 부도 및 비 2기가 용문사에서 만난 진정한 보물일까?
“요즘은 템플스테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아. 여기도 템플스테이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가봐. 아마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생활을 하고 싶어서 이겠지?”
“그렇겠지. 자, 그럼 은행나무 보러가기 전에 경내 좀 둘러볼까?”
용문사의 최고의 명물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천왕목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로 그 수령이 1,100년이 넘었다하여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었다.
“와, 드디어 만났구나, 천왕목. 명성에 걸맞게 그 크기며 높이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신라 시대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지팡이를 꽂아 놓고 간 것이 자라난 나무라고 전해져. 무엇보다 거듭된 전란 속에서도 살아남아 천왕목이라고 불렸다는 거야.”
누군가가 다녀간 발자국이나 흔적은 세월을 머금고 나면 언젠가 천년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보물은 계속해서 천년이고 이천년이고 계속 되지 않을까?
“나무의 높이가 무려 57m라고 하지? 그런데 오늘날도 여전히 살아 숨쉬며 자라나고 있다고 해.”
“와, 그럼 역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겠네?” “그렇지. 그러니 천년의 세월을 머금었다고 하지만 그 이상 그 너머의 시간도 함께 아우르는 곳이라고 볼 수 있겠지?”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삶의 거의 대부분이 그렇듯, 큰 의미를 두지 않고는 시선 밖으로 벗어나 놓쳐버리는 소중한 장면들이 많이 있습니다. 양평의 용문산을 걸으며 웅장하고 빼어난 용문산의 산세를 눈에 담고 흙내음과 나뭇잎 하나에도 큰 의미를 부여해 보세요. 매번 다니던 길도 의미를 알고 걸으면 전혀 새로운 길을 걷는 느낌을 받을 테니까요. 용문산 속 용문사를 함께 다녀오신다면 꼭 그 길과 천년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아는 만큼 보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기름진 살이 오른다
- 전라북도 고창군 -
고창하면 풍천 장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북 고창 선운사 앞을 흐르는 고랑의 이름을 딴 풍천장어는 겨우내 몸을 숨기고 있다 가을철 그 기름지고 땡땡한 살점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보양식으로 제격인 장어는 유명인들의 보양식으로도 손꼽힐 만큼 그 힘과 맛을 자랑합니다. 특히나 복분자 술과 함께 먹는 풍천장어는 긴말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식당을 들어갈 때 푸석했던 얼굴이 나올 때는 반질반질 윤기가 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고창의 힘! 풍천장어를 탐하고 오라’입니다.
고창에 도착하면 거리마다 속속들이 풍천장어를 내건 간판들이 보인다. 그 간판의 수 정도면 괜히 풍천장어 풍천장어 하는 것은 아닐 터.
“여행 중에 제일이 식도락 여행 아니겠어? 오로지 맛을 위해 떠나는 거지.”
“그래, 식도락 여행 좋지! 벌써부터 장어 굽는 냄새나 나는 것 같아. 풍천 장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맛집이 있을까?” “풍천은 어디든 맛있을 것 같아. 그 명성이 괜히 나온 거겠어?”
강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지형을 따 붙은 풍천. 선운사 앞의 도랑에서 흘러드는 인청강 일대에서 잡히는 풍천장어를 으뜸으로 치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 왜 사람들이 풍천장어를 으뜸이라고 할까?”
“그건 장어의 맛도 맛이지만 지형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지. 서해 바닷물이 들어와 민물과 바닷물과 합쳐진다고 해서 풍천이라고 부른데. 그래서 풍천장어라고 하지. 예로부터 고창갯벌 풍천장어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정도로 장어 중엔 으뜸이야”
고창의 수많은 장어집 중에서도 두 가지 선택권은 있다. 장어와 함께 남도식 상차림을 받아 볼 것인가, 오직 장어만을 만나고 올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
“그런데 정말 어디 가게로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셀프 장어집도 보이고.”
“풍천 장어집은 반찬의 가짓수가 적고 직접 장어를 구워야 하는 셀프 장어와 푸짐한 남도식을 맛보며 장어를 제대로 구워주는 남도식 상차림 이렇게 두 부류의 가게를 선택할 수 있어 어떤 곳에서 맛볼래?”
고창의 장어가 양식이라 하여 반감이 든다고? 풍천장어도 대부분이 양식이지만 최근에는 갯벌에서 직접 기르거나 바닷물에서 몇 개월간 축양을 하여 자연산과 다름없다.
“그런데 양식장이 보이는 걸 보면 자연산은 아닌가보네.”
“그래도 실망하긴 일러. 인공 사료를 쓰지 않고 순수한 해수로 양식을 하기 때문에 거의 자연산이나 다름없다고! 일단 먹어보면 알거야.” “어디, 한번 먹어볼까?”
고창의 또 다른 명물 복분자는 장어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복분자 한 잔에 장어 한 점을 드신 아저씨는 껄껄 웃으시고 아주머니는 쑥스러운 듯 볼이 발그레해진다.
“다들 복분자와 함께 곁들여 먹고 있어. 장어가 스태미나 식품으로 알려져서 그런가봐. 복분자도 그렇고 특히나 남성에게 좋다니까. 그러니 조금 낯 뜨겁긴 하다.
