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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밭 한가운데에 정자 하나, 자리를 지키고 섰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시간 속에서 진흙에 잠긴 발만 동동.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부딪칠 만큼의 공간. 부딪칠 곳이 없다면 소리는 태어나지 못했다.
파도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오솔길이 막 모습을 드러내었다. 따라가다 어디에 닿을까, 상상이 커져간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상상력. 모르는 체 속아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헌 책이라는 건 종이가 조금 바래고, 표지가 약간 낡았다는 뜻. 그 속의 내용이 헌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아무 생각도 하지 말 것, 숨은 잠시 멈추고 멀리 내다볼 것. 과녁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것들.
붉게 타는 가을, 이라는 눈에 익은 수식어. 하지만 그런 말이 곱게 어울리는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글자를 새겨 세워두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무궁한 역사의 풍랑에 지워질 글자들은 누가 기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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