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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생명, 그리고 군사 분계선. 갈라진 땅 위로 돋는 푸른 잔디에 생각이 늘어가는 길.
녹이 슨 철조망 너머로 나란히 줄지어 선 분재가 보인다. 한 사람만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초록이 애가 탄다.
잔디가 푸르면 푸를수록 부재가 깊어진다. 지난 함성소리가 애꿎은 골대만 흔들고 있다.
살아있는 것의 본을 떠 만든 형상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무엇을 만드는 것이 결국 우리의 사명이므로.
예기치 못한 풍경과의 만남. 어느 순간에 멈추어 서더라도 특별한 장면을 마주할 수 있기를.
고개를 숙이고서 종종 걸음으로 지면을 훑는다. 떨어뜨린 무언가를 찾는 걸까.
검은 모래만큼이나 인상깊은 것은 저 작고 조용한 기다림. 얼마 지나지 않아 떠들썩해질 것이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데, 이 재잘대는 소리는 어디에서 울리고 있는 것일까. 놀이가 끝나고도 계속되는 이야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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