“그런데 꼭 남성에게만 좋은 건 아니야. 피부미용이나 노화를 억제하니 여성들에게도 얼마나 좋다고.”
선운사의 여름에는 상사화가 지천으로 핀다. 상사화가 지고 단풍이 들어서면 비로소 장어의 기름기가 가득 찬다. 선운사를 병풍삼아 먹는 장어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복분자 한 잔 곁들이고 장어 한 점 먹으니 다른 게 부러울 게 없다. 그렇지?”
“그럼! 당연하지. 상사화가 지고 단풍이 든 선운사를 바라보며 먹는 장어라. 옥황상제도 요새는 전북 고창서 온 사람을 보면 풍천장어 맛을 몰래 물어 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거겠어?”
장어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지만 장어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한 소금구이와 비린맛과 느끼함을 잡는 양념구이 둘 다 양보할 수 없게 된다.
“풍천장어는 기름기가 많이 돌아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구나! 살점도 도톰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네. 내 입맛엔 소금으로 간을 한 소금구이가 딱 맞는 것 같아.”
“그래? 난 양념장을 덧발라 구워먹는 양념구이가 더 맛있는 것 같은데? 느끼한 것도 덜 하고.”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찾게 되는 보양식. 그중에서도 풍천 장어는 원기회복에 그만이라 찬바람이 불어와도 끄떡없다.
“오늘 장어 제대로 맛보고 간다. 올 겨울은 한파, 눈보라가 몰아쳐도 끄떡없겠어. 벌써부터 몸에 기운이 가득 찬 것 같은데?”
“벌써? 어디보자. 정말 그런 것 같은데? 내년 여름에도 꼭 다시 찾아와 원기를 보충하고 가야겠다. 그때는 가족들과 함께~”
비릿한 맛에 흙내가 난다고 꺼리는 분들도 풍천장어 한 점을 먹고 나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에 두말 않고 한 점을 더 집는다고 합니다. 장어 본연의 고소한 맛을 즐기고 양념을 더해 감칠맛까지 느끼면 그보다 더 좋은 호사가 어디 있을까 하는 느낌까지 듭니다. 바닷바람 몰고 와 고소함과 뻘의 흙내가 묻은 풍천장어는 보양식을 찾는 성인뿐만 아니라 성장기 어린이들이나 수험생에게도 좋은 영양식입니다. 뜨거운 태양아래 지친 몸을 달래고 싶다면, 찬바람이 불어 몸이 허하다면 고창의 힘! 풍천장어를 탐하러 떠나보세요!
흰 깃처럼 아름다운
- 인천광역시 옹진군 -
인천 옹진군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유인도 25개, 무인도 75개의 100개의 섬입니다. 100개의 섬이 제공하는 100가지 경관은 옹진군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과 인접한 이곳은 서해 최남단 지역이기도 합니다. 신도, 시도, 모도로 이루어진 트래킹 코스와 부아산에서 송이산으로 이어지는 등산 코스, 선재도의 갯벌체험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곳, 옹진군.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것은 백령도의 절경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백령도의 매력을 속속들이 알아내라!’
백령도에는 오래 된 전설이 하나 전해져 내려온다. 황해도의 가난한 선비와 고을 원님의 고명딸의 사랑 이야기가 이곳에 있다고 하니, 한 번 들어볼까?
“이 가난한 선비는 원님의 하나 밖에 없는 딸과 사랑에 빠졌는데, 이를 원님이 매우 싫어했다고 해. 결국 원님은 딸을 먼 외딴 섬으로 쫓아 보냈는데, 선비는 그곳이 어딘지 알 길이 없었지. "
"그러던 어느 날, 선비는 백조의 꿈을 꾸었는데 이 백조가 힌트가 되어 장산곶에서 배를 얻어 타고 백령도로 향했다고 해. 그곳에는 꿈에 그리던 처녀가 있었지.”
선비는 어떻게 처녀를 찾아내었던 것일까? 바로 백령(百翎)이 흰 날개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이름에 대한 비밀도 한 번 풀어보자.
“백령도는 예로부터 철새의 보금자리였단다. 백령도의 고구려 때 이름은 곡도인데, 곡이라는 말은 바로 고니에서 온 말이지. 그래서 백령도는 백조의 고향이라 불리기도 했단다.”
“새하얀 백조가 백령도를 뒤덮고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설레요.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었을까요? 오늘 만나 볼 백령도도 그렇게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서해 최북단 백령도’라는 글씨가 선명한 비석이 사람들을 반긴다. 인천 연안부두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치면 그곳이 바로 백령도.
“멋진 바위들이 정말 많아요! 저 바위에는 꼭 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을 것만 같은데요?”
“하하, 눈썰미가 좋구나. 저 바위는 코끼리 바위, 그리고 저 바위는 용트림바위란다. 바위의 모양이 꼭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이 생겼지? 백령도에는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지. 이 넓고 평평한 해안을 좀 보렴. 이곳은 군용기가 이용하는 천연 활주로란다.”
