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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햇살 아래서 멈춘 듯, 움직이는 듯. 이곳의 시간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지.
이렇게 가지런한 죽음들 앞에서 어찌 숙연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저마다의 빛깔로 낮은 숨을 쉬는 그 모습에 덩달아 숨결이 잦아든다.
가끔은 풍경도 단청을 올린다. 사람의 사찰과 자연의 사찰을 함께 볼 수 있는 기쁨.
녹차가 씁쓸하면서도 싱그러운 이유는 안개를 머금었기 때문일까.
우리는 닿기 위해 수많은 문들과 길들을 지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눈에 익은 벽들과 몸에 익은 배려.
혼자 걷는 일이 퍽 멋지다는 것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적다. 생각이 늘어가고 발걸음이 늦춰지는 산책.
오랜 전쟁 끝에 이곳을 차지한 건 무성한 풀과 바람뿐. 과거의 치열했던 흔적만 남아 전략의 요충이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네.
흐린가 하여 들여다보았더니, 바닥이 곱다. 단정짓는 일은 항상, 이리도 위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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