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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에 부딪칠 때마다 부서지는 파도가 하얀 거품을 토해낸다. 그리고는 민망한 듯 도로 삼키면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푸른 그라운드가 펼쳐져 있다. 뜀박질을 할 때마다 풀잎에 흙이 섞여 나뒹구는 그라운드가.
햇살이 맑게 부서져내리는 파도에 붙여진 이름, 은파. 은빛 파도가 넘실대며 밀려오고 있다.
바다 너머로 보이는 것은 섬인가 아니면 건너편 육지의 산인가. 점점 아래로 파묻히는 모래 위에서 멍하니 봉우리를 응시한다.
저 강의 건너편 기슭에는 붉은 꽃이 만발해 있다 하였다. 눈앞에서 흔들리는 꽃에 내가 함께 천천히 흔들리고 있으니, 이곳이 피안이 아닐까.
뭐든 흔들려야 소리를 내는 법이다. 흔들리지 않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과 같다.
동강 어귀를 따라가다보면 숨겨진 벽들을 만날 수 있다. 어떤 비밀이 있기에 그늘에 감춰둔 건지,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모양새는 달라도 뿌리가 같은 이들. 굳게 다문 입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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