백령도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특별한 해수욕장을 만나게 된다. 바로 동글동글한 콩돌들이 가득한 콩돌해수욕장! 이곳의 매력을 살펴볼까?
“해변 가득 콩을 흩뿌려 놓은 것 같아요! 가만, 귀를 기울여 보세요. 밀려오는 파도에 자갈이 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 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지. 해변에 앉아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니까? 이 콩돌 해수욕장은 자연이 제공하는 발 마사지 장소이기도 하니, 신발을 벗고 걸어보렴.”
저 멀리 연봉바위가 건너다보인다. 두 개의 커다란 바위를 중심으로 흩어진 작은 바위들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을까?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의 바다가 바로 설화 속의 인당수란다. 그리고 저 바위의 이름은 연꽃 봉오리 바위, 연봉바위지. 잘 보렴. 바위의 모습이 마치 활짝 핀 연꽃잎들 같지 않니?”
“아, 심청이 설화의 배경이 실제로 있는 곳이었군요! 저는 몰랐어요.” “그럼! 백령도에는 연화마을과 심청각도 있는데, 그곳으로 한 번 가 볼까?”
백령도에서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는 바로 심청각. 심청각의 청이 동상 앞에서는 꼭 기념사진을 찍어 주어야 한다던데?
“치맛자락을 움켜 쥔 청이의 모습이 굳건해 보여요. 청이도 백령도의 자랑 중 하나군요? 심청각 안에도 볼 것들이 참 많아요! 심청 설화를 재현해 놓은 모양들도 예쁘네요. 아, 저쪽에는 백령도를 대표하는 경관들이 있어요! 연화리 무궁화, 사곶 해변, 감람암 포획 현무암…”
“녀석, 아주 신이 났구나! 어디, 다음 장소로 이동해 볼까?”
점박이물범은 북위 45도, 북극권을 서식지로 삼는 동물이다. 4월 즈음에 이 점박이 물범이 북위 38도의 백령도를 찾는다는데, 그게 정말일까?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에 물범 캐릭터들이 많이 보여요.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아직 그것도 몰랐단 말이니? 그건 바로 이 백령도에 물범이 살고 있기 때문이야. 멸종 위기에 처한 귀한 동물이라던데, 운이 좋으면 물범 바위에서 물범을 볼 수도 있다고 해.” “그게 정말인가요? 물범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해야겠어요!”
배를 타고 두무진을 돌아보는 것이 바로 백령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사암과 규암으로 이루어진 이 바위산은 입이 절로 벌어지게 만드는 절경을 자랑한다.
“절벽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금방이라도 마법사가 나타날 것 같은 경관이네요.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기 하얀 바위는 바로 가마우지의 서식처야. 가마우지의 흰 배설물이 바위를 덮어 바위가 하얗게 보일 정도인 거지. 백령도가 철새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지?”
극소수의 지역에서만 생산된다는 백색고구마와 코끼리 바위, 해당화가 핀 바닷가와 백령대교 등 백령도의 자랑거리를 모두 설명하자면 하루가 모자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명성만으로도 얼마나 수려한 경관이 기다리고 있는 곳인지 예상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진 백령도는 여행자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는 섬이기도 합니다. 특별함이 필요하다면, 백령도로 떠나보세요. 백령도 여행 중에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백령도 점박이 물범을 만난다면 그야말로 행운 중의 행운이 아닐까요?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걷다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
오늘날 동대문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지역입니다. 과거 동대문구 청계천변에 개장한 평화시장은 아직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신흥 패션타운도 여러 군데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평화시장을 가로지르는 청계천 일대는 언제나 관광객과 차량으로 붐빕니다. 하지만 이처럼 붐비는 동대문구에도 호젓한 ‘히든 플레이스’가 있답니다. 차들이 가득한 도로 옆길에서 벗어나 조용한 명소를 걷다보면, 교외로 나온 듯 차분해지기까지 합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바로 ‘동대문의 숨은 명소를 걸으며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느껴라!’입니다.
동대문 회기로는 서울시가 선정한 ‘도심 속 걷기 좋은 길’ 중 하나다. 회기로는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서울 성북구에 이르는 총연장 1.75km의 길이다.
“이 청사초롱 좀 봐. 정말 단아하지 않니?”
“그런 것 같아. 참, 우리가 걷고 있는 회기로가 서울시에서 선정한 걷기 좋은 서울 도심길 중 한 곳이래. 청사초롱을 보며 은행나무 아래를 걷는 것만으로 운치있는 것 같아.”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부근 청량사는 천장산 남쪽 기슭의 비구니 도량이다. 예부터 4대 비구니 도량으로 유명한 이곳에 어떻게 애국지사들이 자주 드나들게 됐을까?
“청량리에는 청량리역만 있는 줄 알았는데, ‘청량사’라는 절이 있는 줄 몰랐어.”
“청량사는 신라 시대에 지어진 절이래. 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한용운 선생이 이곳에 자주 머물렀다고 하니 괜히 숙연해지는 것 같지 않니?”
애초에 종묘에 건립하려다 우여곡절 끝에 이곳에 세워진 세종대왕기념관은 조금 낯설지만 역시 들러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어떤 볼거리들이 있을까?
