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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리를 올려내기도 전에 핀 꽃들의 색깔이 선명하다. 높낮이가 다른 목소리들이 건네는 꿈 이야기들.
모든 이별은 흔적을 남긴다. 계절을 배웅한 자리에 남은 쓸쓸한 것들.
탑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다가가선 안 된다는 듯 조금씩 경계를 확장해 나간다.
절 위에 얹은 기와보다 높게 솟은 탑이 하늘까지 닿았다. 탑 꼭대기를 바라보는 일이 하늘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석양에 빛나는 등껍질이 오랜 시간 이곳을 비춰 왔을 터. 만선에 취한 이들을 이끄는 등대처럼.
마치 밟아도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 조각이 나 있다. 코 받침도 똑 부러졌지만 분명 너의 잘못은 아니다.
꽃이 진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누군가 꽃을 피워 두었다. 모양새 때문인지, 그 마음 때문인지 향기가 없어도 여전히 아름답다.
머리 위를 가득 채우기에는 아직 서툰 그늘. 팔을 뻗으려 열심인 모습에 그저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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