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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만큼 진득하게 물 위를 걷게 해 주는 다리가 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물빛에 마음마저 시리다.
초록이 만든 곡선들에 그늘이 졌다. 풍경에서 새어 나온 녹차 향에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한 발 내딛자 어김없이 휘청인다. 의지할 데라곤 같이 흔들리는 저 줄뿐. 허공을 걷는 듯 마음껏 흔들리다 건너편에 닿았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저 고일 뿐이다. 이끼를 품지 못한 돌에게 저 약수는 푸른 생명일 테니.
세상에 일방통행인 길은 없다. 화살표가 아무리 그곳을 가리켜도 줄을 그어 횡단보도를 만들더라도 결국 사람은 가고 싶은 대로 가기 마련.
천장에서 바닥에서 조금씩 새어나온 어둠이 어제를 잠식해 나가는 이곳.
물을 막기 위해 만든 장화는 한 번 물이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종일 벌을 설 참이다.
가파른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은 본디 낮은 절벽이었을 것이다. 거친 바위와 모난 자갈이 뒹구는 그곳은 어디로 떠내려 가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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