“세종대왕과 관련한 건축물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 전부인 줄 알았어.”
“그렇지? 하지만 찾아보면 이곳처럼 세종대왕에 관해 알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여러 곳 있어. 특히 이곳 세종대왕기념관은 세종대왕이 남긴 업적을 한눈에 모아볼 수 있는 곳이야.”
세종대왕은 현대에도 존경받는 최고의 임금으로 꼽힌다. 여기엔 그의 수많은 업적이 따르고 있기 때문. 아직 세종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 기념관을 두루 둘러보자.
“일월오봉도, 물시계 등, 고궁박물관에서 본 것들이 실제 시야에 들어오니 무척 반갑고 또 뿌듯해!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꿰뚫을 수 있겠어.”
“정말 그래. 저기를 조 봐. 와~ 우리의 옛 멋을 잘 살린 전통혼례가 치러지고 있어. 단지 체험이나 관람 수준인가? 실제 혼례를 올리는 것도 같지?”
홍릉수목원은 임업 연구원 부속 수목원이다. 일반인은 주말에만 관람할 수 있으며, 평상시에는 연구의 터전이기도 하다. 침엽수부터 활엽수까지 다양한 수종이 자생하고 있다.
“여기를 처음 온 사람이면 누구나 ‘서울에도 이런 숲이 있구나 하고 놀란다고 해. 목본 1,220여종, 초본 810여종이나 되니까. 나도 이곳을 두 번째 찾았을 때 비로소 나무마다 붙어 있는 이름표가 눈에 들어왔지.”
“연구동 뒤로 와봐. 숲이 제법 울창해. 여기 얼레지·복수초·곰취 등 야생화도 잔뜩 있어.”
13만평 중 3만평을 개방하고 있는 이 수목원의 꽃길을 걸어가면 침엽수원, 활엽수원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 식물들, 비교적 볼 수 있는 방법이 쉽다는데?
“침엽수끼리 활엽수끼리 종별로 묶고 또 비슷한 나무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네.”
“나무 이름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출신지명도 보이는구나. 제3활엽수림의 팽나무는 월악산, 단풍나무는 점봉산에서 가져왔어. 사람주나무는 안면도, 비자나무는 제주도…. 수목원의 풀과 나무들, 이제 보니 전국 각지에서 하나둘 모은 거로구나!”
홍릉수목원은 1922년 명성왕후의 능이 있던 홍릉 지역에 임업시험장을 설립하면서 조성된 한국 최초의 수목원이다.
“오리나무 물갬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수목원 전체 숲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고, 국내 자생수목인 잣나무, 전나무 등을 소나무 숲 아래에 식재하여 복층림 구조를 이루고 있어.”
“마치 깊은 산 중의 숲길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여기서 명성황후 능지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청계천은 평화시장이 있는 동대문을 가로지른다. 과거 이곳에는 영세 상인들과 서울의 빈민들이 거주하는 쪽방촌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헐리고 녹지대로 거듭났다.
“조용한 강물이 흐르고 가게들이 즐비한 이곳에 정말 쪽방촌이 있었을까?”
“그렇다고 해. 이곳은 과거 노동운동이 활발히 일어난 곳이기도 하지. 하지만 지금 이곳은 유유히 흐르는 청계천과 그 옆으로 난 산책길로 더없이 평화롭기만 한 것 같아.”
서울 도심은 붐비고 시끄러운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가을이어서 햇살은 더없이 따사롭고, 때때로 부는 바람은 알싸해 걷기 좋았습니다. 풍물시장 근처에서 출발해 걷는 동안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청계천은 복개와 복원을 거듭하고, 혼잡하던 평화시장 일대는 걷기 좋은 산책길로 바뀌었다는 사실, 그리고 독립운동가의 발길이 닿은 사찰이 아직 거기 있다는 사실은 <트래블아이>의 고개를 왠지 끄덕이게 했습니다. 지금 바로 걷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동대문으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여섯 가지 이야기가 있는 한려해상 백리길
- 경상남도 통영시 -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는 6개의 섬들을 잇는 호젓한 등산로가 생겨나면서 푸른 바다를 끼고 섬을 따라가는 탐방로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이 있습니다. 이제 통영의 명물로 자리한 이곳은 미륵도 달아길, 한산도 역사길, 연대모 지겟길, 그리고 매물도 해품길까지, 모두 42.1km에 달하는 산책로 길이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여기에 독특한 식생과 시원한 바가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이 기다리는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을 걸어라!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미륵산 정상으로 가는 트레킹에 앞서 미래사 주변의 편백나무 숲을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이곳에는 사찰 외에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고.
“80년이 넘는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수백 그루는 되겠어!” “안타깝게도 미래사가 들어서기 전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숲이야.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빼어난 정취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
“미래사로구나! 구상스님이 미륵산 중턱에 이런 암자를 세운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미래사에서 미륵산 정상까지 거리는 약 1.2㎞. 등산로가 조성돼 있는데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지만 고지를 밟고 나면 피로도 눈녹듯 사라진다는데?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가 이토록 눈부시다니.” “전국 국립공원 100경 중 최우수 경관으로 선정됐을 정도라지. 쪽빛 물결 위에 흩뿌려진 사금파리처럼 섬들이 신록을 발하고 있어.”
