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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있던 한 자리가 이사를 왔다. 멀고도 고되었을 그 길, 이 자리에 무사히 웅크렸으니 다행이랄 수 밖에.
황금빛으로 물든 논두렁 사이를 지나가다 문득 너의 지저귐을 들었다.
이곳을 걸으며 길이 좁음을 탓할 이가 있을까. 나무 사이를 비껴 길이 열렸다.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길에 닿으려면 발에 묻은 익숙한 흙을 털어내야 한다.
먼 길을 달릴 준비를 마친 상상. 결국, 어디까지 가 닿을 것인지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조각이기 전에 종의 형태를 한 무엇. 울리면 소리가 날까, 궁금하던 차에 귓가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어느 틈에 채워질까. 채워지지 않은 여백에 채워진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가만히 어둠을 견뎌 본 여행자만이 해가 돋는 아름다움을 안다. 새살처럼 차오르는 볕, 그리고 그 볕의 이름을 가진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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