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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에 젖어 비에 젖어 유독 물 냄새 풍기던 항구에는 그토록 찾던 너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산 중턱에 산이 피었다. 조용히 굳어진 작은 산의 모습, 그리고 그 가운데 다시 뿌리를 내린 나무들
잔디가 푸르면 푸를수록 부재가 깊어진다. 지난 함성소리가 애꿎은 골대만 흔들고 있다.
가지보다 선명하고 나란한 가지들. 마음을 덧입혀 세운 풍경이니 당연한 일인 것일까.
몇 시간을 솥 안에서 푹 고와 때깔도 곱다. 꺼질 줄 모르는 전구 밑에서 탱글탱글한 속살이 허기를 부른다.
칠이 벗겨져 얼룩덜룩한 탑 위로 담쟁이가 핏줄처럼 엉켜 기어오른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명당이 있을까. 놀랍고도 흐뭇한 마음.
녹이 슨 철조망 너머로 나란히 줄지어 선 분재가 보인다. 한 사람만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초록이 애가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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