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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저 봉우리 언저리에 조그만 정자 하나. 지은 사람은 어디 가고 메아리만 남아 물결처럼 퍼져 나간다.
바닷가에 아름다운 것이 어찌 포말 뿐이랴. 모래밭에 가지런한 발걸음들이 정겹다.
아궁이 안에서 바짝 마른 장작이 깊은 어둠 속에서 먼지와 부대끼고 상 위에 아무렇게나 덮인 천이, 가려지지 않을 세월을 어수룩하게 비껴가고 있다.
뱃고동 소리에 놀라 뛰어든 갈매기가 허공을 가르며 나아간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바람에 스며든 녹차향이 코끝에서 진하게 퍼진다. 따뜻한 물이 없어도 저 태양만 있으면 녹차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꽃이 꽃을 피웠다. 이렇게 동그랗게 피워낼 수 있는 마음을 짐작해 본다.
가파른 절벽에도 생명을 틔우고 사는 것들이 있다. 수평선을 향한 그리움과 닿을 수 없는 구름에 대한 갈망 같은 것들이 있다.
풍경인 듯 풍경이 아닌 듯 묘하다. 얼마나 오랫동안 굽어보고 있었을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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