“‘향수’로 잘 알려진 정지용 시인이 1950년 이 경관 앞에서 탄복한 기록을 본 적 있니?”
동그란 섬 두 개가 개미허리처럼 가는 모랫길로 연결된 경남 통영 비진도. 파란 바다로 이름난 이 섬의 호젓한 등산로를 따라가며 다 둘러보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숲길은 빽빽이 들어찬 동백나무로 한낮에도 저녁 어스름의 잔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정말 파란 산홋빛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아.”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아가며 마침내 오른 정상, 역시 보람이 있어! 이 그림 같은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오잖아.”
비진도에서 배를 타고 30분 만에 도착한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30분만 산을 오르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하얀 등대섬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망태봉 정상에 올라 등대섬으로 이어지는 이 트레킹 코스는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도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길이야. 발이 즐거운 산책길 정도랄까?”
“망태봉 정상에 서니 사방으로 바다가 펼쳐져 정말 좋구나. 하지만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등대섬, 저 멀리 아득하고 생각보다 너무 조그맣게 보이는 걸?”
산으로 땔감을 구하러 가거나 밭으로 농사일을 나갈 때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다녔던 연대도 지겟길에는 또 어떤 비경이 숨어 있을까?
“선착장에서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로 향하는 400m 구간은 풍성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광을 품고 있어.” “정말 그렇구나. 어민들의 발자취가 생생히 느껴져.”
“잠깐! 이 연대마을 집집마다 걸린 문패 말이야. 뭔가 빼곡히 적혀 있어. 무슨 내용일까?”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가 많은 한산도에는 역사길이 나있다. 망산으로 향하는 길은 곰솔 천국이다. 소나무과 상록교목으로 가지를 우산처럼 드리운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서쪽을 봐봐. 한산대첩 기념비와 거북등대가 한눈에 들어오는구나!” “저 거북등대는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격파한 바로 이곳 한산도해역에 건립되어 있어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어.”
“그런데, 저 등대가 세워진 모형거북선 용머리 말이야.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해돋이가 명품인 대매물도 해품길은 선착장을 출발해 섬을 한 바퀴 돈다. 이때 쓰시마섬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 가득 바다를 품으며 걸을 수 있어 해품길로 명명됐다는군. 바다를 벗 삼아 걷다 보면 수리바위 등 탄성을 자아내는 해안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기상이 좋으면 이 섬에서 쓰시마섬이 보인다더니 바로 저기 보이는 섬인가?” “너무 가까이 있잖아. 저건 소매물도라고. 쓰시마섬을 볼 수 있는 장소는 따로 있어!”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을 따라 저마다 사연이 있는 6개 섬들을 모두 대면한 후, 통영이 낳은 서정시인 김춘수의 대표작 ‘꽃’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섬마다 특색과 사연을 담은 이 아기자기한 이름들은 누가 지은 걸까? 시인일까? 소설가?”
“아니, 의외로 평범한 분이시지.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계장님이셔. 명사이든 일반인이든 누가 이름을 지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다만 ‘그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이 섬들이 이제 어여쁜 꽃으로 피어났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총 100개 도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통영 앞바다 6개 섬을 잇는 바다백리길은 그야말로 한 줄에 꿰어 놓은 보석 같은 트레킹 코스입니다. 미륵도 달아길, 비진도 산호길, 연대도 지겟길, 한산도 역사길, 대매물도 해품길, 소매물도 등대길 등이 알알이 박혀있습니다. 백리길 섬 하나하나를 걷다 보면 비로소 알게 될까요? 지상 최고의 예술가는 자연이며, 세상에는 형용하기 어려운 수려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 꽃으로 다시 태어난 이곳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나만의 섬은 무엇이었나요?
바위에 오르고, 바위를 보고, 바위를 걷다
- 경상남도 거제시 -
경상남도 거제시에 위치한 명물은 말 할 것도 없이 ‘해금강’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명승 제 2호로 지정되어있는 해금강은, 거제도 남동쪽에 튀어나온 갈곶에서 떨어져 나온 한 덩어리의 돌섬을 말합니다. 날이 흐리거나 파도가 센 날을 가까이에서 구경하기가 힘든 만큼, 트래블아이도 맑은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관광명소랍니다. 텅 빈 바위뿐일 것 같지만, 그 속에 숨겨진 보석들이 가득한 해금강!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바위로 시작해 바위로 끝나는 테마여행 즐기기!’입니다.
바다위의 바위섬 갈도. 칡으로 가득 덥힌 바위섬은 그렇게 불리었다. 하지만 흩어진 바위들의 모습이 각각 다르고 아름답다하여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데…
“해금강은 금강산의 해금강을 생각했는데, 이곳에도 해금강이 있었네. 왜 같은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저 바위들이 모습이 웅장하기도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그런 모습이 꼭 금강산을 닮은 것 같지 않아? 그래서 이곳은 ‘제 2의 금강산’ 이라고 부른데.”
