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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에 넝쿨이 굴러가고 있다. 머잖아 동그만 호박덩이들이 열릴 상상에 벌써 즐겁다.
제 집을 뒤로 하고 곱게 햇빛을 쬐는 모습들이 재미있다. 바람따라 흔들리며, 아마 물살을 가르는 푸른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모습을 감추고 초승달 하나 내걸렸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변하기는 매한가지건만 어째 밝지가 않구나.
바다에도, 하늘에도 섬이 떠 있다. 섬에서 바라보면 이곳도 섬일까
벽을 따라 늘어선, 저마다의 이야기. 어느 쪽에 먼저 말을 걸어볼까, 즐거운 고민을 해 본다.
혼자 걷는 일이 퍽 멋지다는 것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적다. 생각이 늘어가고 발걸음이 늦춰지는 산책.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길을 걸으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가지를 흔들며 쫓아오는 너를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공작의 꼬리를 빌려 전하는 퍽 느닷없고도 향긋한 편지. '두 가지가 아닌 한 가지 마음을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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