옛날 진나라 시황제의 서불에게 이곳에서 불로초를 찾아오라 명한다. 하지만 이곳에 온 서불은 해금강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돌아가지 못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서불과차(徐市過次)? 아, 이게 바로 불로초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던 서불이 남긴 글이구나? 그런데 이게 왜 이렇게 쓰여있지?"
"예전에 해풍에 그 바위가 유실되었다고 전해져. 해금강을 제외하고도 일본 지역에까지 이르는 그의 이동경로에 쓰여있다고 하니, 조금 아쉽기는 해."
해금강의 정상, 우제봉으로 오르는 길. 계단과 산길을 오르며 얼핏 보이는 해금강의 전경이 아른거린다. 전망대에 오르기를 응원하는 듯한 바닷바람이다.
"이렇게 전망대가 잘 되어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어! 바위 산 위에 올라서 다른 바위들을 내려다보니, 꼭 하늘 위에 올라 선 기분이야,"
"옆에 보이는 이 바위산이 우제봉의 꼭대기이긴 하지만, 전망대에서도 해금강의 전경이 전부 다 내다보여! 게다가 이렇게 오를 수 있게 된지도 몇 년 되지 않았다니 더 좋아!"
바위에 부딪힐 것만 같은 조마조마한 마음이 든다. 바다 속에서 네 개로 갈라져 물이 흐른다는 십자동굴 속으로 들어가 볼까?
“이렇게 좁은 바위 사이로 들어갈 수 있다니! 게다가 하늘을 봐! 하늘이 십자모양으로 갈라져있어!"
"하하, 그런데 통과하지 못하고 좁아서 배가 후진을 하다니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 그나마도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해."
사자바위의 황홀한 일출을 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큰 바위섬과 사자바위 사이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은 바닷물마저 붉게 물들인다.
"저기에 보이는 것이 사자바위야. 꼭 바다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사자가 포효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니? 저 위에 선 소나무를 향해 소리치는 것 같다."
"맞아, 저 바위 뒤로 일출이 떠오를 때면, 갑자기 사자가 바닷속에서 뛰쳐나와 태양을 삼켜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
생명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척박해 보이는 기암절벽. 하지만 사이사이 얼굴을 내민 생명력은 여전히 해금강을 둘러싸고 있다.
"아까 사자바위가 올려다보고 있었던 소나무 기억해? 저 소나무는 바위 사이에서 정말 고고하게 자라난 것 같아."
"응, 저 소나무는 천년송이라고 해. 괴석 위에 서있는 저 소나무는, 천년동안 해금강을 지켜온 수호송으로 불려."
해상관광을 통해 해금강의 경치를 둘러보면, 수많은 기암괴석들을 만날 수 있다. 촛대바위, 병풍바위, 돛대바위… 저 수많은 바위들의 이름은 누가 다 붙였을까?
"저기 저 멀리 보이는 바위 두 개 보여? 꼭 신랑신부가 마주서서 전통결혼식을 올리는 것 같다고 해서 신랑신부바위라고 부른데."
"정말 생긴 모습을 그대로 따 지은 이름들이라 그런지, 아주 오래된 이름일텐데도 아주 잘 어울려. 이렇게 많은 바위들마다 이름이 있다니, 사전이라도 만들어야 하겠는 걸?"
어느새 해안가로 올라왔다. 멀리 보이는 바위들을 뒤로하고 한걸음 내딛자 ‘자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예쁜 자갈이 밟힌다. 이게 무엇일까?
"와, 돌이 정말 예쁘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멋진 바위들을 실컷 구경하고 왔더니, 이젠 이 돌에도 이름이 있을 것 같아."
"하하, 맞아. 이곳은 함목해수욕장인데, 이 돌의 이름을 따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해. 자그락자그락, 바닥물이 이 돌과 만나면서 나는 소리가 참 아름다워"
바위 위에도, 또 바위 아래에도, 심지어 바위들의 사이에도 저마다 보물 같은 경치와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수많은 바위들에게 붙여진 이름을 맞추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바위섬이, 이름이 하나하나 붙어가고, 또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이 찾아주어 이제는 외롭지 않은 섬이 되어있답니다. 여러분도 해금강에서 바위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며 관광을 해 보세요! 그러면 어느새 바위가 여러분의 친구처럼 말을 걸어올지도 모릅니다.
반변천에서 만나는 꿈의 서사
- 경상북도 영양군 -
영양의 자랑은 '자연' 그 자체다. 천연기념물인 측백수림, 선바위와 남이포의 깎아지는 듯한 절경, 우뚝한 산세를 지닌 일월산 등 천혜의 자연 조건을 지닌 영양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과 소설가, 학자와 같은 저명인사를 배출 영양. 특히 반변천의 아름다움은 그의 시문학에 모태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현대시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오일도도 바로 이곳 반변천에서 꿈을 키워왔습니다. 호젓한 반변천과 정갈하게 보존돼 지금도 예스러운 멋을 더하는 영양읍 감천마을에서 그의 시를 품어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인과 그 가문들은 강을 따라 터를 잡았듯 낙안 오일도를 낳은 감천마을 역시 기와집과 나지막한 돌담이 하천과 잘 어우러져 있다.
“반변천은 문학청년들의 고향이란다. 지조론과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주실마을 출신이고, 퇴계 이황의 학맥을 이은 석계 이시명을 비롯해 <젊은 날의 초상> 작가 이문열도 두들마을에서 탄생했지.”
“감천마을도 빼놓을 수 없어요. 항일시인 오일도를 낳은 곳이죠.”
순수 서정 시인이면서도 정한을 노래한 민족시인 오일도의 생가. 그중 사랑채에는 국운헌(菊雲軒)이라 쓰인 현판이 아스라하게 걸려 과거를 회상케 한다.
“‘국, 운, 헌(菊雲軒)’? 무슨 뜻이에요? 국화가 구름처럼 피어난다는 뜻인가요?”
“글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 사랑채를 국운헌이라 하는데, 한문에서 따온 좋은 구절이지.이 집은 너의 고조할아버지가 되시는 어른의 호를 따서 지었단다. 임진왜란 때 의병활동을 했던 할아버지의 손자 오일도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니?”
크지는 않지만 아주 정취 있는 취락지인 감천마을은 낙안오씨의 집성촌이다. 1901년, 이곳에서 오일도 시인이 태어났기에 자세히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저는 과거에 이곳에 오면 가계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싫지 않았어요. 윗대 어른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어도 늘 신비한 느낌이었죠. 이 마을의 오씨들을 두고 어른들은 ‘국헌 수눌파(受訥派)’라 했던 게 기억나요.”
“수눌파는 해주오씨의 한 파란다.”
팔작지붕이 날아갈 듯 솟은 대문을 나와 골목을 지나면 낮은 구릉들이 울멍줄멍한 언덕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일도 시인이 사랑한 한 소녀가 기다리고 있을 듯하다.
“할아버지는 나중에 ‘일도(一島)’라는 호를 이름 대신 썼어. 그의 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시가 뭔지 아니?”
“<내 소녀>죠. 이제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그런데 그 시에 등장하는 소녀, 어릴 적 함께 쑥을 캐며 뛰놀던 소녀에 대한 그리움이 이 언덕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행방을 알 수 없는 소녀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며 시인이 느꼈을 애틋하고 먼 그리움을 상상해 본다.
“아지랑이는 박사처럼 얇은 막으로 가려진 채 흔들린다… 여기서 ‘빈 가지’는 잎과 꽃이 진 가지이고 ‘박사’는 생견(生絹)으로 얇게 짠 옷감을 뜻해.”
“그걸 통해 떠올리는 소녀에 대한 생각은 뿌연 ‘박사의 아지랑이’처럼 불분명하게 아른거린다고 한 거군요.”
같은 영양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으로 꼽히는 조지훈은 주실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시에도 ‘박사’라는 말이 나온다. 두 사람은 평소 알고 지낸 사이였을까?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이 시에서도 ‘박사’가 나오지? 조지훈 시인이 의식하면서 썼을 수도 있겠다 싶어.”
“선후배 간 동향의 두 시인이 서로 교감을 통해 이 말을 수용했다고 추측하고 계시군요. 애틋한 감정을 압축하는 공통된 정서의 말이 ‘박사’라는 점, 꽤 신기해요.”
오일도 시인은 14세까지 이 마을 사숙에서 공부했고 도쿄 유학 후 교사로 일하기도 했으나 결국 문학의 길을 택했다.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할아버지는 자주 일제의 통제를 절감해야만 했지. 견뎌보려 했으나 옥죄어오는 일제의 마수를 피하기가 힘들었을 거야.”
“결국 낙향하여 절필하는 무언의 저항을 택한 거로군요.” “맞아, 1942년 할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와 칩거하셨는데, 그 시간이 꽤 길었지.”
반변천 옆으로 나지막한 둔덕들이 올망졸망하게 펼쳐진 가운데에 위치한 ‘오일도시공원’은 가을이면 더욱 호젓한 경관을 자아내 꽤 인상적이다.
“광복이 되자 다시 상경하여 문학 활동을 재개하신 증조할아버지는 ‘시원’의 복간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죠.”
“이 공원 역시 할아버지를 기리는 공간이야. 영양이 자랑하는 오일도 시인을 기리는 일들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
흥미 있는 이야기는 흥미 있는 삶을 드러냅니다. 옛 이야기는 오늘의 이야기로 되살아나고, 다시 내일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반변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감천마을에서 듣는 오일도 시인의 일대기는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서사시대의 가장 강력한 감성 유혹 장치를 이 자연을 배경으로 신화 같은 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기에 이 마을에서 그의 일대기를 더듬어가다 보면 그가 꾼 꿈의 서사가 펼쳐집니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생성하고 꿈틀대는 그의 문학적 힘을 여러분은 느낄 수 있었나요?
역사의 숨결 따라
- 경기도 여주시 -
남한강과 청미천, 섬강이 한 곳에서 만나는 세물머리가 위치한 경기 여주. 이곳은 강원과 경기, 충청도가 한 곳에서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세 고장이 만나는 특별한 지점인 만큼, 여주에는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넘쳐납니다. 신라의 신륵사부터 고려의 고달사를 거쳐 조선왕조 5백년 왕실 문화의 보고라 불리기까지, 여주에는 물과 함께 우리나라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여주에 가서 신라부터 조선까지,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오라!’
여주는 청동기 시대부터 한반도의 쌀농사가 시작된 곳으로 국모 여덟 분을 배출하였으며 의병 항쟁 시에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도자기로도 유명한 고장이라니 놀라울 따름.
“이게 전부 여주에서 있었던 일이란 말예요? 여주 도자기 엑스포는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나머지는 모두 처음 듣는 얘기예요.”
“여덟 분의 국모 중 한 분은 너도 아주 잘 아는 분이란다. 잠시 뒤에 그 분의 생가에도 들러 볼 거야. 증터 도자 체험 마을은 마을 인구의 1/3 정도가 도자업에 종사 중인 곳이지.”
여주 강변유원지 건너편에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신륵사가 있다. 한 때는 200여 칸에 달하는 거대한 절이었던 이곳에도 신비로운 전설이 있다?
“옛날에 신륵사 부근의 한 바위 부근에서 용마(龍馬)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날뛰었다고 해. 이 때 스님이 신력으로 이 용마를 잠잠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절의 이름이 신력의 신(神)과 제압의 륵(勒)을 사용하여 신륵사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용이 예로부터 물의 신으로 여겨진 것과 신륵사가 강변에 있는 것도 연관이 있겠군요?”
신륵사는 창건 이래로 나옹선사와 인당대사 등의 큰 덕을 지닌 높은 스님들이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한 절이다. 이는 신륵사의 남다른 경관 때문이기도 하지 않았을까?
“이 절이 천 년이나 된 곳이군요.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물이 아름다워요.”
“조선 후기 문인인 김병익은 ‘여주는 산수가 청수하고 그윽하며 또한 평원하고 조망이 좋으며, 이와 더불어 신륵사는 높고 서늘한 것이 겸하여 있으니 그 경치가 절승한 지경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해. 그 외에도 여러 문인이 시로 신륵사의 아름다움을 칭찬했단다.”
능서면 왕대리에 있는 합장릉인 왕릉은 조선왕조의 능제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능의 하나로, 두 개의 혼유석과 12개의 석주를 가지고 있다. 과연 누구의 능일까?
“우리나라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왕? 그건 바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이잖아요!”
“역시, 척하면 척이구나. 그럼 세종대왕의 비가 누구인지도 기억하고 있니?” “물론이죠. 소헌왕후 심 씨예요. 두 분의 무덤이 하나인 줄은 저도 몰랐지만요. 열두 개의 석주에 새겨진 십이간지가 멋진걸요? 세종대왕님, 우리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릉 밑에는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과 제사 음식을 준비하던 수라간, 능을 지키는 관리가 살던 수복방이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조금 더 특별한 것이 있다는데?
“와, 저것 좀 보세요! 해시계 자격루와 관천대, 측우기, 혼천의까지! 수업 시간에 배웠던 조선시대 과학의 산물들이예요!”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모두 배웠지?” “세종대왕과 장영실 이야기도 모르고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안다고 할 수는 없죠!”
이곳은 조선의 마지막 황후가 태어난 곳으로, 황후는 이곳에서 여덟 살까지 살았다. 1995년 행랑채와 사랑채, 별당채 등이 복원되었다는데 이 황후는 누구일까?
“에이, 문제가 너무 쉬운 것 같아요. 이곳에서 태어나신 분이 명성황후라는 사실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너무 무지한 것이 아닌지 반성을 해야겠는걸요? 보세요! 여기에 명성황후가 태어난 마을을 기리는 비석도 있어요.”
“너무 쉽게 맞추니 맥이 빠지는데?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준비해봐야겠어.”
명성황후 생가 맞은편에는 명성황후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고자 건립된 이곳에서 조선 마지막 왕조의 비애를 느껴볼 수 있을까?
“매서운 눈매에 굳게 다문 입술, 가지런한 몸가짐… 국모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강인한 내면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모습이네요. 이 분이 바로 명성황후군요.”
“매년 10월에는 이곳에서 명성황후 시해를 추모하는 명성황후 추모제가 열린단다.” “한 나라의 어머니가 살해되다니, 정말 끔찍한 비극인 것 같아요.”
여주 상교리에 있는 고달사는 764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신라 이래의 유명한 삼원 중 하나로 고려시대에는 국가가 관장하는 대찰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그 광활했던 터에 유물만 남아있는 상태야. 하지만 1990년도에 주변 정비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복원을 위한 발굴 조사가 계속되고 있단다.”
“그럼 언젠가는 고달사의 찬란했던 모습을 복원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러길 바랄 뿐이지. 여주의 역사는 아직도 땅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거란다.”
역사를 알아가다 보면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신기해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주시를 직접 돌아보다 보면, 여주 땅이 겪었던 역사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몇 백 년 전에도, 몇 천 년 전에도 이 땅을 밟고 걸었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트래블아이>와 함께 하는 여주의 역사 문화 기행이 여러분의 성장에 좋은 거름 한 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친 김에 역사서를 한 번 공부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